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로커>의 출연 배우들.

영화 <브로커>의 출연 배우들. ⓒ CJ ENM


한국 남자 배우 중 송강호는 단연코 칸영화제 단골손님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찾은 그는 무려 일곱 번째로 칸 해변을 밟게 됐다. 2019년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았던 그는 이번엔 베이비 박스 속 아기를 데려다 구매자에게 팔려는 브로커 일당 상현을 연기했다.
 
가족 이야기를 꾸준히 탐구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의 만남의 결과물은 사뭇 논쟁적이다. 지난 26일 최초 공개 후 다양한 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현지 시각)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 뒷골목에 가면 파라솔이 있는 포차가 있는데 거기서 생맥주를 마시면 그렇게 운치가 있다"며 제법 여유로운 표정으로 먼저 그가 말을 건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모두 섭렵할 정도로 팬이기도 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매 촬영 때마다 의견을 나누는 등 적극적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송강호를 캐스팅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었다고 한다. 촬영에 앞서 조언을 구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송강호에게 무조건 맡기면 된다. 태양 같은 존재가 현장을 비추고 있어 촬영이 잘 될 것"이라고 말한 사연은 이젠 제법 유명한 일화가 됐다.
 
감독이 이 영화를 구상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 또한 신부복을 입은 송강호가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브로커>에서 송강호의 존재는 중요하다. 그가 연기한 상현은 브로커 일당의 악함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아이에게 만큼은 진심인, 선함 또한 내포하고 있다. "<기생충> 속 기택이 생계형 가장이었다면 이번엔 쓸쓸한 소시민"이라며 그가 말을 이어갔다.
 
"가정에서의 상처가 있고 버림받은 사람이다. 겉으로는 브로커라는 이상한 일을 하고 있지만, 늘 따뜻한 가정을 그리워하고 애틋한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브로커 일원인) 동수(강동원 분)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였고, (우성의 엄마) 소영(이지은 분)도 슬픈 과거사가 있잖나. 그런 인물들이 만나 마음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여행을 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형사들(배두나 분, 이주영 분)이 말하잖나. 진짜 브로커는 자신들인 것 같다고. 과연 경찰은 이들을 체포할 권리가 있는지 묻게 하는 함축적인 대사다.
 
유사가족을 강조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여러 작품이 있는데 개인적으론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물들이 화해하고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쪽에 가까우니까. 감독님이 워낙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것들로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게 하시잖나. 그러다 보니 제 연기도 뭔가 감정의 전달이나 설명이 아닌 그 문법에 맞는 쪽으로 나온 것 같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두고 아날로그 정서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 전했다. "어떤 속임수나 기술을 쓰기 보단 진심이 담긴, 날 것을 담으려 한다"며 그는 "대사할 때 주변 소음이 나도 그걸 편집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라는 거지. CG도 거의 안 쓰신다"고 말했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26일 오후 7시(현지 시각 기준) 진행됐다. ⓒ CJ ENM


그의 말대로 <브로커>는 그 날 것의 힘을 믿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식으로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가족>으로 2018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힘을 더욱 빼고 만든 영화다.
 
한편 지난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송강호에게 심사 방식에 대한 몇 가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대화하는 편"이라며 그는 "집행위원장이나 조직위원장 등이 심사과정에서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순간에 투표로 딱 정하기에 토론에서 자기주장만 하진 않는다. 어떤 평론가분이 칸영화제의 정치성을 언급하곤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아니다. 그리고 <스크린 데일리> 등에서 높은 평점을 받아도 상을 하나도 못 받을 수도 있다. 작년 <티탄>의 점수가 중하위였는데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수상결과다."
송강호 칸영화제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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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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