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2.23 06:08최종 업데이트 22.02.2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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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시안 색소를 잎에 비축해 겨울철 온도와 빛으로부터 엽록체를 보호하는 로제트 식물. 잎을 방석처럼 땅바닥에 납작하게 깔고 있는 모습이 장미꽃 같다 해서 로제트 형이라 부른다. 이 상태에서 봄이 오면 다시 녹색으로 되돌아간다. ⓒ 최수경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 만물에 생명의 기운이 돋는다. 겨우내 땅에 바짝 붙어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붉어질 대로 붉어진 로제트 식물이 눈에 띈다. 이들은 겨우내 안토시안이라는 붉은 색소를 잎에 비축해 겨울철 온도와 강한 빛으로부터 엽록체를 보호했다.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 버드나무는 능수버들, 수양버들, 용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갯버들, 고리버들 등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개울가에 있는 가지에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나있는 꽃 이삭을 버들강아지라 한다. ⓒ 최수경

 
하천의 버들강아지다. 사진으로 보면 얼핏 눈처럼 보이지만 꽃이다. 버드나무는 능수버들, 수양버들, 용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갯버들, 고리버들 등 종류가 다양한데, 특히 개울가 가지에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나 있는 꽃 이삭을 버들강아지라 한다.
 

하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도시 하천은 도시민이 휴식과 여가, 운동을 즐길 유용한 공간이다. 특히 하천 산책로는 신호등과 같은 걸림돌 없이 선형으로 끊임없이 걸을 수 있다. ⓒ 최수경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상황에서 긴 겨울을 벗어나면서 시민들이 집 근처에서 산책할 수 있는 실외 공간을 찾는다. 주거지 선택 기준에서 녹지율과 인근 공원 존재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도시 하천은 도시민이 휴식과 여가, 운동을 즐길 유용한 공간이다. 특히 하천 산책로는 신호등과 같은 걸림돌 없이 선형으로 끊임없이 걸을 수 있다. 평지인 데다 주변이 확 트여서 경관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유채밭을 조성한 하천둔치의 산책로 하천 이용 인구가 점차 많아지면서 지자체는 하천 산책로에서 다양한 경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시 하천을 정비하고 있다. ⓒ 최수경

 
하천 이용 인구가 점차 많아지자 지자체는 시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하천을 정비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도 깔고, 운동 기구도 설치하고, 친수공원도 조성한다.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둔치를 모두 점령한 갑천하류. 하천 둔치는 인간 중심의 점유물이 대부분이다. ⓒ 최수경

 
내가 사는 지역도 '대전 3대 하천 도심 속 그린뉴딜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그늘막 기능의 관목을 식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광지를 조성하는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하상도로 철거 지하화, 하천에 마라톤 코스 조성, 캠핑장 설치, 산림청 정원 사업과 같은 마당 조성, 스카이워크 설치 등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도시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한 대전형 그린뉴딜이다.
  

4대강 사업 당시 준설 작업중인 세종시 구간. 이명박 정부가 녹색 성장 사업이라 내건 4대강 정비 사업은 대표적인 토건 사업이었다. ⓒ 최수경

 
본디 그린 뉴딜이란 탄소중립을 위해 국가 예산으로 에너지, 건축, 교통 인프라를 녹색으로 전환하고 관련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 뉴딜이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은 생태 복원과 안전한 물을 마신다는 명분 하에 4대강 사업으로 둔갑했다. 
  

하천 정비를 한 무심천 상류 하천 개발 사업은 주로 하천의 횡적 연결성에만 치중하지 생태계의 종적 연결성은 잘 고려하지 않는다. ⓒ 최수경

 
지금의 생태 하천 복원 사업도 4대강 사업처럼 친수 시설 조성에 치우쳐 주로 하천 접근성을 높이려는 계획이 대부분이다. 환경부는 하천 생태계 복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친수 공간에 대한 설계 지침이 없다. 산책로 조성 사업에 대해 생태 측면을 고려해 권장하지 않는다고 할 뿐이다. 이렇듯 지금의 하천 시설 조성은 생태계에 대한 고려 없이 하천 이용자의 편의에만 치중하고 있다. 
  

하천 산책로 생물의 주검 달팽이, 지렁이, 두더지, 땃쥐 등의 흔적들이 껌 자국처럼 다닥다닥하다. ⓒ 최수경

 
하천을 걷다 보면 수변의 나무를 서식처로 한 멧새와 박새류가 사람들이 산책로를 지날 때마다 필요 이상으로 움직인다. 주로 얕은 물에서 저서 생물이나 식물의 뿌리를 먹고사는 수면성 오리류는 사람만 지나면 달아나기 바쁘다. 달팽이부터 성충이 된 수서곤충류, 땅 속에서 기어 올라온 지렁이, 두더지 등이 산책로에 죽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는 이들의 죽음을 양산하고, 사람들은 주검을 아무렇지 않게 밟고 다닌다.
   

산책로를 통과하는 달팽이 하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에서 익숙하게 보는 달팽이. 사람들은 달팽이를 피해 걷거나 달리지 않는다. ⓒ 최수경

   
수변 공간은 물속과 물 밖 세상의 경계다. 하천의 물속과 물 밖에서 생애주기를 완성하는 생물에게 수변 산책로는 위험 요소다.
  

하천에 근접한 산책로 하안에 인접한 산책로는 수 경관 체험 기회를 제공하지만, 보로 인해 담수시에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 최수경

 
인간의 편의를 위한 생태 하천 복원 사업은 끊임없는 하천 개발 사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뭍 생명과 인간의 공존을 실현하는 해법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저수로와 멀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천림을 산책로에 근접 조성해 하천 생물 서식처를 보호해야 한다. 사람이 이용하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는 제방 쪽에 배치한다. 
  

저수로에 바짝 붙은 산책로와 그늘막 관목 생물 서식처 보전과 인위적 교란 예방을 위해 산책로를 하안 가까이 두는 것은 피해야 한다. ⓒ 최수경

 
4대강 사업에 대한 반성으로 통합 물 관리 시대를 열었다. 그간 대규모 준설과 보 설치로 녹조가 자주 발생하고 수질이 오염 되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논란과 갈등이 고조되었다.

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 추진과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평가단을 구성해 운영하며 보 개방을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하천 관련 사무가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되는 정부조직법 개정도 이루어졌다
  

사람이 이동할 때마다 바삐 움직이는 새들 봄철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덤불에서 덤불로 이동하기 바쁘다. ⓒ 최수경

 
지자체 주도형이 될 뻔했던 대전의 3대 하천 도심 속 그린뉴딜 프로젝트도 민관 협력 기능의 워킹 그룹을 뒤늦게 꾸렸다. 하천의 다양한 가치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은 4대강 재자연화를 파기하는 시대착오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하천 정책이 10년 퇴행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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