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31 07:03최종 업데이트 22.05.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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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4월 8일(현지시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유럽연합 가입 신청을 검토하기 위한 설문지를 받고 있다.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연합은 즉각적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해 전체 에너지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이는 매우 강력한 대응이었다.

유럽연합 국가들의 중앙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에 대해서는 동결을 선언했다. 이에는 올리가르히의 자산도 포함됐다. 올리가르히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적극 협력하며 자산을 불려온 러시아판 신흥재벌을 뜻한다. 


러시아가 비 우호국들에게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려면 루블화로 결제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유럽연합은 만약 회원국들이 그렇게 한다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로부터 퇴출시키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이 모두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나토의 대리전(proxy war)이 된 배경에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이 존재한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다면 결코 이는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무장화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했다. 그것은 나토 동진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의 기업들은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 경제 제재 때문에 석유와 곡물가격이 폭등해서 미국의 석유 및 곡물 메이저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한 전쟁은 군수산업에 황금의 기회다. 전쟁물자 지원을 위한 세금은 미국 시민이 내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경제 제재

그렇다면 유럽연합에 이 전쟁은 어떤 의미인가?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을 경과한 현 시점(5월 27일)의 크루드 오일 가격은 배럴당 115.07달러이다. 지난해 같은 날은 67.24달러였으니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천연가스는 2021년 MMbtu(100만 영국 열량 단위) 기준 3.00달러에서 2022년 8.71달러로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거의 전량 수입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해 경제 사회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러시아 제재가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것임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피해를 보더라도 정의는 실현돼야만 하는가? 경제 제재는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가? 지난 4월 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에너지 대가로 루블화를 지불하면 제재하겠다고 호기롭게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5월 16일 헝가리는 러시아 오일 수입에 대한 어떤 제재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제재 동참 국가들의 주요 석유 수입사들은 러시아 석유 국유회사에 루블화 계좌를 개설하고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독일 언론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경제학자들의 추정을 인용해 러시아가 즉각적으로 독일에 에너지 수출을 중단하면 독일 GDP는 최대 6%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맹주인 독일조차 러시아 에너지 의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규제를 발표했지만 회원국들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할 수 있는 경로를 안내하고 있다. 일부 회원국들은 공해상에서 두바이유와 러시아산 크루드 오일을 섞어 수입함으로써 러시아 원산지 표시를 없애 버리기도 한다. 유럽연합은 이를 방조하고 있다. 한마디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5월 25일 경제성장 전망치를 수정 발표했다. 작년 연말에 2022년 18개국 총 GDP 성장률을 4%로 예상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으로 2.3%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2023년 성장률은 2.7%에서 2.3%로 수정했다. 이조차 연내에 지정학적 갈등이 중단된다는 전제 아래에서다. 세계은행은 올해 우크라이나 GDP가 전년에 비해 45%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연합이 유럽 내전 씨앗 뿌려

더불어 유럽연합은 경기부양을 위해 안정성장협약의 완화를 2023년까지 연장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정부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3% 내로 규정한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었는데 이 규제 완화 기조를 2023년까지 연장한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약화시키고 경제를 봉쇄함으로써 전쟁 승리와 지정학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는가?
 

독일의 노드스트림 2 파이프 라인. 독일은 노드스트림 파이프 라인을 통해 연간 55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러시아에서 들여올 수 있다. ⓒ 연합뉴스

 
전혀 그렇지 않다.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은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는 여전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다수의 남반구 국가들조차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제재가 에너지와 곡물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음에 분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귀결되더라도 러시아는 전략자산을 더 활용할 것이다. 유럽안보는 더 불안정해진다는 의미다.

나토의 동진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동진에 동참했고, 결국 '유럽 내전'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했다. 지금 유럽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 간 갈등은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을 강화한다. 이 또한 유럽연합에게 큰 도전이다.

IMF는 총재 명의로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경쟁, 신냉전을 부추기면 지구 경제에 재앙이 초래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이 경고조차 무시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남종석 /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 ⓒ 남종석

 
  *필자소개: 이 글을 쓴 남종석 박사는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으로 재직중이며 <소셜 코리아>의 운영위원입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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