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지아 선수

김연경-지아 선수 ⓒ 한국배구연맹

 
'반전의 반전' 드라마였다. ​

뜨거운 관심 속에 펼쳐진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배구 플레이오프(PO)가 흥국생명이 정관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면서 막을 내렸다.​

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두 팀의 승패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전망이 팽팽했다. 또한 두 팀 모두 최근 기세가 매우 좋았다. 경기력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

실제로 흥국생명은 5~6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게 2번 연속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정관장도 5~6라운드에서 현대건설에게 2번 연속 3-2로 승리했다. ​

관심의 초점은 지난 22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였다. V리그 20시즌 역사에서 여자배구 플레이오프는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100%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

예상대로 1차전 승부는 팽팽했다. 최대 분수령은 세트 스코어 1대 1 상황에서 맞이한 3세트였다. 그것도 정관장이 22-16으로 앞서면서 승패가 거의 기울어진 상태에서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흥국생명이 세트 막판 6점 차이를 뒤집고 25-23으로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은 전위에서는 공격, 후위에서는 결정적인 디그를 연거푸 성공시키면서 역전극을 주도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윌로우 25득점, 김연경 23득점, 레이나 18득점으로 공격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 반면, 정관장은 지아가 31득점으로 분전했지만, 주 공격수 역할을 해야 할 아포짓 포지션의 메가가 결정적인 순간에 범실을 쏟아내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메가는 이날 20득점을 기록했지만, 공격 효율이 7.3%에 그치고 말았다.​

최대 분수령, 1차전 3세트 '대역전극'

1차전이 끝나자, 플레이오프는 2차전에서 쉽게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그러나 또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

이번에는 흥국생명 선수들이 1차전과 정반대로 집단으로 뭔가에 홀린 듯 크게 부진했다. 유일하게 김연경만 20득점, 공격 성공률 50%, 공격 효율 47.6%로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 반면, 정관장은 지아 30득점, 메가 25득점으로 쌍포가 맹활약했고, 조커로 투입된 김세인이 수비와 공격에시 눈부신 활약을 하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관장이 '1차전 패배 팀 0%의 기적'을 만들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반면,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이어 2년 연속 '0% 기적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몰렸다. ​

V리그 여자배구 선수 중 '유일하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전 경기, 전 세트를 풀로 뛴 김연경이 극심하게 체력을 소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전망은 더욱 힘이 실렸다.

2차전-3차전, 놀라운 정도로 '정반대 현상'

그런데 3차전에 또다시 대반전이 일어났다. 두 팀의 경기력이 놀라울 정도로 2차전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특히 체력이 가장 우려됐던 김연경이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팔팔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

김연경은 3차전에서 21득점, 공격 성공률 54.6%, 공격 효율 39.4%로 3개 부문 모두 양 팀 윙 공격수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리시브 효율 62.5%로 양 팀 선수 통틀어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

여기에 윌로우, 레이나도 준수한 활약을 하면서 공격 삼각편대가 활발하게 가동됐다. 또한 세터 이원정도 안정적인 토스와 경기 운영을 했고, 수비에서도 뛰어난 디그를 선보였다. 미들블로커 김수지도 중요한 순간에 지아 공격을 막아내고, 서브 득점을 하면서 큰 보탬이 됐다.​

반면, 정관장은 1~2차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던 지아마저 12득점, 공격 효율 12.8%로 무너졌다. 메가도 16득점, 공격 효율 20%를 기록하며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했다. 2차전에서 영웅이 된 김세인도 공격과 수비 모두 크게 부진했다.​

정관장 선수들은 체력이 떨어진 데다 '이 경기만 이기면 챔프전에 진출하고 새 역사를 쓴다'는 생각까지 겹쳐 몸놀림이 전반적으로 경직돼 보였다. 그러다 보니 공격에 힘이 실리지 않고, 수비에서도 민첩성이 떨어져 안 해도 될 범실이 많아졌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보듯, 큰 경기일수록 '독사 같은 냉철함과 평정심 유지' 등 멘탈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주였다. ​

'최고 혹사' 36세 김연경... PO 6개 부문 1위 '충격'
 
 '철쭉 응원단'... 흥국생명 관중들이 26일 플레이오프 홈경기에서 분홍색 천으로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철쭉 응원단'... 흥국생명 관중들이 26일 플레이오프 홈경기에서 분홍색 천으로 열광적인 응원을 펼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비록 최종 승자는 흥국생명이었지만, 플레이오프 1~3차전 모두 팬들의 긴장과 흥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정도로 양 팀 모두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그만큼 볼거리도 풍성했다. 특히 배구 전문가와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36세 김연경'의 변함없는 세계 최정상급 기량에 놀라움과 감탄사를 쏟아냈다.​

실제로 이번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 서브, 오픈 공격, 퀵오픈, 서브 리시브, 디그 등 무려 6개 부문에서 양 팀 선수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공격 효율도 양 팀 윙 공격수 중 압도적 1위였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것이다. 그것도 3경기 모두 기복 없는 맹활약을 했다.​

정관장 선수들의 투혼도 빛났다. 이소영, 정호영 선수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원팀으로 뭉쳐 2차전 승리를 이끌어냈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만 하면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지난해 PO보다 시청률 급등... 뜨거워진 챔프전

김연경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냐, 정관장의 새 역사냐는 그 자체로 뜨거운 이슈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흥행 수치로도 증명됐다.​

27일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흥국생명-정관장의 플레이오프 3경기의 케이블TV 평균 시청률은 '전국 케이블 가구 기준'으로 2.15%를 기록했다. 1차전 2.06%, 2차전 2.36%, 3차전 2.03%였다. 이는 지난 시즌 여자배구 플레이오프 평균 시청률 1.72%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

특히 26일 열린 3차전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여자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과 같은 시간대에 다른 4개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시청률 조사 회사인 닐슨코리아가 27일 공개 발표한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자료에 따르면, 26일 여자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은 1.83%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이날 케이블TV 전체 프로그램 중 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같은 시간대에 생중계된 프로야구 4경기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건, 롯데-KIA 경기로 1.59%로 나타났다. 다른 3경기는 20위권(0.97%) 안에 진입하지 못했다.

​한편, 26일은 밤 9시 30분부터 지상파 방송사 2곳에서 월드컵 축구 아시아 2차 예선 한국-태국의 경기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대형 스포츠 경기가 많았음에도 V리그 여자배구 플레이오프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음을 보여준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여자배구 챔피언결정전은 28일 오후 7시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현대건설-흥국생명 맞대결로 시작된다. 이날 1차전으로 시작으로 4월 5일 5차전까지 예정돼 있다. 물론 챔피언결정전은 5전 3선승제이기 때문에 그 전에 종료될 수도 있다. ​

챔피언결정전도 '김연경-양효진 절친 대결' 등 플레이오프 못지않게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많아 벌써부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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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레이크뉴스에도 송고합니다.
김연경 흥국생명 KOVO V리그 정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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