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29 06:01최종 업데이트 22.03.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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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차 투표(4월 10일)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 맥킨지 게이트가 터졌다. 선거철 흔히 등장하는 인신공격성 후보 비리 들추기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부터 활동해온 프랑스 상원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3월 17일 공식 발표된 것이다.

19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조사위원회가 47명의 증인을 소환하고, 7300건의 문서들을 검토한 끝에 발표한 보고서 <문어발식 현상: 국정에 대한 민간 컨설팅사의 영향력>은 지난 5년간 프랑스 사회를 지배해온 마크로니즘(마크롱의 통치방식을 일컫는 표현)의 실체를 폭로했다.  
   

상원의 보고서와 두 언론인의 공저 <침입자들>의 출간으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맥킨지 게이트를 다루고 있는 프랑스 방송 RMC. ⓒ RMC

 
보건 위기는 국가정책에 대한 컨설팅사들의 개입을 드러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현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민간 컨설팅사들은 정부 정책 수행에 있어, 전략 수립, 조직, 전산 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으로 개입해왔다.

보고서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 맥킨지가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와 백신 정책 개입을 통해서였다. 마크롱 정부는 팬데믹을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며, 비상시국을 선포(2020.3.24)했다. 이는 국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독단으로 국정을 꾸려가게 하는 절대적 힘을 마크롱 정부에 부여했다. 의회는 비상시국을 언제까지 연장할지에 대한 형식적 권한만 가질 수 있었다.

민주적 절차가 생략되고, 밀실에서 투명하지 않은 절차를 통한 통치가 이뤄지는 동안 사람들은 언제까지 이 비정상적 국정시스템이 지속될지 의문과 불안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정부 방역 정책의 중심에 맥킨지사가 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프랑스 상원은 이 문제를 자세히 살피기 위해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조사위원회 작업에 착수했다.
  
공화당의 아르노 바쟁(Arnaud Bazin)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공산당의 엘리안 아사시(Eliane Assassi) 의원이 대표 발표를 맡아 진행해온 조사위원회가 밝혀낸 쟁점은 아래와 같다.  

- 프랑스에서만 4만 명의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있는 컨설팅 업체들은 문어발식으로 정부(국방부·내무부·재경부·사회복지부·환경부 등)의 핵심에 침투해 있었다.
- 정부가 2021년 한 해 동안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 업체들에 지불한 금액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넘어선다.
- 맥킨지를 비롯한 컨설팅사의 역할은 팬데믹 위기 관리에 관해 단순한 자문에 그치지 않고 정부 역할을 대행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 맥킨지는 프랑스 백신 접종 전략과 화이자의 마케팅 전략 컨설팅을 동시에 진행했다.
- 맥킨지는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영국·호주 등의 나라들과도 백신 접종 전략 계약을 체결했으며, 프랑스에 제출한 보고서를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제출했다.
- 맥킨지는 지난 10년간 한 푼의 법인세도 프랑스에 내지 않았다.
 
 

지난 3월 17일 프랑스 상원이 진행해 온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아사시 의원 ⓒ senat

 
쟁점에서 정리한 것처럼 컨설팅 업체들은 업무상 특정한 기술적 자문을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프랑스 정부는 공무원이 그만두면 그 자리를 컨설팅 업체에 외주로 줬다. 특히 정부 내에 공공기관 변혁국(DITP, La direction interministérielle de la transformation publique)이라는 부서가 있는데, 절반 정도의 자리에 외부 컨설턴트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해 정부 부처의 다양한 외부 컨설팅 계약을 전담하게 했다. 컨설팅 자문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 영역 자체를, 그것도 정부의 핵심적인 개혁 과제들을 처음부터 컨설팅 업체에 던져준 것이다.

보건 위기 관리도 컨설팅 업체들에 맡겨졌다. 2년간 정부는 총 68건의 용역을 컨설팅 업체에 주문했다. 맥킨지뿐 아니라 시트웰, 액센츄어 등 총 10개의 컨설팅사가 업무를 분담했는데 그중 맥킨지가 맡은 영역은 백신 접종 전략 총괄 업무로 컨설팅 업체에 사용된 예산 비중으로 따지면 약 40%를 차지했다. 일상적 백신 접종 캠페인을 위한 250가지 핵심 활동을 결정하고, 그 성과를 모니터 하는 작업에서부터 백신 수급·보관·배달·관리 등 물류에 관한 업무, 3차 접종 캠페인 전략 등이 맥킨지가 담당한 영역이었다.


다른 컨설팅사들은 마스크 수급 관리라든가 백신 패스 QR코드 프로그램 개발 같은 특정한 기술적 영역을 담당했기 때문에 헤드 역할을 한 맥킨지에 모든 화살이 집중된 것이다.

컨설팅 업계에 양도된 정부 권력 

상원 보고서가 발표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상원이 마땅히 해야할 일을 했다"라며 그 작업의 의미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 부처가 민간 컨설팅 업체의 자문을 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다만,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담보되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 원칙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700여 쪽에 달하는 상원 보고서는 바로 그 투명성이 철저히 누락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마땅히 자사 로고 밑에 작성했어야 할 보고서를 보건부 로고 하에 작성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들의 과도한 개입은 어디까지가 정부 목소리이며 어디서부터가 맥킨지의 의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맥킨지 직원들의 오만한 태도는 종종 담당 공무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부를 고객으로 일해온 기업이 10년간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대목에선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맥킨지 프랑스 대표는 상원 청문회에서 세금을 착실히 프랑스에 내왔다며 위증을 하기도 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장 카스텍스(Jean Castex) 총리는 2022년엔 컨설팅 업체 의존의 비중을 15% 줄이겠다며 수습에 나섰고, 브뤼노 르 메르(Bruno Le Maire) 재경부 장관은 "맥킨지가 법인세를 낼 것이라고 했다"라며 그들의 변명을 대신해주기도 했다. 상원은 맥킨지를 위증 혐의로 형사 고발한 상태다.  
 

맥킨지 앤드 컴퍼니 홈페이지 ⓒ McKinsey & Company

 
녹색당 상원의원 소피 타이에-폴리안(Sophie Taillé-Polian)은 3월 18일 국회 방송(Senat Public)에 출연해 조사 결과를 이렇게 평했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고자 공무원 수를 축소하고 실업 수당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진행하는 한편으로, 그 어떤 정당성도 갖지 않은 미국 컨설팅 기업들을 국정에 끌어들여 일 년에 10억 유로를 지불하며 공무원들이 할 일을 대신하게 했다. 국정 자체를 민영화해버린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컨설팅 업체들은 로비스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대변하지도 국익을 보호하지도 않는다. 마크롱은 로비스트의 대통령이다. 마크롱 정부의 방식은 국가의 주권을 훼손하고 정치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발표를 맡은 엘리안 아사시 의원은 이번 조사가 "선출된 권력인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그 어떤 정당성도 갖지 않은 외부 사설업체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정치를 구성하는 체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마크로니즘이었다"라고 지적한다. 특히 보건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존엄과 사회가 지켜야 할 근본적 자유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주권 국가가 지녀할 국민 개개인에 대한 자료와 위기 대처의 노하우에 대한 핵심 열쇠를 외국 기업에 맡기는 태도는 국가 체계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프랑스 상원 보고서가 드러내는 현실이 단지 프랑스에서 마크롱이라는 부주의한 리더 밑에서 벌어진 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2021년 1월 7일 <르 피가로>는 2020년 11월 30일 프랑스 정부가 맥킨지와 백신 접종 전략 관련 계약을 맺을 무렵, 맥킨지는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와도 같은 내용의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맥킨지는 이외에도 당시 다른 여러 나라들과도 계약을 진행한 상태였는데 해당 국가들이 어딘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르 피가로>는 전했다. 

상원의 보고서는 맥킨지가 같은 내용의 백신 접종 전략을 이 나라 저 나라에 복사하기+붙이기를 해서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영국·프랑스 정부와 화이자, 모두 그들의 고객

한국 정부와 한국 언론들은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논란을 빚어온 백신 접종을 정부가 강행할 때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임을 강조하면서 국민을 설득해 왔다. 그 논리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그 많은 나라들이 하나같이 잘못된 길을 갈 수는 없다는 것이 상식일 터이니.

오늘 프랑스 상원 보고서가 드러내주는 진실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도 서구 국가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백신 접종을 강행해온 미스터리를 여러 나라에 문어발 식으로 발을 뻗어온 맥킨지의 역할을 통해 일부 설명해준다. 2021년 1월 15일 시사주간지 <마리안느>는 '맥킨지, 세상을(그리고 프랑스의 백신 정책을) 이끄는 컨설팅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미스터리한 기업의 실체를 넌지시 알린 바 있다. 
 
140개국에 1만 8000개의 파트너를 두고 있는 맥킨지는 대기업들은 물론 국가 정상들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맥킨지는 고객의 언어로 말하고 올바른 용어를 선택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무엇보다 시대를 지배하는 생각과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데 탁월하다. 세계화가 시작된 이래로 이들은 비용 절감, 이윤 극대화 및 생산성 프로세스 최적화라는 임무를 수행하는데 주력해왔다. 이들의 방식은 미국, 유럽 그리고 프랑스에서도 제대로 먹혔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컨설팅사의 탁월한 능력이 기업뿐 아니라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그들이 세상을 이끈다는 말은 다소 과장이 아닐까? 맥킨지가 2020년 11월 프랑스 정부에 제공한 그들의 화려한 핵심 고객 명단을 보면 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맥킨지사의 고객 그룹 맥킨지사가 2020년 11월 프랑스 보건부에 보낸 자신들의 주요 고객들 리스트. 2022년 3월16일 발표된 프랑스 상원 보고서 262p에 수록된 자료. ⓒ 프랑스 상원

 
맥킨지는 미국의 질병청 CDC, 독일 연방 정부의 보건부, 영국의 보건국(NHS) 등의 정부 기구와 화이자·머크·사노피·GSK 등 대형 제약회사, 세계보건기구(WHO)·유니세프·세계백신면역연합(GAVI)·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의 국제기구와 단체들에 컨설팅을 해오고 있었다. 맥킨지의 고객들이 마크롱 정부처럼 그들의 전략을 전폭 신뢰하고 따라주었다면, 그들은 선거 한 번 치르지 않고 자신들의 뜻에 따라 "시대를 관통하는 사고"를 조율하고 전파하며, 세상을 멋대로 주무를 수 있을 법도 하다.

프랑스의 컨설팅업계 전문지 <컨설터>(Consultor)가 2021년 5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약업계는 컨설팅사에 최고의 고객이며 2021년에만 업계 시장 규모는 50% 성장했다. 26개 대형 제약사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판매·마케팅·조직구성·인수·합병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 바에 따르면, 맥킨지는 제약회사들이 꼽은 최고의 컨설팅 업체였다.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맥킨지에 자사의 컨설팅을 맡겨온 화이자는 2021년 8월 아예 맥킨지 출신의 아미르 말릭(Aamir Malik)을 부사장 겸 사업혁신 책임자로 앉히기도 했다.   
 
약을 최대한 많이 팔아야 하는 제약회사,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정부를 모두 고객으로 둔 기업은 양쪽의 이해가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까? 우린 그들이 했던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선택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다.    

맥킨지, 50만 명 사망 사태의 숨은 주역 

2021년 11월 5일 자 <뉴욕타임스>는 맥킨지가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사망 사태에 대한 소송을 매듭짓기 위해 약 6억 달러를 지불하는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맥킨지는 미국에서만 약 50만 명(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추산)을 사망으로 이끈 오피오이드제 '옥시콘틴'의 판매 촉진 전략을 이끈 혐의를 받고 있었다. 매사추세츠 주 법무장관은 "수천 건의 문서와 이메일이 공개된 뒤에야" 맥킨지가 자신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고 이번 합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2009년 맥킨지는 퍼듀 파마(Purdue Pharma)에 연간 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하기 위해 옥시콘틴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환자를 "더 낙천적이고 덜 고립되게" 만든다는 마케팅 전략을 제안했다. 그들의 전략은 적중해 퍼듀 파마사는 큰 돈을 벌었다. 그러나 이 약에는 마약 성분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과다 복용으로 죽거나 중독에 빠졌다.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마약성 진통제 시장의 80%를 점유한다. 이토록 위험한 약이 큰 호황을 누리며 판매되는 것은 제약 규제 당국의 느슨한 통제와 제약회사의 공격적 마케팅, 의회를 향한 공격적 로비 탓이라고 그는 지적한다.

<포브스>는 2019년 맥킨지의 매출이 약 100억 달러라고 전했다. 맥킨지가 50만 명의 미국인을 죽음으로, 수백만 명을 마약 중독으로 이끈 대가로 치러야 하는 죗값은 12년이 지난 뒤 매출액의 6% 정도를 지불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렇다면 맥킨지가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고객의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한다는 목적에 충실할 뿐 그것이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판단할 줄 모르는, 로봇처럼 작동하는 기업이 지휘한 백신 접종 전략을 소위 선진국들이 맹목적으로 따랐고, 그들의 발걸음을 많은 나라들이 뒤쫓아 갔다.

마크롱-맥킨지, 오랜 인연의 끝 

대선을 목전에 두고 터진 악재는 마크롱의 재선을 가로막을 것인가? 전반적 분위기는 전체 언론이 똘똘 뭉쳐 마크롱을 미는 듯했던 5년 전과 딴판이다.

2월엔 시사주간지 <옵스>(l'Obs)의 두 언론인 마티유 아론(Matthieu Aron)과 카롤린 미셸-아귀르(Caroline Michel-Aguirre)가 맥킨지와 마크롱 정부의 유착 관계를 상세히 폭로한 책 <침입자들: 어떻게 컨설팅사는 정부를 통제하게 됐나?>(Les Infiltrés - Comment les cabinets de conseil ont pris le contrôle de l'État)를 내놓았다. 이 책은 장막 뒤의 숨은 권력, 맥킨지와 마크롱 정부 간의 문제를 상원보다 한 달 앞서 터뜨려 베스트셀러에 등극하기도 했다.   

<르몽드>도 2007년부터 이어져온 맥킨지-마크롱의 끈끈한 유착 관계를 파헤쳐 기사화하고, 맥킨지 관련 마크롱의 변명이 지닌 허점을 조목조목 폭로하는 등 종전의 훈훈했던 관계를 접고 선을 긋는 듯한 모습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마크롱은 2007년 사르코지 정부가 출범했을 때 사르코지로부터 경제개혁과제 개발의 임무를 부여받은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의 '아탈리 위원회'에서 처음 맥킨지사와 만났다. 이후 2016년 마크롱이 대선에 출마할 당시 신당 창당에서부터 대선 공약 개발까지 10여 명의 맥킨지 직원들이 긴밀이 협력하며 마크롱 정권 창출의 핵심 역할을 했다. 컨설팅 업체 중심의 국정 운영이라는 마크로니즘의 DNA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특별정상회의에서 언론회의를 마친 후 단상을 나서고 있다. 2022.2.25 ⓒ AP=연합뉴스

 
지난 지방의회 선거와 지자체장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거둔 처참한 성적은 마크롱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실망을 잘 반영한다. 여론조사업체들이 내놓는 20%를 웃도는 마크롱 지지율에 많은 이들이 의구심을 품는 이유다.

강력한 방역독재는 의회활동 뿐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의 활력을 틀어막으며 활발한 정치 논쟁의 분위기를 억제해왔다. 3월에 들어서야 뒤늦게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대통령의 행보 또한 선거 분위기를 최대한 축소하는 데 한몫했다. 이런 현실은 다른 대선 주자들이 정치적 대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한해 사실상 마크롱을 위협할 강력한 적수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마크롱이 지지율 1위, 극우 후보 르펜(Le Pen)이 2위, 극좌 후보 멜랑숑(Melenchon)이 3위를 달리고 있다

분명한 한 가지는 그의 두 번째 대선 전략은 전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크롱은 토론 불참을 공식 선언한 상황에서 3분짜리 광고 영상만을 4편째 내보내고 있으나 조회수도 댓글도 찬바람만 날리고 있다. 사회가 긴 세월 쌓아온 가치와 시스템을 배반하고, 컨설팅 업체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해온 마크롱의 위험한 실험은 고객의 이윤만 알 뿐 공동체의 가치는 알지 못하는 맥킨지와 함께 종말을 맞을 듯하다. 그가 재선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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