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드디어 완전체를 결성한 '착한 악당'들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6월 16일 방송된 MBC 예능 <악카펠라>에서는 악역 전문 배우들의 아카펠라 그룹 '도레미파(김준배, 오대환, 이중옥, 현봉식, 이호철, 최영우, 던밀스)'가 7인 멤버를 완성하고 키즈카페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첫 공식 무대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지난 회에서 멤버 오디션을 통하여 최영우(바리톤)와 래퍼 던밀스(퍼커션)가 새 멤버로 가세했다. 멤버들은 다음 주에 바로 키즈카페에서 첫 공연이 잡혔다는 소식에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기존의 '상어가족'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롭게 추가된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까지, 두 곡을 1주일 만에 준비해야한다는 통보를 받고 멤버들은 당혹스러워했다.
 
멤버들은 김준배와 현봉식이 스케줄로 불참한 가운데 함께 모여 연습에 돌입했다. 이호철은 연습 내내 유독 음정-박자를 맞추는 데 애를 먹으며 옆에서 덩달아 무너진 오대환으로부터 "바이러스같은 놈"이라는 구박을 받았다. 악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워하는 이호철과 이중옥을 위하여 특별히 색을 높낮이로 표시한 그림악보가 주어지며 "열등생들"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초반 헤매던 멤버들은 실력자인 던밀스와 최영우가 가세하며 그나마 차츰 아카펠라다운 하모니를 갖춰갔다. 멤버들을 지도한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는 연습해온 '상어가족' 첫 완곡을 감상한 뒤 "감동 받아서 눈물날 것 같다", "가능성이 되게 넓어진 것 같다"며 멤버들의 노력과 성장을 극찬했다.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멤버들은 메이트리의 지도하에 파트별로 나뉘어 개인 연습을 진행하고 다시 모였다. 오대환과 던밀스가 노래의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조금전보다 확연히 성장한 하모니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오대환은 "처음에 베이스라서 압박이 좀 있었는데 잘맞을 때는 진짜 소름이 돋았다"고 이야기했다.
 
이호철은 "처음엔 저걸 어떻게 하나 했는데 뭔가 화음이 맞을 때는 짜릿하고 신기했다"고 밝혔다. 최영우는 "우리 안에서 화음이 맞는 게 느껴지니까 다가올 공연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자신감을 얻은 멤버들은 각자 연습을 거듭하며 아카펠라의 재미에 조금씩 눈을 떠 갔다.
 
멤버들은 며칠 후 이호철의 집에 모여서 브런치를 즐겼다. 해장국과 해장술이 어울릴 듯한 멤버들이지만 샌드위치와 감바스도 즐길 줄 아는 반전 취향을 드러냈다. 칼로 샌드위치를 써는 이호철의 모습을 보고 이중옥이 "칼이 어색하지가 않다"고 놀리자 맏형 김준배는 "여기서 네가 제일 칼이랑 잘 어울린다"고 디스했다. 이호철은 "저는 맨앞에서 제일 빨리죽는 탱커(몸빵) 역할이다"고 자폭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최영우는 인상 때문에 억울한 일을 많이 당했던 일화를 고백했다. "군대있을 때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냥 있었는데, 선임이 불러서 '무슨 일 있으면 이야기를 하라'며 화를 내더라"는 것. 이중옥이 "좀 웃으라는 이야기 많이 듣지 않았냐"고 묻자, 최영우는 "웃으면 또 웃어서 기분 나쁘다고 하더라"고 답했다. 이에 멤버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악역전문 배우들이 느끼는 서러움에 공감했다.
 
멤버들은 키즈카페 공연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을 드러냈다. 무대 공연경험이 많은 던밀스도 "키즈카페에 즐겁게 놀러온 아이들이 무서운 아저씨들을 보고 혹시 겁을 먹지는 않을까"라며 걱정했다. 김준배는 아동극에 출연했을 때 "'나는 마왕이다' 하고 등장하니 아이들이 모두 울더라"는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그 뒤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연기톤을 촐싹맞게 가져갔다는 웃픈 일화로 폭소를 자아냈다.
 
멤버들은 팀명 새로짓기를 고민했다. 가칭으로 정했던 마일드세븐은 담배 상표랑 이름이 겹치는 데다 동심과 걸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노래하는 고래들이라는 의미의 '웨일싱어즈', 영화 < 7번방의 선물 >을 응용한 '7번방의 선율'에서부터 '죽빵, 선빵, 갈빵, 그리고 담배빵' 등 지상파에 어울리지 않는 수위까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잇달아 등장했다.
 
이중옥은 악역 전문 배우들의 이미지에 걸맞게, 조직과 음악의 의미를 중의적으로 결합시킨 '도레미파'를 제안했다. 멤버들은 하나같이 뜨거운 호응을 하며 아카펠라 팀명의 최종이름은 결국 도레미파로 정해졌다.
 
멤버들은 이호철의 집 근처 야산으로 이동하여 연습을 진행했다. 가수 KCM와 신유미가 깜짝손님이자 일일 보컬특강을 위하여 멤버들을 방문했다. 신유미는 "제가 <싱어게인>을 통하여 무명에서 유명가수가 된 것처럼 '도레미파' 멤버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전했다.
 
도레미파는 KCM와 신유미 앞에서 그간 연습해온 노래를 시범보였다. '상어가족'은 맏형 김준배의 폭주하는 탁성을 시작으로, 화음과 음정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는 총체적 난국이 펼쳐졌다. 그래도 흥 하나만큼은 넘쳐났던 김준배가 "솔직히 좀 신났다. 답답한 마음이 뚫렸다"고 즐거워하자, 이호철은 "저보고 바이러스라고 했는데, 오늘 준배 형님을 보니까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고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모두 다 꽃이야'는 중구난방의 불협화음 속에 졸지에 장송곡 분위기로 전락했다. 오대환은 결국 노래를 이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김준배의 근본없는 애드리브로 힘겹게 노래를 마무리하자 멤버들은 일제 현타를 드러내며 창피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민망해진 이호철은 "저희가 기복이 좀 심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KCM은 최영우가 첫음부터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에이스로 기대했던 최영우의 배신에 멤버들은 하향평준화를 실감하며 당혹감에 빠졌다.
 
KCM는 "노래는 자신감이 100이다. 틀려도 자신있게 틀리니까 즐겁게 보인다. 잘하면 멋있을 것 같다"고 격려하면서 "절대 우리 도레미파 단원들을 평가하려는 사람들이 없고,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 뿐이라고 생각하고 연습을 하시길"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드디어 키즈카페 공연의 날이 밝았다. 현봉식이 합류하며 새 맴버 오디션 이후 처음으로 도레미파 완전체가 모였다. 도레미파는 공연 2시간을 앞두고 호흡을 맞춰봤지만 여전히 각자 따로 노는 하모니로 불안감을 자아냈다. 마침 키즈카페로 하나둘씩 들어서던 아이들은 도레미파 멤버들과 눈이 마주치자 시선을 회피하거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호철은 "아이들이 준배 형님 파트를 들으면 기겁을 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김준배는 공연을 앞두고 "투쟁심이 생긴다. 한번 붙어봐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레미파는 각자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소개멘트를 준비했다. 던밀스의 "여러분의 마음을 주름잡는 주황" 이중옥의 "너희들 마음을 새파랗게 질리게 할 파랑" 김준배의 "대머리 병아리", 이호철의 "몸빵 빨강" 등 동심파괴용 멘트가 속출하여 우려를 자아냈다.
 
도레미파는 색색깔별로 준비한 무대의상으로 환복하고 마침내 공연에 나섰다. 멤버들은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친해져보려고 공통점을 찾기 위하여 노력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모두 다 꽃이야'로 공연이 시작됐지만 화음이 맞지 않아 노래를 중단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MC 정형돈과 데프콘이 황급히 아이들에게 간식을 배급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럼에도 급기야 아이들이 귀를 막거나 울면서 자리를 이탈하는 등 총체적인 난국이 이어졌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한 멤버들은 진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분위기를 수습하려고 애쓰는 모습으로 험난한 행보를 예고했다.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MBC <악카펠라>의 한 장면. ⓒ MBC

 
최근 방송가에는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체험 예능 장르가 대거 늘어났다. <악카펠라>는 악역 전문 배우들이 아카펠라 그룹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표방했다.
 
아카펠라(Acapella)는 반주없이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들려주는 음악으로, 그 기원은 본래 중세 교회의 합창에서 유래했다. 배우지만 유명한 스타라기보다는 조연들, 특히 주로 거친 이미지로 기억되는 '악당 전문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정작 그들의 이미지와는 가장 멀 것 같은 음악 장르와의 색다른 조합이 눈길을 끌었다.
 
본명보다는 극 중 악역 캐릭터로 더 친숙한 배우들이 보여주는 유쾌하고 허당스러운 인간미는, 거친 이미지를 뒤집는 친근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예능에 익숙하지않은 도레미파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매니저 겸 MC 역할로 정형돈과 데프콘이 가세했지만, 정작 멤버들끼리만 함께할 때도 빵빵 터지는 입담과 케미도 충분히 분량을 뽑아낸다.
 
또한 새 멤버 충원을 위하여 오디션을 단행한 2회에서는 합격한 던밀스-최영우 외에도 개성만점 캐릭터들이 잇달아 등장하여 시선을 사로잡았다. '의리형님' 김보성은 특유의 못말리는 4차원 캐릭터로 웃음을 책임졌고, '마왕 전문 성우' 시영준은 레너드 코헨의 '아임 유어맨'을 특유의 매력적인 저음으로 소화해내며 특유의 목소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영화 <아수라>의 청부살인업자 역할로 익숙한 윤대열이 불과 20초 출연을 위하여 두 달을 노숙자 생활을 감수하며 노력했던 일화, "아이들에게 아빠가 배우란 걸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 없다"고 고백한 이야기 등은 시청자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같은 아버지이자 악역배우의 고충에 공감한 오대환이 "형님이 잘 되셨으면 좋겠다"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는 장면, 현봉식이 "배우는 끝없는 취업난이다. 친한 동료에게 제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말하기가 미안할 때가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순간은, 화려한 배우의 이면에 가려진 현실적인 애환을 보여주며 유독 많은 공감대를 자아낸 장면들이다.
 
리더 오대환은 "저희가 악역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다들 순수하고 섬세한 면이 많다"면서 "아카펠라라는 아름다운 음악을 통하여 어떻게 보면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며 농반진반이 담긴 바람을 전했다. 대중들에게 짧은 분량과 한정된 이미지로만 소비되기 쉬운 악역 배우들도,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 다채로운 매력과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악카펠라>가 발굴해낸 가장 큰 성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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