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브라질 출신의 세르징요가 한국을 찾았다. 당시 K리그 클래식 승격을 노리던 챌린지 소속 대구 FC에 입단을 위해서였다. 그는 2010년 브라질 1부 리그 그레미우 바리에리에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UAE와 키프로스를 거치는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였다. 수비형 미드필드로 수비력과 경기 조율 능력이 뛰어났고,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에도 능했다.

세르징요의 K리그 생활은 순탄했다. 대구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하며 36경기 출전 4골을 기록, 팀이 3위를 차지하는 데 힘을 더했다. 이후 그는 대구를 떠나 태국 포트 FC에 입단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6개월 뒤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승격을 노리는 강원 FC와 계약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국적이 달라졌다. 새로운 국적이 추가됐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세르징요는 할아버지가 시리아계라는 이유로 2013년 5월에 시리아 시민권을 따냈고, 2014년 6월에 시리아 여권을 취득했다. 대구에서 뛸 당시에는 브라질 국적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이번에는 시리아 국적을 사용, 아시아 쿼터 외국인 선수로 강원에 합류했다.

K리그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리그는 아시아 국적을 가진 선수에 한 해 팀당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 규정이 있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그는 대구에서 뛰었던 경험을 살려 강원에 빠르게 적응했고,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터졌다.

2016년 10월 13일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이중국적에 관한 질의서를 수령하면서 그의 시리아 국적이 허위라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강원 FC는 피해자일까

강원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K리그 챌린지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며 승격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중원의 핵심인 세르징요가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큰 타격이었다. 강원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10월 19일 세르징요가 여권 위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남은 경기에 그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원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세르징요는 10월 30일 경남 FC와 리그 최종전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승격을 결정했던 승강 플레이오프에도 출격했다. 심지어 좋은 활약까지 선보이면서, 올 시즌 강원이 K리그 클래식 무대를 누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렇다면 강원은 왜 말을 뒤바꿨던 것일까.

그들만의 사정은 있었다. 세르징요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우리 헌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며 잔여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 항의했고, 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세르징요는 외국인 선수지만, 우리나라 재판정에 서 있기 때문에 한국의 법을 적용받았으므로 변호인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6일 세르징요의 혐의는 거짓이 아닌 진실로 판명됐고, 유죄가 확정됐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은 세르징요에게 위조사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고, 그를 국외로 추방, 앞으로 5년간 국내 입국을 금지했다. 앞으로 세르징요가 K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강원의 승격에 큰 영향을 끼친 세르징요로 인해 피해를 본 팀들이다. 강원은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3위로 마무리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5위 부산 아이파크와 4위 부천 FC를 차례로 물리쳤고, 마지막 성남 FC와 경기에서는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며 승격의 꿈을 이뤘다.

이 과정에서 세르징요의 활약은 돋보였다. 그의 많은 활동량과 수비력 덕분에 수비진은 안정됐고, 중원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강원의 승격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강원의 1부 리그 승격 과정에는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고, 당시 상대팀과 팬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8월 UAE 리그의 알 나스르가 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카타르 리그의 엘 자이시를 3-0으로 이겼지만, 알 나스르의 아시아 쿼터 선수인 완덜레이가 인도네시아 여권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0-3 몰수패가 됐다.

하지만 강원이 이와 같은 중징계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규정 32조에 따르면 공식 경기에 무자격 선수가 출장한 것이 경기 후 발각돼 종료 후 48시간 이내 상대 클럽이 이의를 제기하면, 무자격 선수가 출전한 클럽이 0-3 패배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무자격 선수는 외국인 출전 제한 규정을 위반한 선수도 포함되는 데 '해당 시점에 경기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를 의미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세르징요가 경기에 나섰을 때는 법적 판결이 나오기 전이라 무자격 선수라 보기는 힘들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강원에 대한 상벌위원회 개최를 예고했지만, 중징계를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K리그의 존재 이유인 팬들을 위해서...

강원은 억울할 수도 있다. 세르징요가 여권을 들고 한국 출입국관리소를 정상적으로 통과했고, FIFA의 이적 동의서와 정부가 발행한 취업 비자를 제출해 선수 등록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K리그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여권 발급 과정까지 세세하게 확인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위조 여권을 판단할 시스템이나 권한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일을 그냥 넘겨서는 곤란하다. 먼저 강원은 K리그 팬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세르징요의 혐의가 알려졌을 때, 그를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클래식 승격을 위해 슬그머니 자신들의 발언을 번복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K리그의 신뢰도를 추락시켰고, 승부조작에 이은 또 하나의 상처를 남기게 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어떠한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 역시 필요하다. 강원이 세르징요의 위조 여권 취득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했거나 방조 혹은 미필적 고의 등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것이 강원이 조금이나마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고, 팬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강원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릴 징계도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 선수 출전이 있었음에도 대응하지 못한 부산과 부천, 성남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2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통해 이중국적선수 국적인정기준을 개정했다. 아시아 쿼터로 등록하는 외국인 선수는 AFC 가맹국의 국가대표로 공식 출전한 경력이 있거나 FIFA 규정에 따라 해당국 국가대표팀 출전 자격을 취득한 지 1년이 경과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이는 1년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나섰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세르징요는 정부와 출입국관리소, FIFA라는 거대 조직까지도 속였다. 이제는 날로 발전하는 범법 행위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우리나라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일들이 앞으로는 더 자주 일어날지도 모른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 부랴부랴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아닌 사전에 범법 행위를 차단할 수 있어야 팬들이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지난 시즌 K리그 팬들은 승부조작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번 사건이 날아들었다. 이제는 팬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상처에 상처를 더하는 일들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축구계 전체가 힘을 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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