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올스타리그로 잠시 숨을 돌렸던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두 번째 컵대회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제2회 SBS컵대회 1차전 FC 개벤져스 대 FC 아나콘다의 대결로 꾸며졌다. 지난해 8월부터 약 3개월 가까이 진행되었던 토너먼트 방식의 SBS컵 1회 대회에선 예상을 깨고 당시 '방출팀' 발라드림이 강호들을 연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약 8개월여 만에 열린 컵대회 첫 경기에선 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방출팀'의 깜짝 돌풍이 연출되었다. 챌린지리그 최하위에 그쳐 다음 시즌 출전이 정지된 개벤져스가 무려 4골을 몰아 넣으며 아나콘다에 4대 0 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당초 두 팀의 경기는 박빙 접전이 예상되었다.

아나콘다가 <골때녀> 참가 이래 거둔 2승이 모두 개벤져스를 상대로 기록한 데다 두 팀의 방출 여부를 결정 짓는 시즌 최종전에서도 아나콘다가 승리를 차지했기에 대등한 승부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려퍼진 후 내용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주시은-허민 복귀... 이나연-이은형 하차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양팀 모두 각각 선수 변동이 생겼다. 아나콘다에선 컵대회와 챌린지리그 등 두 번의 시즌을 치른 이나연이 하차했고 대신 무릎 부상 및 피로 골절로 재활에 전념했던 '주바페' 주시은이 약 8개월여 만에 돌아왔다. 개벤져스에선 주전 수비수 이은형이 첫 아이를 임신하면서 그 빈자리를 메우고자 한동안 임대 멤버 형태로 활약했던 허민이 돌아왔다.

이전까진 GK로 활동했던 허민은 이번 대회에선 필드 플레이어로 출전하게 된다. 한때 남편과 자녀들이 있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그라운드를 누볐던 허민은 이번 대회 준비를 위해 서울에 방까지 구하면서 오직 축구에만 전념을 기울였다.

한편 제2회 SBS컵대회는 그동안 호흡을 맞췄던 감독-선수단 변동 없이 치르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회 종료 후 개최되는 슈퍼리그 및 챌린지리그에선 모든 팀의 지도자가 대폭 이동할 예정이다. 사제 사이의 마지막 시합이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 속에 두 팀은 필승의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각성한 개벤져스, 소나기 골로 6강 진출 성공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개벤져스의 방출을 겪어 본 조재진 감독은 스피드와 체력을 겸비한 허민을 기존 포지션인 골키퍼 대신 필드 플레이어로 투입하면서 빠른 공수 전환을 염두에 뒀다. 올스타리그를 계기로 슬럼프에서 탈출한 오나미가 여전히 최전방을 누비면서 상대 진영을 압박했고 그 결과 선취골을 만들어 냈다.

오나미-김승혜로 이어진 공이 아나콘다 GK 오정연의 몸에 맞고 튀어나오자 뒤따라오던 허민이 지체없이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뒤이어 김혜선까지 추가골을 넣어 전반을 2대 0으로 끝마친 개벤져스는 후반에도 여전히 거세게 아나콘다를 몰아붙였다.

허민이 첫 득점과 비슷한 장면을 연출하며 팀의 세 번째 골을 만들었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역습 공격을 통해 김승혜가 마무리 골을 성공시켰다. 개벤져스로선 수개월 전 챌린지리그 패배 및 방출의 아픔을 단숨에 날려 버린 완벽한 승리를 완성했다. 제일 먼저 6강 토너먼트에 진출한 개벤져스는 원더우먼 대 구척장신의 승자와 4강 진출권을 놓고 맞붙게 된다.

방출팀의 절치부심 vs. 만년 하위팀의 더딘 성장... 엇갈린 명암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17일 방영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예상을 뛰어넘은 개벤져스의 선전은 리그 방출이라는 충격이 낳은 반작용이기도 했다. 때마침 재합류한 허민의 가세는 오랜 기간 정체되었던 팀의 플레이를 단숨에 바꿔놨다. 그동안 개벤져스는 기복이 심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팀이었다.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차이가 심하다보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잦았었다.

여기엔 전체적으로 느린 움직임을 지닌 점도 한몫을 차지했다. 하지만 허민이 필드 플레이어로 투입되면서 빠른 공수 전환과 탁월한 위치 선정에 따른 멀티골을 성공시키자 이전과는 다른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 조재진 감독이 강조했던 빌드업과 조직력 극대화가 이제야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반면 어렵게 방출 위기를 극복했던 아나콘다는 너무나 허망하게 1차전 탈락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통산 2승 밖에 거두지 못했던 약체팀의 이미지를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했다. 아나콘다의 더딘 성장은 두 구단의 엇갈린 명암과 더불어 <골때녀> 팀 구성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낸 대목이기도 했다.

프로그램 신설 당시 직업별로 구단을 만들다보니 상대적으로 종사자가 한정적이고 회사원 신분이 많은 아나운서 분야에선 다양한 연예인 중심 타 팀 만큼 전력 보강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은 편이었다. 일부 선수를 제외하곤 기량 향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덧붙이는 글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골때리는그녀들 골때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