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김승기 전 감독의 빈자리를 채울 신임 감독으로 김상식 감독을 낙점했다. KGC는 5월 18일 김상식 전 국가대표 감독과 2년 계약에 합의하며 구단의 제 10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2020~2021시즌 챔피언, 2021~2022시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은 최근 고양 오리온을 인수한 신생 구단 데이원자산운용의 초대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게 될 것 같다. 
 
프로농구의 역대급 감독 이동과 KGC의 선택에 농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KGC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정상권과 거리가 먼 KBL의 중위권 팀 정도에 불과했으나, 2010년대 이후 최근 10시즌간 3회의 챔프전 우승을 이뤄내며 명문구단으로 도약했다.
 
특히 김승기 감독은 KGC의 전성시대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김 감독은 2015년 이른바 '전창진 사단'의 일원으로 KGC에 코치로 부임했으나 전 감독이 승부조작 스캔들(최종 무혐의 판정)로 낙마하며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김 감독은 감독대행을 거쳐 2016년부터 정식 감독으로 승격되었고 2021-22시즌까지 무려 7시즌간이나 팀을 이끌며 'KGC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초기에는 김승기 감독을 향한 의문부호가 적지 않았다. 코치 경험은 있었지만 감독으로서는 초보였던 데다, 보좌하던 전 감독이 당시 불미스러운 사건에 휩쓸리며 하차한 만큼 김승기 감독 역시 도의적으로 함께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감독으로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시작할 때도 이상범 감독(현 원주 DB) 등 전임자들이 완성해 놓은 리빌딩의 수혜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은 자신의 이름처럼 KGC에 '승리의 기운'을 가져다주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2016-17시즌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 2020-21시즌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 등을 달성하는 위업을 이뤄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김 감독은 재임 7년간 7위에 그친 2018-19시즌과 코로나19로 조기종료되었지만 3위에 오른 2019-20시즌을 제외하고 나머지 5시즌 동안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과 4강 이상의 성적을 이뤄냈다.
 
김승기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우수한 선수층을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간판스타 이정현의 이적과 오세근-양희종의 노쇠화 이후에도 전성현-문성곤-이재도-변준형같은 선수들을 꾸준히 키워내며 팀전력을 탄탄히 했다. 
 
김 감독은 KGC에서 정규리그 367경기 동안 211승 156패 승률 .575라는 기록을 남겼고, 프로농구 역대 최단기간 정규리그 감독 200승과 플레이오프 30승 고지를 돌파하기도 했다. 객관적인 업적에서 그가 'KGC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자, 2010년대 중반 이후만 놓고 보면 KBL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고의 감독이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KGC는 김 감독을 붙잡지 못했다. 2020-21시즌 우승 이후 KGC는 김승기 감독과 재계약했지만 계약기간은 불과 2년이었고 심지어 '1+1 계약'이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과 최초의 2회 우승 감독을 향한 대우치고는 조금 빈약해 보였다. 2021-22 시즌 후반기 들어 데이원의 오리온 인수설이 농구계에 퍼지면서 김 감독이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였다.
 
KGC는 전통적으로 농구단에 큰 돈을 쓰는 팀이 아니다. 물론 자생력이 부족하여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프로농구판에서 재벌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두지 않은 이상은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GC가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인재복'과 '가성비'에 있었다. 비록 탱킹에 가까운 꼼수를 쓰기도 했지만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우수한 선수들이 끊이지 않았고, 외국인 선수도 제러드 설린저같은 역대급 선수를 고르는 안목이 빼어났다. 또한 KGC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한 이상범-유도훈-김승기같은 역대 사령탑들 중 다수가 지금까지도 KBL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올라섰다.
 
김승기 감독의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아 뜻밖의 대박을 터뜨린 사례라면, 김상식 감독은 KGC와 이전부터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김 감독은 KGC의 전신인 안양 SBS 스타즈에서 선수생활을 보냈고 은퇴 후 코치와 감독대행까지 거쳤다.
 
김상식 감독은 현역 시절 KBL을 대표하는 슈터 출신이지만 지도자 경력은 순탄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KGC를 포함하여 오리온, 서울 삼성 등을 거쳤지만 정식 감독보다 감독대행 경력이 훨씬 더 풍부하다.
 
코치로서 활약하다가 전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하면서 김상식 감독이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았으며 감독대행 경력만 무려 3번으로 이는 KBL 역대 최다 기록이다. 심지어 국가대표팀에서도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부진과 논란으로 허재 감독이 물려나면서 코치였던 김상식 감독이 그 뒤를 이어받아야 했다.
 
김 감독은 KBL에서 감독대행과 정식 감독 시절을 포함하여 총 3팀을 거치며 정규리그 5시즌 동안 107경기 39승 68패, 승률은 .364에 불과하다. 본인이 지휘봉을 잡고 플레이오프에 올라본 경험은 전무하다.

프로 사령탑으로서의 복귀는 서울 삼성 감독대행 시절이던 2013-14시즌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전희철(SK)-조상현(창원 LG)-은희석(삼성) 등 젊은 감독들로 점점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KBL의 흐름과 비교할 때, 어느덧 50대 중반의 김상식 감독의 선임은 시대에 역행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작년까지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역임했기에 실질적인 공백기는 그리 길지 않고, 대표팀에서 KGC 선수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강점이다. 하지만 우승후보급 전력으로 꼽히며 당장 '윈 나우'를 추구해야 하는 KGC의 기대치를 감안할 때 커리어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KGC는 오세근이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고, 전성현은 FA가 됐다. 이들과 변준형-문성곤 등이 아직 건재할 때 우승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KGC의 결정이 다음 시즌 이후 구단의 향방과 리그 판도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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