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5 06:02최종 업데이트 22.04.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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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탠퍼드대학교 하버드 패커 교수는 형사사법시스템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범죄통제모형(Crime Control)과 적정절차모형(Due Process)이다. 전자는 범죄 처벌, 후자는 인권 보장이 주된 목적이다.

두 유형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범죄통제모형은 범죄 억제와 처벌을 중시한다. 수사 효율성과 신속성을 강조한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더라도 범죄자 처벌이 중요하다는 시각이다. 적정절차모형은 형벌 신뢰성과 적정절차를 중시한다. 무죄추정 원칙으로 억울한 시민이 생기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이를 수사·기소 분리 논쟁에 원용하면, 전자는 수사·기소 결합형, 후자는 수사·기소 분리형으로 볼 수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이처럼 형사사법제도의 목적과 기능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가 검찰개혁 논쟁으로 번진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적 관점을 떠나 말하자면, 한마디로 검찰이 너무 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검찰은 단순한 수사기관이 아니라 권력기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에 영장청구권, 구형권, 형 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이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것이 검찰개혁의 본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수사권 폐지 입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불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기소 분리 또는 검찰 수사권 폐지는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중대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한쪽에서는 그 변화를 개혁이라며 밀어붙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악이라고 막아선다. 반대론자들의 마음 속에는 검찰 우위 형사사법체계에 대한 믿음과 경찰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방향은 동의하나 방식은 반대한다는 절충론자의 목소리도 들린다. 졸속 추진이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 말이 더 맞는지 일반 국민은 헷갈린다. 부정확하거나 치우친 언론보도로 잘못 알려진 것도 많다. 수사·기소 분리를 찬성하는 시각에서 7문 7답으로 주요 쟁점을 정리해 봤다.

①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 프레임에서 비롯된 오해다. 아니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게 아니라 폐지하거나 옮기는 것이다. 박탈은 남의 권리나 자격, 재산을 빼앗는 것이다. 수사권은 검찰의 천부적 권한이나 권리가 아니다. 국민이 선출권력인 대통령과 국회를 통해 검찰에 위임한 행정업무 중 하나다. 따라서 박탈이라는 개념 자체가 맞지 않는다.

서구 검찰 제도의 기원을 살펴보면, 원래 검사는 수사하는 사람(detective)이 아니라 기소하는 사람(prosecutor)이다. 영미식 사법체계에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맡는 분권형 구조가 정착한 이유다.

법안 내용과도 맞지 않는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검찰청은 공소청으로 거듭난다. 그렇다고 검사 수사권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경찰관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기소와 공소유지에 필요한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을 인정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박광온 법사위원장을 만나 검찰 수사권 폐지 반대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김 총장은 민주당이 이달 내 처리를 추진하고 있는 법안에 대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입법 절차를 진행할 국회를 먼저 방문했다. 2022.4.14 ⓒ 공동취재사진

 
② 중대범죄 수사역량 약화?

경찰 내부망에서 격한 반론이 제기된 대로, 경찰의 수사 기능이나 역량을 무시하는 태도와 관련된 주장이다. 현재 경찰청 산하 독립수사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6대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우선권을 행사할 뿐이다.

그간 중대범죄 수사를 검찰이 독점한 탓에 경찰 수사력이 미진하고 약해 보였던 건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광역수사대와 과학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등 경찰도 그 나름 특수수사 역량을 키워온 점을 살펴봐야 한다. 수사력이 부족하니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은 신입직원이 실무에 익숙하지 않으니 언제까지나 일을 주면 안 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황운하 의원) 또는 특별수사청(이수진 의원)으로 옮겨진다. 국수본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수사·기소 분리는 입법 후 3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시행된다. 그 기간에 전담 수사기관을 결정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중수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수사·기소 분리 반대 논리를 극복하고 견제와 균형 논리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6대 범죄 수사권은 중수청 등 별도 기관에서 맡는 게 좋을 듯싶다.

 민생사건 수사 차질?

변호사들은 경찰을 낮춰 보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검찰이 미워도 사법연수원에서 함께 공부한 검사와 경찰은 수준이 다르다고 여긴다. 경찰 수사력을 불신하기에 수사·기소 분리로 고소·고발 사건을 비롯한 민생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 가뜩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업무가 늘어나 처리 속도가 늦는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그 폐해가 더 심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경찰과 검찰의 분업화에 따른 일시적 정체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경찰 업무 과중은 수사인력 증원이나 검찰 수사관 재배치 등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경찰과 검찰의 이중수사·중복수사로 인한 피해가 컸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는 검찰의 재수사 기능 상실에 따른 국민 피해를 걱정한다. 하지만 거꾸로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찰의 부실수사는 눈에 잘 띄지만, 검찰이 사건을 뭉개거나 덮어버리는 것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감독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민생사건에서 고소·고발인의 피해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재 검찰이 가진 보완수사, 재수사, 시정조치 요구권은 없애거나 약화하면 안 된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권우성

 
 공룡경찰 탄생?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경찰은 한 해 평균 200만 건에 달하는 전체 형사사건의 97%를 처리했다. 검찰 직접수사는 1%, 나머지 2%는 특법사법경찰관(특사경) 영역이다. 지금도 수사 대부분은 경찰 몫이다.

앞서 말한 대로 6대 중대범죄 수사권을 경찰에 그대로 넘긴다면 경찰 비대화를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별도 수사기관이 맡는 식으로 분담한다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검사가 수사를 주도하거나 지휘하는 대륙법계 유럽 국가들에서도 실제 수사는 대부분 경찰이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경찰 수사권은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으로 견제하면 된다. 이보다 강력한 감독 수단이 없다. 검사가 영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경찰 수사는 더 나아가기 힘들다. 열심히 수사해도 기소해주지 않으면 헛일이다.

수사·기소가 분리되면 검찰은 데스크 기능에 전념할 것이기에 경찰 수사는 더욱 견제 받게 된다. 이는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문제는 이번 기회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처럼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기관이 법원에 직접 청구하게 하거나 수사기관 내 영장전담 검사를 두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검사의 기소재량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대배심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⑤ 수사·기소 결합이 세계적 추세?

나라마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다르므로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각 나라 사정에 맞게 적절한 제도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막강한 검찰권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것인 만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지 않은 나라와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처럼 검찰이 거대한 자체 수사 조직과 인력(검사 2200명, 수사관 6200명)을 갖춘 나라를 찾기 힘들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영국과 미국, 호주 등 이른바 영미법 체계를 따르는 국가에서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 영국은 경찰과 검찰의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수사는 경찰 고유 영역이다. 다만 우리의 중수청 모델인 SFO(중대범죄수사청)가 예외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있는데 내부적으로 기능을 분리했다.

미국 역시 수사 주체는 경찰이다. 연방경찰(FBI)과 주 경찰이 수사를 담당하고, 연방검사와 주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를 맡는다. 연방검찰이 예외적으로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하거나 일부 주 검찰이 수사 인력을 고용해 운영하는 걸 두고 미국 검사는 수사도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확하지 않은 얘기다. 우리와 달리 검사가 수사관 노릇을 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 검찰은 자체 수사 인력이 아예 없거나 적은 탓에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로 FBI나 마약단속국 등 수사기관과 협업하는 방식이다. 수사 주도라기보다는 참여라고 볼 수 있다. 주로 경찰 수사를 법률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19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인 러시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 회장과 연관된 뉴욕 주택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데리파스카 회장은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 왔다. 2021.10.19 ⓒ 연합뉴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검사가 수사 주체다. 수사를 주도하고 기소까지 맡는다. 그런데 유의할 점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 검사의 수사권은, 나라마다 세부적인 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직접수사가 아닌 수사지휘를 뜻한다. 언론에서 수사·기소 분리가 안 된 나라가 많다고 보도하는 것은 검사의 수사권과 직접수사를 혼동한 데 따른 것이다.

검사 권한이 강력한 독일만 하더라도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검사는 수사를 지휘하고 주도할 뿐 직접 수사하지 않는다. 자체 수사조직이나 인력이 없다. 회계·금융 전문가 등과 함께 지역 관할 없이 수사하는 중점검찰청에서 예외적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가 이뤄지나 여기서도 실제 수사는 경찰에게 위임한다. 무엇보다도 독일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검찰 수사관 제도가 없다.

프랑스는 검찰이 법원의 하부 조직이다. 이 나라의 수사·기소 체계는 독특하다. 프랑스에서는 수사를 예심이라고 한다. 수사는 예심판사(수사판사), 기소는 검사, 재판은 법관이 맡는 3각 체계다. 다만 예심 개시 전 예비수사와 현행범 수사는 검사 몫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제로 수사하는 사람은 검사 지휘를 받는 경찰이다.

우리와 가장 비슷한 검찰 제도를 운용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도 수사는 기본적으로 경찰 영역이다. 검찰은 2차적(보완적) 수사기관이자 공소기관이다. 다만 도쿄 오사카 등 일부 검찰청 특별수사부에서 정치인, 경제인, 공무원의 뇌물 사건과 대형 경제사건 등을 직접 수사한다. 일본 경찰은 체포·압수·수색 영장 청구권을 가진 점이 우리와 다르다.

⑥ 졸속 추진, 신중 검토 필요?

검찰권력 해체와 검찰 권한 분산 취지에서 제기된 수사·기소 분리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검토해 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정책이다.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때 실현되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수십 년 된 검사 우위의 형사사법체계를 바꾸는 데 따른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면에서 2단계 정책으로 유보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와 함께 추진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8.6.21 ⓒ 유성호

 
⑦ 문재인·이재명 방탄용?

정치적 관점에서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이다. 검찰은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재명 전 대선후보 관련 수사도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시각을 가진 만큼 검찰 수사권 폐지를 바랄만도 하다.

그런데 이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시점이 공교롭기는 하지만 수사·기소 분리를 문재인 정부에서 실현하는 것은 국민과 약속한 대선공약을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명분에서 민주당이 그다지 밀리지 않는다.

또한 이 같은 주장에는 경찰을 수사기관으로 인정하지 않는 오류가 있다. 검찰만이 진정한 수사기관이고 검찰만이 수사를 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런데 수사는 검찰만 하는 게 아니다. 경찰이 윤석열 정부 입맛에 맞게 전 정권을 치는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공수처도 그렇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차담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들어서고 있다. 2021.10.26 ⓒ 연합뉴스

 
신설될 중수청도 마찬가지다. 중수청에는 경찰관은 물론 기존 검찰청의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지원할 수 있다. 권력자가 인사로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제2 검찰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수사·기소 분리 이후 공소청으로 거듭날 검찰과는 조직이 다르고 영장청구권이 없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거대 권력기관을 쪼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쨌든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막으려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려 한다는 반대 논리는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는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추진할 만하다. 검찰의 공과를 저울질해서 평가할 일이다. 물론 검찰에 대한 일방적 매도는 옳지 않다. 그간 검찰 수사가 이른바 정의사회 구현에 이바지한 공은 인정해야 한다. 다만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에 따른 폐해가 그 공보다 커진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거기에는 선택적 수사와 기소에 따른 국민적 불신, 검사 및 검찰패밀리의 특권계층화, 전관특혜에 따른 사법정의 왜곡 등도 포함될 것이다,

모쪼록 정략적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수사·기소 분리가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검사의 기소와 공소유지는 수사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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