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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비트코인의 저지선은 5000만원, 계속 우상향할 것"

[논쟁 /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인가 - 찬성]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 센터장

21.03.15 07:15최종 업데이트 21.03.1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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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 센터장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그는 "화폐 가치는 실체가 있어야만 매겨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권우성


'금일십만원정'

자기앞수표에 적힌 금액을 한글로 적을 때, 빠지지 않는 글자가 있다. 바로 '금'(金)이다.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화폐 가치의 기준이 되어온 금의 흔적이 수표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금은 무엇보다 희소성과 보존성, 높은 수요 덕분에 가치 있는 자산으로 기능해 왔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에도 '금'과 비슷한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비트코인의 최대 수량은 2100만 코인으로 정해져 있다. 또 암호화폐들의 기준 화폐 역할을 하고 있다. 컴퓨터로 함수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 센터장의 대답은 "그렇다"이다. 박 센터장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암호화폐는 실물이 없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자 "화폐 가치는 실체가 있어야만 매겨지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금의 교환장 역할을 했던 달러 역시 종이로서 그 자체에 가치가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것.

그는 '변동성이 심해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고작 몇 십원대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의 가치가 현재 6000만원에 육박한다"고 반박했다. 변동성이 있긴 해도 가치 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애초에 '비트코인이 변동성이 심한 자산'이라는 의견을 "편견"이라고 지적하며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이 30~40%의 변동폭을 보였다면, 현재는 17~18% 쯤"이라며 "변동폭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것이며 저지선은 5000만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줄어든 변동폭을 보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비트코인을 가치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될 것인가에 대한 찬반 논쟁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못박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만들면서 '쩐의 전쟁'을 벌이는데 한국만 '실물' 논쟁을 하느라 뒤처져 있다"며 "하루 빨리 블록체인 인프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롤러코스터 탄 비트코인 가격 왜?
     

"나는 비트코인이 급등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2018년에는 급하게 오른 감이 있다. 당시엔 거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17~18% 수준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 ⓒ 권우성


-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 

"나는 비트코인이 급등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 20~30%를 매일 오르내린 것도 아니다. 지난 2018년에는 급하게 오른 감이 있다. 당시엔 거품도 있었다. 변동폭도 30~40%로 큰 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17~18% 수준이다. 변동폭이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성장하는 투자처의 그래프는 원래 그런 모양새를 띤다. 1990년대에 구글 등 IT 기업들이 출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 기업이라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그런 것처럼 초반엔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보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암호화폐가 하나의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인식의 안정화' 단계다.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다."

- 대중들의 인식이 바뀐 이유가 뭘까?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들의 발언 영향이 있다. 2018년 폭락 후, 비트코인은 우상향했고 기관들은 비트코인이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일론 머스크는 이런 인식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했을 뿐이다. 개인들은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 개인 투자자들이 유명 인사의 말만 믿고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투기 아닌가? 실제로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머스크의 발언에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올랐다가 다시 그가 '가격이 비싸다'고 하자 내렸다.

"지금 비트코인의 가치는 일론 머스크의 말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이 비싸다'고 해서 한때 17% 떨어지긴 했다. 그래 봤자 10%대다. 암호화폐가 폭등·폭락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건  '코인은 위험하다'는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나는 1코인의 저지선을 5000만원이라고 본다."

- 머스크가 비트코인이 비싸다고 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을 줄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소비자가 코인 가격이 비싼 상태에서 전기차를 샀는데, 이후에 코인 가치가 떨어지면 테슬라 입장에서는 손해일 것 아닌가. 내 상상이지만,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미래 금융 생태계를 갖고 싶은 것 같다. 페이스북이 암호화폐인 '리브라'를 발행하려 했던 이유와 같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거기서도 돈은 필요하다. 디지털 금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테슬라 화폐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어떻게 다른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나?

"암호화폐를 디지털 시장에서의 지역 화폐나 상품권, 수표라고 이해하면 쉽다. 모두 법정 화폐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파생 상품들'이지 않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도 있다. 앞으로도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금을 근거로 한 파생 상품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암호화폐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 될 수 있을까
  

"암호화폐는 자산이고 '골드'다. 결제 수단이 될 수 없다. 누가 밥 먹고 금으로 결제하나. 반대로 누가 '수표는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나. 내가 볼 땐 황당한 논쟁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 ⓒ 권우성

 
- 암호화폐는 '화폐'가 될 수 있을까?

"암호화폐가 '법정 화폐'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이라면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암호화폐를 독점 화폐로 만들자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는 이런 논쟁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암호화폐는 자산이고 '골드'다. 결제 수단이 될 수 없다. 누가 밥 먹고 금으로 결제하나. 반대로 누가 '수표는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나. 내가 볼 땐 황당한 논쟁이다."

-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근거는?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코인을 얻기 위해 '채굴한다'고 말하지 않나. 금은 수요가 많아도 공급은 한정돼 있다. 비트코인도 공급이 2100만개로 정해져 있다. 과거 금은 기준 화폐 역할을 했다. 비트코인도 다른 모든 암호화폐의 기준 화폐 역할을 한다."

- 금은 오래도록 인류의 사랑을 받았다. '실물'이 있고 장신구나 의료 기기로도 사용된다. 반면 암호화폐는 실체가 없다. 암호화폐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 수 있을까? 

"금의 가치는 두 가지로 결정된다. 우선 금속으로서 좋다. 유연하고 물러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생산이 한정적'이라는 특징도 있다. 사람들은 그 희소성에 가치를 부여했다. 달러의 역사도 돌아보자. 달러는 금을 교환하기 위해 제작된 종이였다. 그런데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탈 금'을 시작했다. 그 가치는 달러로 옮겨갔고. 그런데 지금 달러를 봐라. 실체가 있나? 그냥 종이 아닌가?"

-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보기엔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0년에 한 미국 남성이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에 샀다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인증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1만 코인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6000억원이다. 그 코인을 자식에게만 물려줬어도 재벌이 됐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가치 저장 수단 중 10년 동안 가치를 이렇게 크게 높인 수단이 있었나? 현실적으로 보여줬는데 더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변동폭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어쨌든' 지금까진 최고 수익률을 보였다. 혹시나 해서 말한다. 나는 비트코인을 안 샀다. 돈을 벌기 위해 암호화폐에 대해 좋은 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다."

- 암호화폐가 '어둠의 거래'에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니다. 어둠의 거래에서 가장 선호되는 게 현금이다. 현금이 최대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도 추적할 방법이 있다. 현금이 금융권을 끼는 순간부터 기록이 남는다. 일례로 미국에선 북한으로 달러가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해 은행과 같은 금융 생태계를 잡고 있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개별적으로 코인을 주고받는 건 못 막는다. 하지만 코인 그 자체론 의미가 없다. 코인을 달러로 바꿀 때 의미가 있다. 그걸 어디서 바꿀까?"

- 암호화폐 거래소 아닌가?

"맞다. 그 과정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기록이 남는다. 그러니까 어둠의 거래로 코인을 주고받기는 해도 현금화는 못 시킨다. 비트코인을 현실 세계에 '달러'로 들여오려면 반드시 게이트가 필요하고 그 게이트를 쥐면 '어둠의 거래'를 잡을 수 있다. 그래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포함한 각국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업체에 적용할 규제 권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내용을 토대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만들었다."

- 요즘 각국 정부가 암호화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인가?

"현재 세계에서는 디지털판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축통화의 힘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리나라 원화는 세계에 나가면 종이일 뿐이다. 하지만 달러는 다르다. 그래서 모든 국가가 기축 통화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 암호화폐 내에서는 중국 정부가 개발에 가장 앞서 있다. 중국은 중국판 CBDC인 DCEP를 발행해 주변 국가에 퍼트린다. 그렇게 CBDC가 나오면 암호화폐는 더 대중화될 것이다. CBDC를 기준으로 파생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의 CBDC 개발의 현 주소는?

"우리나라는 암호화폐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아직도 암호화폐에 가치가 있냐 없냐로 논쟁하고 있지 않나. 빨리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디지털 위안화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

"시중에 있는 코인 중 98%는 망할 것"
 

"우리나라는 암호화폐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아직도 암호화폐에 가치가 있냐 없냐로 논쟁하고 있지 않나. 빨리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디지털 위안화에 잡아먹힐 수도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 ⓒ 권우성

 
- 비트코인보다 이더리움이 낫다고 밝힌 적이 있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 기술을 구현하는 최초의 P2P(Peer to peer) 화폐다. 분산원장은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중앙 서버가 아니라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다 함께 기록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그 분산원장 방식을 '블록'으로 구현해 낸 기술이다. 거래내역을 '블록'으로 묶고 여러 블록을 다시 체인으로 연결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이더리움은 마치 컴퓨터와 같다. 비트코인은 전화기이고 이더리움은 수많은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고 비유하면 맞다. 응용력 측면에서 이더리움이 뛰어나다."

- 비트코인 이외 수많은 코인이 존재한다. 이들도 비트코인처럼 살아남을까? 

"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시중 코인 서비스 중 98%는 망할 것이라고 본다. 우리에게 왜 컴퓨터가 필요한가? 컴퓨터를 통해 각종 서비스, 즉 인터넷 경제를 누리기 위해서다. 암호화폐가 의미 있는 건 그 암호화폐로 누릴 수 있는 암호 경제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인 '리플'의 예를 들어보자. 리플의 목표는 국제 송금 화폐 표준이 되는 것이다. 은행을 통해 해외로 돈을 보내면 수수료가 약 4~6% 붙는다. 리플은 이 수수료를 줄여 수익을 남기는 모델을 갖고 있다. 암호화폐 자체보다 그들의 수익 모델이 무엇인지 봐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코인들은 사기다."

- 코인 투자를 고려해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또 있나?

"시장에서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 거부하면 끝이다. 기술만 좋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원해야 한다. 지금부턴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라 경제의 문제다."

- 마지막으로 암호화폐를 사기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그들과 공개 토론을 해보고 싶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 IT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던 지난 1990년대, 국내 소프트웨어 기술이 부딪친 가장 큰 '허들'이 바로 실체 논쟁이었다. 소프트웨어는 눈에 보이지 않았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데 20년이 걸렸으며 IT 산업 발전은 더뎌졌다. 지금 우린 그때를 반복하고 있다. 하루 빨리 블록체인 인프라,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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