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1.02 12:55최종 업데이트 21.11.02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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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운영하는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알렉 볼드윈이 죽인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 ⓒ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홈페이지


한 쇼핑몰에 신상 티셔츠가 올라왔다. 27.99달러짜리 이 티에는 문장 두 개가 커다랗게 인쇄되어 있다. 

"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알렉 볼드윈이 죽인다"


알렉 볼드윈은 우리가 아는 그 배우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 NBC 풍자 코미디 SNL에서 트럼프를 연기했던 63세의 연기파 배우. 2주 전 영화 리허설 현장에서 알렉 볼드윈이 발사한 총에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비극적 사고에 대한 조롱이었다.

이 쇼핑몰의 주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다. 그 메인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다른 상품 문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 

"파우치(미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는 구라꾼"
"누구에게나 미치광이 낸시(미 하원의장) 이모 하나쯤은 있잖아"

'진실'이란 이름의 트럼프 플랫폼

전 대통령 아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엔 백신에 대한 불신과 현 정부에 대한 반감 가득한 문구의 상품들로 가득하다. 그중 다양하게 인쇄된 FJB, Let's go Brandon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앨라배마에서 열린 NASCAR 대회 우승자 브랜든 브라운 TV 인터뷰 중 관객들이 구호를 외치자 리포터가 팬심이라 생각해 "Let's go Brandon"이라고 전했는데, 그들이 외친 구호는 조 바이든에 대한 욕설이었다).

트럼프의 아들은 쇼핑몰 접속자에게 호소한다. 이메일 리스트에 등록하는 것은 검열과의 싸움에 큰 힘이 된다고. 

규모면에서 아들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소셜 미디어 플랫폼 출시를 준비 중이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자신을 차단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기업들과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 10월 12일, 트럼프는 새 벤처기업 발표 성명을 낸다.  

"트위터에선 탈레반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대통령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1월 6일 의사당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벌어졌고 그로 인해 자신이 억울하게 졌다고 연설했다. 직후 발생한 의사당 폭동은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 네트워크에서 트럼프 계정이 폐쇄된 이유다. 

"너무나 오랫동안 빅 테크들은 우리 보수의 목소리를 억압해 왔습니다. 오늘 밤 저의 아버지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플랫폼 제작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트럼프의 장남은 지난 10월 20일 <폭스뉴스>에 나와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아버지의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으로 자신을 차단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빅 테크 기업들과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TRUTH Social

 
그러나 자신에 찬 발언과는 달리 10월 21일 로이터 통신은 아직 어떠한 거래도 체결된 것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날 <워싱턴 포스트>도 트럼프 미디어 출범 선언 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테스트 버전에 침입한 해커들이 트럼프 이름으로 된 계정에 돼지 사진을 게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NPR)은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엔 익숙하게 보아 온 트럼프식 자신감이 있지만, 이 벤처의 지속 가능성과 세부 사항이 불분명하다고 전한다. 그러나 관련 업체 주가는 폭등했고 그 상당 부분이 트럼프에게 가게 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합리적 공화당원의 입지

"글렌 영킨은 카키색 옷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입니다. 그는 합리적인 공화당원이 아닙니다. 트럼프의 애완견이 버지니아 주지사가 될 수 있을까요? 절대 안 됩니다." 

10월 23일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원 유세에 나선 버지니아 주지사 유세 현장에서 민주당 후보 테리 매콜리프가 목소리를 높였다. 11월 2일 실시되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대리전 양상이 되어 버렸다. 민주당의 아성이었던 이 지역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재산 5000억 원의 억만장자로 세계적 사모펀드 그룹 대표 출신이다. 26일엔 바이든 대통령까지 버지니아로 출동해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버지니아커먼웰스 대학에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테리 매콜리프 후보를 지지하는 유세를 벌이고 있다. 버지니아주 주지사 선거가 11월 2일 실시되는 가운데 현재 매컬리프 후보와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10.23 ⓒ 연합뉴스


그러나 투표 하루를 앞둔 두 후보의 지지율은 막상막하. 공화당 후보가 막판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정치 경험 없는 공화당 후보의 상승엔 바이든 대통령의 실정도 한 몫했다. 아프간 철군, 백신 의무화 논란, 인플레 등의 실질적인 문제가 집권당에 대한 실망을 높이는 중이다.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잇(FiveThirtyEight)에 의하면 10월 31일 현재 바이든에 대한 지지율은 43.0%, 비지지는 51.2%다. 8월 말 아프간 철군을 전후해 역전된 그래프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 10명 중 2명이 다음 선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당내 경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에서다. 공화당의 미래를 이끌 능력과 경험 그리고 건설적인 토론이 가능한 공화당 내 합리적인 인물들이었다. 트럼프의 보복 정치가 공화당 안에서 여전히 벌어지는 방증이다. 

"모든 미국인들은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일리노이 지역의 43세 젊은 공화당 의원 애덤 킨징거는 자신의 불출마 선언을 안타까워했지만 트럼프는 환영했다, 아주 짧게. 

"2명 나갔고 8명 남았군." 

미국 정치의 한 축인 공화당 내 합리적이고 의욕적인 의원들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그들의 능력과 가능성과 업적과 무관하게, 단지 트럼프와의 관계에 따라서 말이다. 

트럼프 2024?

"트럼프와 함께 4년을 보낸 후 세계는 지금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미국 정치의 지속적인 새 방향인지 아니면 2024년에 트럼프주의가 다시 돌아올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10월 28일 <워싱턴 포스트>는 나토 사무총장을 지낸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의 말을 전한다. 그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들에 미국이 변했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 말했다. 더불어 세계 지도자들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를 주시하면서 민주당이 패배하거나 근소하게 이길 경우 경고의 신호로 볼 것이라고 했다. 

지금 미 공화당 내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비합리적 사건들과 이어진 투표의 결과를 보며 2024년에 트럼프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나라 밖 우려의 시선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 EPA=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은 외교통 바이든 대통령이 득점할 수 있는 G20 같은 무대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수많은 악재 속에 외롭게 고군분투 중인 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악재는 수많은 비리와 부정과 거짓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총력을 기울이는 선거의 결과 하나하나가 가슴을 졸인다. 오는 20일 79세가 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름이 더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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