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지옥의 태국 원정에서 값진 승전보를 울렸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6일 오후 9시 30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3승 1무(승점 10)을 기록한 한국은 C조 선두 자리를 지켜내며 3차 예선 진출에 다가섰다. 

전반전 : 답답한 흐름에도 이재성 선제골로 리드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이재성이 태국 골키퍼에 막히고 있다.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이재성이 태국 골키퍼에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이 최전방에 위치하고, 2선은 손흥민-이재성-이강인이 자리잡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황인범-백승호, 포백은 김진수-김영권-김민재-김문환,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전반 초반은 태국이 좀더 날카로웠다. 전반 2분 뽐판의 전진 패스를 받은 사라찻의 박스 안 슈팅은 크로스바를 넘겼다. 

시작 10분까지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인 한국은 전반 13분 중원에서 황인범의 정교한 패스로 찬스를 엮어냈다. 손흥민이 잡아놓고 왼발 슈팅으로 가져갔지만 수비수 태클에 걸렸다. 

답답했던 흐름을 깬 것은 전반 19분 이강인의 환상적인 스루 패스 한 방이었다. 수비 뒷 공간으로 쇄도하던 조규성이 골키퍼를 제치고 문전으로 슈팅했다. 분마탄이 골 라인 앞에서 저지했지만 쇄도하던 이재성이 밀어넣었다. 

이후 태국은 후방에서 차근차근 점유율을 늘리며 빌드업을 했다. 한국은 무리하지 않고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며 태국의 공세를 견뎌냈다. 

태국은 전반 39분 코너킥 상황에서 한국 수비를 위협했다. 장신 수비수 헴비분의 헤더는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42분 집중력 부족으로 위기를 좌초했다. 김문환의 스로인이 부정확하게 연결되면서 백승호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흘렀다. 이어 아크 정면에서 윙고른의 강력한 슈팅을 조현우가 쳐냈다. 전반전은 한국의 1-0 리드로 종료되었으나 슈팅수 3개의 답답했던 흐름이었다. 

후반전 : 손흥민-이강인, 추가골 합작 후 격한 포옹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후반전 팀 두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이강인 등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4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후반전 팀 두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이 이강인 등 동료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백승호 대신 박진섭을 투입했다. 태국은 강하게 올라오며 동점을 노렸다. 후반 3분 봉콤의 슈팅은 조현우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오히려 한국은 후반 9분 한 골을 달아났다. 중앙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오픈된 손흥민에게 빠른 템포로 패스했고, 손흥민은 수비수 한 명을 스텝 오버로 제친 뒤 강력한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손흥민과 이강인은 격하게 껴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11분 조규성 대신 주민규를 투입하면서 공격진을 정비했다. 한국은 공을 빼앗는 즉시 빠른 카운터 어택으로 태국 수비를 공략했다. 후반 29분 황인범, 이강인, 김문환 대신 정호연, 송민규, 설영우가 남은 시간을 책임졌다. 

후반 34분 손흥민이 먼 거리에서 단독 역습에 이은 중거리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37분 세 번째 골이 터지면서 승부는 한국으로 기울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진수가 올린 크로스를 김민재가 머리로 떨궜다. 이후 박진섭이 시원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라인을 올리고 공격에 올인하는 태국을 맞아 후반 43분 다시 한 번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송민규의 크로스를 받은 손흥민이 핸드볼 파울 판정을 받으며 좌절했다. 리플레이 결과 손흥민의 팔에 닿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는 한국의 3골차 대승으로 종료됐다. 

아쉬운 홈 무승부 딛고 태국 원정서 시원한 대승 

아시안컵에서 실패를 맛본 한국 축구는 이번 태국과의 2연전을 통해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 21일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로 치는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제 아무리 준비할 시간이 짧았다더라도 피파랭킹 101위의 태국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축구팬들을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수비 집중력, 골 결정력 부족은 아시안컵때와 다르지 않았다. 25개의 슈팅 시도에도 태국의 골망을 가른건 단 한 차례였다. 

한국 원정에서 승점 1을 따내며 자신감에 찬 태국은 이번 홈 경기를 승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5만석이 모두 매진될만큼 태국 팬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한국은 이 경기를 앞두고 총 21번의 태국 원정에서 11승 2무 8패를 기록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태국 원정은 험난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홈 경기와 비교해 이강인, 김문환, 조규성 등 3명을 바꾼 라인업을 내세웠다. 결과적으로 최고의 판단이었다. 경기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대량 득점 승리를 거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이후 15개월 만의 A매치에 나서 오른쪽 풀백 김문환은 활발한 오버래핑과 속도감 있는 움직임으로 공수에서 두드러졌고, 박진섭은 A매치 데뷔골을 맛봤다. 

무엇보다 이날 최고의 관심사는 이강인의 출전 여부였다. 사실 이강인은 지난 아시안컵 대회 도중 주장 손흥민과 충돌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선수단 내부 다툼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크게 번졌고, 이강인은 국민적인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이강인은 손흥민을 비롯해 팀 동료, 팬들에게 사과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3월 A매치에 발탁했다. 

이강인은 가장 뒤늦게 팀에 합류한 탓에 지난 태국과의 홈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로 출전했지만 이번 태국 원정에서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강인은 황선홍 감독의 기대에 멋지게 부응했다. 이재성의 선제골 상황에서는 멋진 스루패스로 기점 역할을 해냈고, 손흥민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하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강인의 패스, 손흥민의 슈팅 마무리는 축구팬 모두가 원하는 장면이었다. 아시안컵에서 논란을 겪었던 두 선수는 골을 합작한 후 격하게 포옹했다. 한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라 할 수 있는 손흥민-이강인 콤비의 부활은 이번 태국과의 2연전에서 얻은 최고의 수확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라자망갈라 스타디움, 태국 방콕 - 2024년 3월 26일)
태국 0
한국 3 - 이재성 42' 손흥민(도움:이강인) 54' 박진섭(도움:김민재) 82'
 
선수명단
한국 4-2-3-1 : GK 조현우 - 김문환(74'설영우),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황인범(74'정호연), 백승호(46'박진섭) - 이강인(74'송민규), 이재성, 손흥민 - 조규성(56'주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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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이강인 월드컵 태국 황선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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