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EASY'를 발표한 르세라핌

새 음반 'EASY'를 발표한 르세라핌 ⓒ 쏘스뮤직/하이브

 
데뷔 이래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르세라핌(사쿠라-김채원-허윤진-카즈하-홍은채)이 새 음반 <EASY>를 내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개된 미니 3집 <EASY>는 이전까지 르세라핌이 보여준 음악에서 탈피한, 변화된 사운드로 가득 채웠다. 그동안 르세라핌은 비장미 넘치는 콘셉트와 사운드, 퍼포먼스 등으로 자기 색깔을 보여준 팀으로 평가받았다.

쉽게 부서지지 않는 견고한 금속성 재질의 강인함을 드러내온 음반들은 데뷔와 동시에 확실하게 국내외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발표한 디지털 싱글 <Perfect Night>부터 약간의 노선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첫 번째 영어 곡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특별한 프로모션 및 활동이 없었음에도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 인기를 얻었다.   

​듣기 쉽고 가벼운 팝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노래 'Perfect Night'이 역주행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르세라핌이 아닌, 업그레이드가 단행되었다. 여세를 몰아 4개월여 만에 공개된 신작 <EASY>는 아예 판을 새롭게 짰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결을 달리하는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롭게 판을 짠 사운드 변화​
 
 르세라핌 신곡 'EASY' 뮤직비디오

르세라핌 신곡 'EASY' 뮤직비디오 ⓒ 쏘스뮤직/하이브

 
늘 그랬듯이 르세라핌 음반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첫 곡 'Good Bones'는 세계 각국 언어를 활용한 내레이션으로 채웠다. 하드록 성향의 강한 비트로 구성된 이 트랙은 르세라핌이 그동안 달려온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두 번째 트랙이자 타이틀곡 'Easy'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오마주한 듯한 뮤직비디오 속 숨겨진 메시지와 강렬한 댄스 퍼포먼스는 여전히 단단함이 느껴진 데 반해, 음악적인 측면에선 기존 노선을 탈피했다.

느린 템포의 간결한 드럼 비트뿐만 아니라 나른한 멜로디 전개, 창법 등은 전작 달콤한 맛으로 오감을 즐겁게 만든다. 쉽고 편안하다는 사전적 의미처럼 'Easy' 속 사운드의 결은 그 어느 때 이상으로 부드럽게 가공되었다.

​이와 같은 기조는 뒤이어 등장하는 수록곡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에코 이펙터를 입힌 기타 반주로 채워진 'Swan Song',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이지 리스닝 성향을 반영한 'Smart' 등은 간결해진 사운드로 그동안 들어왔던 르세라핌 표 음악의 틀을 바꿔 놓는다. 팬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We Got So Much' 역시 최소한의 악기들만 활용하면서 여백의 미를 강조한다.  

방시혁 의장 적극 참여, 해외 트렌드 반영
 
 르세라핌 신곡 'EASY' 뮤직비디오

르세라핌 신곡 'EASY' 뮤직비디오 ⓒ 쏘스뮤직/하이브

 
신보 <EASY>의 작업에는 하이브의 수장 방시혁 의장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음공주처럼 불러달라"(홍은채), "시리고 시니컬한 느낌으로 불러달라"(허윤진), "이번 앨범은 보컬이 중요해서 녹음이 더 오래 걸릴 거다. 미리 미안하다"(사쿠라) 등 각 멤버들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디렉팅을 줄 정도로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는 방의장 및 하이브가 이번 음반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ANTIFRAGILE' 등 망치로 철문을 부수는 듯 르세라핌의 파괴력 강한 음악을 기대했던 팬들에겐 다소 의아한 방향일 수 있다. 이는 다분히 최근 해외 시장에서 선전 중인 '듣기 편하고 쉬운 멜로디' 조합의 K팝 기조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공개 직후 팬들의 반응이 다소 엇갈리고 있는 점 또한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ASY>를 앞세운 르세라핌의 변신은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멤버들의 끈끈한 결속력 만큼은 여전히 유지되면서 다양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당당함 만큼은 장르적 변화에 구애받지 않고 여전히 중심을 지탱한다. 유연함이라는 또 다른 무기를 장착한 이 팀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르세라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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