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6.08 09:14최종 업데이트 22.06.0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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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기자말]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5월 18일 창원에서 "돌봄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 돌봄노동자 고용안정 적정임금 보장 촉구” 관련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돌봄은 사회적 의제로 갑작스레 호명되었다. 방역 성과 뒤에는 집단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 일상과 사회를 지탱했던 돌봄 종사자와 가정 내 돌봄을 떠안은 가족 구성원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림자 노동을 수행하던 노동자들은 '필수노동자'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해 각국은 인간의 생명과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최우선적인 보호를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2021년 4월 필수노동자법(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대면이라는 노동과정이 노동의 본질인 돌봄노동은 논란의 여지없이 필수노동자의 정의에 부합했다. 필수노동자에 대한 법·제도적 관심은 재난이나 위기 상황에서 사회 유지와 복구에 필요한 필수장비처럼 노동자를 동원하고 투입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던 듯하다.

정부의 돌봄경제에 빠진 것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는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수행해왔다. 필수노동이라는 개념이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그 노동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해외의 여성주의 경제학자와 활동가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여 필수노동보다 좀 더 광범위한 시스템으로서 '돌봄경제'에 관심을 촉구했다. 물론 돌봄경제란 개념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조된 용어는 아니다.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돌봄노동과 경제 네트워크(Care Work and the Economy)는 돌봄경제를 "현재와 미래 세대의 양육(nurturing)과 재생산에 기여하는 돌봄과 서비스의 제공을 책임지는 경제 부문"이라고 정의하며 "유급과 무급, 공식과 비공식 부문에서 제공되는 아동 돌봄, 노인 돌봄, 교육, 보건, 개인 서비스, 가정 서비스를 포함"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불거진 가정과 공적 영역의 돌봄 위기는 돌봄에 대한 재정투자를 통해 사회의 재건과 돌봄을 중심으로 한 사회로 전환하자는 요구로 구체화되었다. 가령 미국에서 바이든 플랜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기차 충전소 신설과 녹색 에너지 확대, 보육시설이나 학교 등 물리적 인프라를 넘어서서, 돌봄노동자들의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 확충, 더 나은 일자리 창출, 돌봄 제공 확대 등 일상 생활을 뒷받침하는 돌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월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 급증에 대비하고자 제 2차 사회보장 기본계획(2019~2023)에서 돌봄경제 활성화를 천명한 바 있다. 돌봄노동 일자리나 사회서비스 경제가 아닌 돌봄경제란 말이 기본계획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었다.
 

우리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돌봄경제는 해외의 돌봄경제 접근에서 포함하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의 가치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 셔터스톡

 
정부는 돌봄경제를 "노인, 장애인 등의 돌봄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켜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책 전략"으로 제시했다.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의 서비스를 지역사회 자원 통합을 통해 제공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충된 인력은 서비스 산업의 발전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 지역 경기 활성화, 지역 균형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돌봄경제는 해외의 돌봄경제 접근에서 포함하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의 가치는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돌봄경제를 통해 포용적 사회보장과 경제 혁신을 상호보완하겠다는 원칙은 돌봄 수요자의 삶의 질 향상과 성장 기반 마련에 다름 아니다.

고용부와 복지부 서로 대답 떠넘겨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정부의 국정과제가 그러했듯, 다섯 개의 세부 과제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과 노동의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행히 보건복지부 국정과제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보수 적정화, 돌봄서비스 인력의 보수체계, 근로여건 개선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처우 개선의 목적은 '노동의 가치 존중'이 아니라 '서비스 품질 향상'이다.

왜 돌봄노동자는 몇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이나 그에 못 미치는 보상을 받는지,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받지 못 하게 되는 편법 근로계약을 근절할 방법은 없는지,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대답을 떠넘겨왔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와 윤석열 정부의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하지만 노동의 가치 존중이라는 목표가 필수노동에 걸맞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봄노동에 보장하고, 돌봄노동을 돌봄경제의 주축으로 세우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윤자영 / 충남대 경제학과 부교수(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윤자영

 
*필자소개: 이 글을 쓴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노동경제학과 젠더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시장과 비시장 영역의 돌봄과 젠더·계층·세대 질서 및 불평등의 상호관계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회보장위원회 등에서  공익위원과 민간위원으로 참여했고, 학계에서는 한국노동경제학회 이사와 한국사회정책학회 편집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젠더와 기본소득, 노동시장 성차별과 불평등, 돌봄서비스 일자리 근로조건 등 논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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