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포스터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포스터 ⓒ (주) 팝엔터테인먼트

 
세계 최초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18살의 소녀 메리 셸리에 의해 완성된 걸작 소설이다. 당시 출판사들은 이 작품이 메리에 의해 쓰였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 19세기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젊은 여성이 기괴한 소설을 쓰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점과 세상의 아름다운 면만 봐야 될 나이에 비극을 담아냈다는 점 때문이었다.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문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 메리(엘르 패닝 분)가 어떻게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냈는지 조명한다.
 
16살의 메리는 사회철학자 아버지와 여권신장론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두 분 다 작가였고 아버지가 책방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메리는 책과 친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낳으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녀처럼 자신이 지닌 재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메리는 집안에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새 어머니와 충돌을 겪는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제자이자 낭만파 시인인 퍼시 셸리(더글러스 부스 분)와 사랑에 빠진다.
 
메리는 퍼시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그가 지닌 문학적 재능과 낭만적인 분위기에 끌려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다. 메리에게 퍼시는 새로운 울타리가 되어줄 것만 같았다.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새어머니와 가난에 시달리는 집에서 벗어나, 사랑만으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다고 여겼던 메리 앞에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차갑게 다가온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퍼시와 함께 빚쟁이들을 피해 도주하던 중 첫 아기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죽고 만다. 아기의 죽음 이후 메리는 절망에 시달린다. 아버지의 울타리에 있을 땐 피부로 체감할 수 없었던 가난의 공포가 그녀와 퍼시를 짓누른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 네가 책임져야 된다'는 아버지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이 한 선택이 스스로를 차갑고 냉정한 '괴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메리의 심리는 '프랑켄슈타인'이란 괴물을 탄생시킨다. 시인 바이런의 스위스 별장에 초대되었을 때 그가 제안한 무서운 이야기에 대한 답으로 창조해낸 프랑켄슈타인은 두 가지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죽은 사람을 되살려낸다는 전기 마술을 본 경험이다. 전기를 통하자 잠시 충격에 움직이는 시체를 보며 메리는 죽은 아기를 떠올린다. 만약 내 아기를 되살릴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 컷.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스틸 컷. ⓒ (주) 팝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 상상은 자신이 겪는 가난과 이 가난으로 인한 모욕으로 인해 부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부유한 바이런 경은 자신의 유흥을 위해 셸리 부부를 초대했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셸리의 이복동생 클레어를 냉정하게 외면한다. 만약 내 아기가 다시 살아난다 하더라도 그 세상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메리의 이런 의문은 자신의 조물주에게 외면당한 외로운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세상에 내놓게 된다.
 
그녀는 젊은 여성이 이런 작품을 썼다는 걸 믿지 못하는 출판사장에게 말한다. "이 모든 건 내가 경험한 것이라고." 그녀는 차가운 현실에서 가난과 모욕의 고통을 맛보았고 상실의 아픔을 경험했다. 아기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해 그녀가 품어낸 건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괴물이었다. 자칫 한 여인의 파멸과 나락으로 끝낼 수 있었던 이 작품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건 존 폴리도리(벤 하디 분)라는 캐릭터의 힘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설 <뱀파이어>의 저자인 그는 바이런 경(톰 스터리지 분)의 개인 주치의였지만 그의 광기와 냉정함에 배신당하는 인물이다. 폴리도리는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의 고통에 신음하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메리에게 말한다. "우리가 만든 괴물에 먹히진 말자"고. 그의 이 한 마디는 메리 셸리라는 여성이 자신에게 닥친 좌절과 고통을 이겨내고 주체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메리 셸리>는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비화'를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말하지만 그 고통에 함몰되지 않은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녀가 작가로써, 어머니로써, 한 명의 여자로써 겪어야 했던 고통들을 담아내면서 동시에 주체적인 의식과 의지를 균형 있게 잡아낸다. 괴물을 탄생시킨 한 여인의 가슴 아픈 사랑과 낭만이 처절하지만 아름다움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메리셸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