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심경을 밝힌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심경을 밝힌 뒤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 이정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면, 거기에 대중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졌다면 무자비한 여론 재판을 받아도 무방한 걸까? 명백하게 잘못을 했고 다른 혐의들도 포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방송이 먼저 '모의 법정'을 여는 것은 과연 온당하며, 시청자들의 알권리에 부합하는 것일까?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수겸 방송인 고영욱이 모의 법정에 서게 됐다. 21일 오후 8시 방송되는 tvN < e news >를 통해서다.

< e news > 측은 "현재 혐의를 받고 있는 고영욱에 대해 만약 '해당 사건이 기소돼 법정으로 갔을 때'라는 전제 하에 검찰 측과 고영욱 측 변호인 측의 가상법정 공방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방송에서는 과거 '조두순 사건'의 피해아동 국가대상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진행한 현 대한변호사협회 여성아동특별위원회 위원인 조인섭 변호사가 검찰 측 입장을, 대한산업보건협회 고문변호사이자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경기도 지부 고문변호사인 신동호 변호사가 고영욱 측 변론을 맡아 가상 법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방송을 통해 고영욱 사건의 최소, 혹은 최대 가능 형량에 대한 예상판결을 예측해 본다는 것이 제작진 측의 설명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방송인 고영욱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서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재수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심경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착한 글래머' 선정성 부각했던 tvN이 모의법정을?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사건이 기소돼 법정으로 갔을 때'란 전제다. 아무리 "문란하다"는 증언이 나와도, 여타 유사 피해자들의 증언이 존재한다고 해도 고영욱은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 중에 있는 피의자 신분일 뿐이다.

오히려 여타 죄질이 훨씬 무거우나 경찰 조사를 무시하는 정치인·경제사범과 달리 고영욱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향후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에 합당한 죄값을 치루면 그만이다.

이런 시점에서 < e news >가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에 대한 가상 법정을 열겠다고 나섰다. 연예인인 고영욱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능프로그램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가십거리로 다뤄도 되는 걸까.

MBC <100분 토론>도 '예능화'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는 요즘 < e news >가 과연 고영욱 사건을 얼마나 균형감 있게 다룰지도 의문이다. '착한 글래머' 최은정이 데뷔할 당시 '10대 그라비아 모델'에 대한 찬반토론을 진행하며 오히려 선정성을 더욱 부각시켰던 tvN이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여성 성폭행 사건의 경우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피해 여성의 인권을 고려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과연 나이를 불문하고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을 통해 성폭행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과연 미성년자 성폭행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또 이러한 가십성 방송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떠올려 봐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고영욱을 모의법정에 세우겠다는 이 < e news >의 21일분 방송의 시청률이 올라가기는 하는 걸까?

고영욱 미성년자 모의재판 MBC 100분 토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