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공연 스틸 사진. 스물여덟 세 여자는 왜 이 캠핑장에 왔을까.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공연 스틸 사진. 스물여덟 세 여자는 왜 이 캠핑장에 왔을까. ⓒ 극단 하랑


스물여덟 살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세 여자가 있다. 6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열두 번째 낙방한 희선, 일에 치여 살며 작가의 꿈을 뒤로 한 채 자소서 대필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희재,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우먼이지만 정작 별다른 꿈이 없는 령희까지. 이들은 희선의 결혼 결정을 계기로 캠핑장에 모여 1박 2일간의 우정 여행을 한다.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속 세 친구는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 후반 여성을 대변한다. 꿈을 꾸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꿈을 찾지 못하는 것도 쓰리도록 아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말이다. "나보다 좋은 조건의 남자가 결혼하자 하면 '감사합니다'하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희선과 "뭘 해야 행복할지 모르겠다"는 령희, "내 나이쯤 되면 굉장히 멋있는 여자가 돼 있을 줄 알았다"는 희재의 대사들은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속 세 친구는 꿈을 대하는 태도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 모두가 우리네 청춘의 현실이다.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 속 세 친구는 꿈을 대하는 태도가 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 모두가 우리네 청춘의 현실이다. ⓒ 극단 하랑


극 중반부, 희재와 령희가 각자 현재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고 그러면서 상대방의 아픈 상처를 헤집는 지점은 뼈아프다. 희재는 "꿈도 목적도 없이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닌다"며 령희를 비난하고, 령희는 희재에게 "꿈만 좇다가 후달리니까 생긴 자존심"이라고 맞받아친다. 대화가 깊어질수록 외면하고 싶은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되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상대를 헐뜯는 둘의 태도는 아직 미성숙한 청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후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한껏 싸운 이들이 서로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훈훈하다. 그저 꿈을 향하는 속도와 방식이 다를 뿐, 젊고 예쁘고 친구도 있는 세 사람은 청춘과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시킨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공연되는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는 소극장임을 감안해도 꽤 자그마하다. 조용하고 소박한 캠핑장을 배경으로 한 만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단순한 조명 변화만으로 예쁘게 변하는 무대를 볼 수 있다. 여기에 100석 남짓한 객석에서 공연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극 중 세 친구와 함께 캠핑을 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박석민 연출은 이번 시즌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캠핑장'이란 한 장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석민 연출은 이번 시즌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캠핑장'이란 한 장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극단 하랑


박석민 연출은 이번 공연에 대해 "2014년 초연 후 다섯 번째 시즌을 맞으며 많은 부분을 업그레이드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처음엔 많은 걸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캠핑장'이란 한 장소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서브스토리를 강화하고 무대 연출에도 좀 더 신경을 썼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개막한 연극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다음 달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에서 공연된다. 배우 배설하 문학연 백슬아 이초롱 박예슬 류지희 엄현수 강동웅 등이 '청춘'과 '힐링'팀으로 나뉘어 번갈아 공연한다.

브라보마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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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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