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지난 26일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형사록 시즌2>(이하 <형사록2>)가 7, 8회 공개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시즌1 첫 공개를 시작으로 9개월여에 걸친 노형사 김택록(이성민 분)의 고군분투도 마무리를 지었다. 총 16부작으로 소개된 <형사록>은 그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수사 스릴러 드라마와는 차별화된 내용으로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구독자 숫자에서 열세에 놓인 디즈니플러스 공개는 마지막까지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 작품을 애청해온 이들에겐 "올해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가 자연스럽게 쏟아졌다.

의문의 존재 '친구'로부터 조여드는 압박, 동료 경찰들의 죽음에서 비롯된 고통을 이겨낸 김택록은 기어코 악의 끝판왕, 금정회와 수장 최도형(정진영 분)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으로 그는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8회에선 김택록 역을 맡은 이성민은 극에 대한 몰입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형사, 최후의 일전을 준비하다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경찰이 되지 말았어야 했어. 그것부터 잘못된 거였어."(김택록의 독백)

​8회의 시작은 시즌1 최종회에서 의문의 총탄을 맞고 희생된 '친구'의 하수인 국진한 형사(진구 분)의 환영(幻影)을 만난 김택록의 울부짓음으로 채워졌다. 차라리 형사가 되지 않았다면 행복한 가정을 꾸리면서 편하게 살아갔을텐데라는 후회가 찾아왔을 것이다. 고시원 쪽방에서 잠을 깬 김택록은 이내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씩 금정회의 실체와 관련된 증거들을 속속 수집하면서 상대를 압박하기 시작한 택록, 이성아(경수진 분), 손경찬(이학주 분) 등의 수사는 점점 악의 중심부로 한걸음 다가갔다. 물론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금정회, 그리고 최도형이 아니었다.

​과거 연주현 팀장(김신록 분)의 부친 연상훈 형사 살인사건과 관련된 증거물이 하나 둘씩 등장하자 최도형은 조직을 살리기 위해 금오경찰서 백성일 서장(정해균 분), 자신을 배신한 차실장(최병모 분) 등을 차례로 제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의 총구는 연주현, 그리고 김택록에게 향했다.

열혈 형사 김택록 vs. 최도형, 그들이 갈라선 이유는?​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한때 "오무사(오늘도 무사히)"라는 사모임을 만들고 절친처럼 지냈던 기동수사대 시절 김택록과 최도형은 어디서부터 엇갈리게 된 것일까? 7회의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십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저 술 한 잔 기울이고 동료 어머니 수술비 보태주던 평범한 모임이 범죄조직으로 탈바꿈한 건 우연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범죄자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후배 형사의 다리가 절단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동료들은 택록을 책망했다. 그러는 사이 최도형을 위시한 몇몇 형사들의 마약 범죄자에 대한 독직폭행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열려 최도형과 김택록이 소환되었다.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게 된 김택록은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본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금오시로 낙향하고 만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현재로 되돌려졌다. 재단 이사장이 된 최도형은 경찰 강화 법안을 만들고 경찰들의 힘을 키우고자 생각했다.  

범죄자들을 잡는 데 윗선 눈치 봐야 하고 정작 현장에선 총을 쓰지도 못한 채 동료들이 다치는 현실에 분노한 그는 오무사를 금정회로 탈바꿈시킨 후 엄청난 조직으로 만들어 놓았다.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고자 정계 진출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의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최도형은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찰들을 죽인 범죄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기어코 성공한 노형사의 목숨 건 수사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수많은 무고한 경찰들을 희생시킨 최도형과 그 일당이었지만 김택록 만큼은 그동안 건드리지 않았었다. 이건 과거 모임에 대한 옛 정 때문이었지만 이제 자신의 성공을 가로막는 대상이 된 지금, 최도형에게 김택록은 이제 반드시 없애야 할 존재였다.

​어느새 연주현을 인질 삼은 최도형을 향해 김택록은 총구를 겨누지만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선뜻 총을 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최도형의 총탄을 맞고 택록은 피 흘리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 순간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던 우현석 형사(김태훈 분)이 차량 옆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비춰졌다.

"근데 형 아직은 아니야. 아직은 심장이 터지도록 뛰어야 한다고 나랑 약속해요. 그러겠다고." 
"또 봅시다. 내일은 너무 빠르고 30년 뒤는 너무 늦고 적당한 때에... 갈게요 형."(우현셕)


​이때 택록 앞에 보였던 우현석의 모습은 그를 데려가려던 '저승사자'였겠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 있는 택록을 남겨준 채 현석은 홀로 차 밖으로 내려 쓸쓸히 사라진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김택록은 자신의 혈흔이 담긴 권총을 들고 최도형의 정당 입당 행사장에 들어갔다. 기어코 금정회와 그 일당을 체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먹먹함 안겨준 마지막회​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형사록2>의 마지막을 장식한 8회는 인상적인 시작과 끝을 담으며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안겨줬다. 국진한, 우현석 등 먼저 떠난 이들과의 재회는 동료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린 김택록의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뒤이어 들려온 "아직은 뛰어야 한다"는 우현석의 말 한 마디는 지금까지 금정회를 잡기 위한 김택록이 지금까지 버티고 달려온 끈질긴 수사의 동기 부여와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넘어 기어코 악의 축을 무너뜨렸다.

​처절했던 범죄 현장을 떠난 노형사의 마지막 근무지는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 파출소였다. 그곳에서 손수 딸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내려가는 김택록의 모습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여유로움 마저 느껴졌다. 동네에 소란이 났다는 어느 노인의 부름을 받은 파출소장 택록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고쳐 쓰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김택록은 현장으로 달려가는 삶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디즈니플러스 '형사록 시즌2'의 한 장면. ⓒ 디즈니플러스

 
매 회마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를 담은 <형사록2>는 시즌1에선 숨겨졌던 악의 실체를 드러내면서 이에 맞선 노형사의 처절한 수사를 생생하게 화면으로 그려냈다. 이성민의 흡인력 강한 연기는 김택록이라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총 16부작을 관통하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적에게 힘 한 번 못 쓴 채 밀릴 수밖에 없었던 노형사는 시즌2에선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그들에게 맞써 싸웠다.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어느 경찰의 그릇된 생각이 십수 년에 걸친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고 뒤늦게 이를 막고자 나선 동료 형사의 처절함은 비로소 해피엔딩으로 마감짓게 되었다.

​이성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한 정진영, 주진모, 김신록, 경수진, 이학주, 김재범 등 주·조연 배우들은 이 드라마의 탄탄한 기둥이 되어줬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정체를 순순히 드러내지 않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했음에도 큰 무리 없이 극에 녹아 내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이들의 가장 큰 공로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형사록2 OTT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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