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9.29 15:49최종 업데이트 22.09.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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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2021년 8월 4일 자 <중앙일보> 기사 ⓒ 중앙일보


가상의 축구팀을 상상해보자. 모든 선수의 실력이 평균 이상인데 팀 순위는 하위권이라면, 선수들의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감독의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마도 대부분은 감독의 실력 부족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감독이 자신의 실력 부족은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한테 제대로 못 한다고 윽박지르는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작전을 가장 잘 실행할 선수들을 포지션별로 꾸리면서 최종적으로 11명의 선수를을 선발해 경기를 진행하는 사람이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선수들 실력이 평균 이상인데 팀 순위가 낮다면, 감독의 작전이나 선수 선발 등에 문제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해마다 여러 사용자단체와 주요 언론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순위를 언급한다. 2021년 8월 4일 자 <중앙일보> 기사 "독(獨)보다 576시간 더 일하는 한(韓), 노동생산성은 38개국 중 27위"는 하나의 예이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 단위, 노동자 1명당 또는 노동시간당 산출량을 의미한다. 이들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은 "노동투입을 누가 결정하는가?"이다.

당연히 노동자가 아니라 경영자이다. 경영자는 자신의 의사결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을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생산에 투여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그리고 경영자가 이렇게 투입된 노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직했는가가 결국은 노동생산성 지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역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노동자와 비교해 적어도 학력과 근면성실에 있어서 평균 이상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낮을까? 노동조합이 강하고 전투적이라서? 노동법이 친노조적이라서?

우리보다 노동조합도 강하고 노동법이 친노조적인 독일과 프랑스 등 많은 서유럽 국가들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가설들은 적어도 2010년대 우리나라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나는 우리나라 경영자의 실력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술혁신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아니라 저임금을 통한 생산비용 감소 또는 노동시간 증가를 통한 생산량 확대 중심의 마인드가 그 핵심에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러 경영자단체와 주류 언론은 주52시간제의 무리함을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주52시간제는 경영자로 하여금 노동시간 증가가 아닌 기술혁신을 포함하여 기존 노동의 효율적 재조직화를 추구해 경영선진화를 유도하는, 다시 말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하나의 제도적 압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의 주52시간제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경영 선진화보다는 노동시간 증가를 통한 생산량 확대라는 구시대적 경영을 되살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노동생산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맥락을 떠나서 숫자놀음으로만 봐도 그렇다. "독(獨)보다 576시간 더 일하는 한(韓), 노동생산성은 38개국 중 27위"라며 그 해결책으로 노동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하니,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노동생산성에서는 산출량이 분자에 해당하고 노동시간은 분모에 해당한다. 따라서 분모의 크기를 키우면 당연히 생산성은 떨어지게 된다. 이 해결책은 선수들이 똑똑하게 뛰어야 하는데 발바닥에 땀나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열심히 일하기'가 아니라 '지혜롭게 일하기'가 더 중요하다.  

지혜롭게 일하기와 대우조선해양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지혜롭게 일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이 노사관계의 문제다. 노사관계에서 노사 간 협력을 추구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하이로드'(high road)라 하고, 노사 간 대립을 추구 또는 방조하는 과정을 '로우로드'(low road)라고 한다. 많은 노사관계 교과서들은 하이로드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로우로드 전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월마트를 언급한다. 

그렇다면 노사 양자만을 고려할 때, 어떠한 전략이 기업의 대차대조표 상의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쉬울까? 당연히 로우로드 전략이다.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포용하면서 공통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경영진만의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이 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장 아낀 임금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도 쉽다.

그래서 경영진은 로우로드 전략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기술혁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그리고 높은 노동생산성 등을 달성하기 위한 선택지인 하이로드 전략은 더 멀어지게 된다. 

보통 로우로드 전략으로 언급되는 경영기법들은 저임금 정책, 노동조합 설립 방해, 기존 노동조합 활동 방해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추가할 수 있다. 최근 사례로는 하청노동조합의 51일간 파업과 31일간 옥포조선소 도크 점거농성과 관련하여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조합의 집행부 개인들에 대해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것을 들 수 있다. 

2016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3회에 걸쳐 2조 3328억 원의 공적자금이 지원되었으며, 2022년 2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총계는 1조 5483억 원으로 투입된 공적자금보다 적다. 2021년 대우조선해양 등기이사 3인의 연봉은 총 8억 6700만 원으로 1인 평균 2억 8900만 원이며, 직원 8625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19년이고 평균 연봉은 6700만 원이다. 

1도크에서 점거 농성에 참여한 하청노동조합 부지회장은 22년 용접공 경력으로 올해 1월 228시간 근무에 세후 207만 5910원을 받았다. '단가 후려치기' 사슬로 연결된 조선소의 원하청 관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명무실했던 사외이사의 견제
 

지난 7월 29일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회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을 고소와 손해배상으로 탄압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 유성호


'단가 후려치기'의 시작점이 원청이라는 점에서, 보다 선진적인 대우조선해양의 원하청 관계를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단가 후려치기'에서 벗어나 '제값 주기'를 기반으로 한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제값 주기'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직무급 도입과 적용을 통한 원하청 임금 격차 해소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의 반대를 유발하는 매우 험난한 길이지만 하이로드로 가는 하나의 선택지라 할 수 있다.

생산성 문제로만 봐도 그렇다. 하이로드 경영을 시도하지 않고 누구나 하는 로우로드 경영에 안주하는 경영진에게, 1인 평균 2억 원을 훌쩍 넘는 연봉을 지급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요즘 시대에 맞는 경영을 하는 경영진이라면 연봉 10억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경영선진화의 하나로 대주주에 의한 독단적인 경영과 전횡을 막기 위해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두게 하였다. 어찌 보면 2016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난은 사외이사의 견제가 유명무실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

때마침 2022년 4월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이사들을 재선임하지 않고 경영학과 교수 3명과 법학과 교수 1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였다. 지금쯤이면 경영진이 이사회에 하청노동조합의 집행부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보고를 마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영학 전공자인 나는 적어도 사외이사인 경영학과 교수 3명은 부정적 의견을 냈기를 기대해본다.

동반성장이 이름뿐인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호가 되도록, 그리고 이를 위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이 구시대적 경영이 아니라 요즘 시대에 걸맞은 경영을 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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