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30 07:08최종 업데이트 21.08.3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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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19일 대통령 AMLO가 매일 기자회견에서 대면수업 재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밝히고 있다. 당일 공공교육부 장관 델피나 고메즈 (Delfina Gomez, 사진 좌측으로부터 두 번째)와 UNICEF 멕시코 지부장 페르난도 카레라(Fernando Carrera, 사진 좌측으로부터 세 번째)가 배석하였다. ⓒ 멕시코 대통령궁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내리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지난 7월,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nuel López Obrador, 이하 AMLO)가 8월 중 대면수업 재개를 두고 한 말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간 멕시코에서 대면수업 재개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번번이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승에 발목이 잡혔다.


멕시코는 2020년 3월 모든 학교 시설이 폐쇄된 후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방글라데시와 더불어 학교 문이 가장 오래 닫힌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학교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면수업 재개에 대한 논의는 일찍이 2020년 6월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석 달 만에 '뉴노멀'이란 이름으로 많은 활동들이 정상화를 향해가던 즈음이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가 수그러든 것은 아니었다. 경제활동 제재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정상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던 중이었다. 다만, 학교 문만큼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2021년 5월과 6월, 선거 전후로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잠깐 학교 문을 열긴 하였지만, 자녀들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로 참여는 전체 학생 수의 6%에 그쳤다. 작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연방교육부는 총 17회에 걸쳐 학교 전면 등교와 함께 정상수업 재개에 대한 발표를 거듭하고 또 거듭했지만, 단 한 번도 실행되지 않았다.
 

6월 7일(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등교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 2021년 5월과 6월, 선거 전후로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잠깐 학교 문을 열긴 하였지만, 자녀들의 감염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로 참여는 전체 학생 수의 6%에 그쳤다. ⓒ 연합뉴스

 
학교 문이 가장 오래 닫힌 나라

그러니 멕시코에서 학교가 닫힌 채 흘러간 시간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정확히 17개월째다. 그 사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38만 명으로 기록되었고 감염자는 4백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 중 613명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8월 25일 기준, 멕시코는 보건당국 집계수치에 통계청 보정치를 더한 숫자를 발표한다)

8일 기준 멕시코 국가 아동청소년 보호시스템에 등록된 6만 928명의 미성년 확진자 중 3만 5020명은 12세에서 17세 사이 연령대이며, 1만 4526명 6-11세, 0-5세 1만 1382명이다. 사망자의 경우는 0-5세 연령대에서 가장 치명적인데, 613명 전체 사망자 중 336명이 0-5세 연령에서 발생했다. 미성년 아동 전체 사망자의 54%다. 

다시, 대면수업 재개를 두고 사회적 의견이 팽팽히 엇갈리는 지금 멕시코는 3차 대유행의 혼란 속에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겨울, 산소를 구할 수 없는 대란으로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 나가던 혹독한 시절을 지나왔을 때 이보다 더한 시절은 없으려니 했다. 그런데 올 7월 들어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 속도가 지난 겨울보다 훨씬 날카롭게 치솟기 시작했다. 하루 3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하루 24시간 동안 등록되는 사망자 숫자 역시 한 때 2천 명을 넘어섰다. 연일 기록의 갱신이다.
 

스페인 일간지 <엘 빠이스>(El Pais) 2021년 8월 10일 기사. 8월 8일 기준 코로나바이러스로 멕시코에서 6만 928명의 미성년자가 감염되고 그 중 613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멕시코 국가 아동청소년 보호시스템에 등록된 6만 928명의 미성년 확진자 중 3만 5020명은 12세에서 17세 사이 연령대이며, 1만 4526명 6-11세, 0-5세 1만 1382명이다. 사망자의 경우는 0-5세 연령대에서 가장 치명적인데, 613명 전체 사망자 중 336명이 0-5세 연령에서 발생했다. 미성년 아동 전체 사망자의 54%다. ⓒ El Pais

 
이 와중에 대면수업 재개라니, 그것도 초등학생들에게 우선하여 대면수업을 재개한다니 사회는 벌집을 건드려 놓은 것처럼 어수선하다. 가장 먼저 학부모 단체가 들고 일어섰다.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혹은 40대 성인들이다. 이들은 올해 8월이 되어서야 백신 접종 대상에 본격적으로 포함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멕시코 보건당국은 연일 18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가정이야말로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3차 유행 앞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면수업 재개에 따른 사회적 우려에는 멕시코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스멀스멀 달라붙는다.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이후 마치 판도라 상자가 열린 듯, 그간 이 나라가 안고 있던 숱한 문제들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쏟아져 나왔다. 대면수업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주 오랜 시간 저 깊은 곳에 묻혀 있던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면수업 재개 직전 드러난 충격적 사실

손을 씻을 수 '없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이다. 상수도가 없거나 혹은 하수도가 없거나, 더 심각한 경우는 상하수도는 물론이요, 화장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들이 대면수업 재개를 앞두고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믿기 어려운 일이다. OECD 회원국이기도 한 이 나라의 공공교육기관 상당수가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은 가히 상상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2020년 7월 기준 4만 6151개의 학교가 상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진단이 국가 인권위원회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 이는 전체 학교 수의 20%를 넘어서는 숫자다. 조사 발표 당시엔 코로나 시국의 어수선함 속에 유야무야 묻히는가 싶었다. 그런데 결국 전면 등교가 논의되면서 판도라 상자 속 또 하나의 문제로 튀어나왔다.

상수도뿐이겠는가? 상수도는 어찌어찌 갖췄으나 하수도 시설을 갖추지 못해 기왕의 상수도 시설마저 제대로 쓰임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합하면 전체 학교 수의 42.3%에 달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화장실을 갖추지 못한 학교도 13%나 된다 하니, 과연 이 시국에 학교가 다시 문을 열 수 있을까 심히 의심스럽다.
 

멕시코시티 한 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대면수업 재개를 앞두고 학교 시설에 대한 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 멕시코시티 시청

 
더욱 놀라운 사실은 직전 대통령이었던 엔리케 페냐 니에토(Enrique Peña Nieto) 재임 시절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년간 무려 24억 달러가 교육 개혁이라는 명목 하에 투입되었다는 점이다. 거기엔 교육 시설 인프라 개선도 포함돼있다. 멕시코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정책이었음에도 여전히 상하수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학교가 존재한다는 점은 믿기 어렵다. 오직 멕시코의 지독한 고질병인 '부정부패'라는 답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화장실이 없는 학교라 해서 화장실 자체가 없는 학교는 드물다. 대부분 화장실이 있으나 화장실로서 기능을 못하는 경우다.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탄생한다. 연방정부 혹은 주정부에서 학교 화장실 건축을 위한 예산이 내려온다. 아마 그간 숱하게 내려왔을 것이다. 그 돈으로 화장실을 짓는다. 그런데 다 짓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보이는 곳만 짓는다. 어디든 변기 몇 개 앉혀 놓으면 되는 것이다. 그걸로 끝이다. 변기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과 변기 아래 오물을 처리하는 하수도 시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니 굳이 돈 들여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정 문제가 된다면, 다음 적당한 기회에 다시 화장실 건축 예산을 신청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상수도는 있으되 하수도가 없는, 혹은 변기는 있으나 오물처리 시설이 없는 화장실들이 멕시코 학교 곳곳에 버젓이 양산되었다. 상수도, 하수도, 혹은 화장실뿐이겠는가? 전기가 없는 학교도 5%나 된다. 또한 학교 문이 닫힌 지 불과 1년 반 사이 누수와 침수를 겪지 않은 학교가 거의 없다니, 비교적 최근에 집행되었다는 24억 달러의 행방이 참으로 궁금하다.
 

BBC 2017년 6월 7일자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멕시코 교육기금이 갖는 네 가지 문제점" 기사. 멕시코의 '화장실 없는 학교'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다뤘다. ⓒ BBC 뉴스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면수업을 재개하겠다는 대통령 AMLO의 의지는 단호하다. 학교야말로 모든 학생들에게 공정한 교육의 장이어야 한다는 이유다. 지난 1년 반 사이 3백만 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교육을 중단했다. 교육의 장으로부터 밀려난 것이다. 이들의 학업 중단 이유는 분명하다. 온라인과 통신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필요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은 초등학교 중퇴 혹은 중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인터넷 혹은 통신시설이 있어야만 수업 참여가 가능하고 어린 학생들의 경우 누군가 옆에서 도움을 줘야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곧 교육권의 박탈과 다름 아니라는 점이 대통령의 주장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멕시코의 경우 초등학생은 37%만이 그리고 중학생의 경우 49%만이 온라인 수업에 지장 없이 접속할 수 있는 통신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게다가 멕시코는 OECD 회원국 중에서 인터넷 사용요금은 가장 비싸고 인터넷 속도는 가장 느린 나라다. 그리고 임금 수준은 가장 박하다. 그러니 학생들은 고군분투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모두에게 공평할 수 없다.

대면수업 재개와 관련하여 이어지는 대통령의 주장은 어린 아이들일수록 학교가 다만 공부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학교가 '제2의 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수많은 사회화 과정과 인성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란 점을 강조한다. 대통령은 또 학교야말로 학생들을 가장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곳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등교가 중단된 지난 1년 반 사이 아동 학대와 청소년 연루 범죄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미성년 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가 28만 명에 달한다. 청소년 자살율도 12%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들 앞에, 학교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의 전면 등교 플랜은 오래 전부터 가동되었다. 대통령은 지난 4월 전국 교육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을 발표했다. 제1차 우선 접종 대상자였던 60세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5월 중순까지 빠른 속도로 전국 교육 노동자들에 대한 접종을 완료했다. 7월부터는 대통령이 지방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각 지역 학교들의 실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방역을 위한 시설에 대해서는 예산 우선 지원을 약속했다. 또 부모들을 설득하고 유엔아동기금(UNICEF)의 실질적 협력을 이끌어 냈다.
 

멕시코 일간지 <아니말 폴리티코>(ANIMAL POLITICO) 5월 26일자 기사. 멕시코시티가 6월 중 대면수업 재개 가능성을 두고 각 학교 실태조사를 한 내용을 다뤘다. 기사 제목은 "화장실이 없고, 벽에 금이 가고, 지붕에 물이 새는 학교들이 6월 7일 대면수업 재개에 제동을 걸고 있다"이다. ⓒ ANIMAL POLITICO 뉴스 캡처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정한 등교 D-day는 8월 30일이다. 등교가 강제조항은 아니라는 전제가 더해졌다. 167만 명의 노조원으로 구성된 멕시코 전국 교원노조가 대통령의 대면수업 재개를 지지하고 나서고 학부모의 40%가 등교에 찬성하지만, 대면 수업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3차 유행 속에 D-day 닷새 전인 8월 25일 하루 동안 2만 1250명이 확진되고 986명이 사망했다.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는 기세다.

대통령의 말대로, 학교 문을 열고 학생들에게 등교를 허락하는 일이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번개가 내리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하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이미 떨어져 나간 3백만 명의 학생들에게 '열린' 학교가 있었다면 그들의 상황이 조금은 덜 절망적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 문을 열겠다는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하루에 2만 명 이상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작금의 기세를 뚫고 나아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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