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축구팬들도 붉은 악마의 메시지 'CU@K리그'를 기억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가 프로 축구로 이어지고 있는 요즘, 최근 언론 보도대로라면 서울 시민들도 멀지 않아 상암동에서 프로 축구를 관전할 수 있을 듯하다. 정부는 2005년까지 6개 프로축구 구단 창설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민은행 등 3-4개 기업 이름도 서울 연고 프로축구단 창단과 관련 신문 지상에 오르내렸다.

"월드컵 열기에 편승,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내놓은 보도자료 수준이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주주로 경영에 참가하는 구단 창단을 추진중인 (주)서울시민주주연합 준비위 곽홍석 위원장(43세)이 최근 보도 내용에 대해 "제스츄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 연고 구단 창단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은 '창단 희망 기업이 내야 하는 가입금 250억원'이 아니며,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후진성'과 이에 따른 '구단의 무능력'이라고 지적했다.

▲ (주)서울시민주주연합 준비위 곽홍석 위원장
ⓒ SP21 이혜준
먼저 곽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 열기는 상당 부분 내셔널리즘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프로축구가 월드컵때처럼 축제가 되려면 지역 연고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20년 동안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프로 축구단에는 이를 실행할 만한 마인드 자체가 없다"며 "어떻게 이익을 남겼어도 내년에도 올해만큼 예산을 배정받기 위해 금액을 줄일 정도로 스포츠 마케팅 개념이 전무하다"고 현 구단 운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곽 위원장은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가 적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는 논리"에서 각 기업이 자유롭기 어렵고, 따라서 "기업 혼자서 지역 연고를 정착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운동과 비슷하다. 주식투자를 하고 구단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준비위가 서울 연고 구단을 창단하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시민주주구단'이다. 곽 위원장은 "시민,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기업과 그리고 시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면서 "독점 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해 최대주주는 시민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민 주주 목표 금액을 묻자 "한 사람당 10만원씩, 3만명이 참여하면 30억원을 만들 수 있다"며 "창단자금을 100억으로 봤을 때, 30% 정도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 위원장은 서울시도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활체육기금을 시 혼자 알아서 쓰다 보니 단발성, 전시행정에 자꾸 소모된다"면서 "3자가 믹싱을 해서 적절하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해, '시민주주구단에 대한 생활체육기금 투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50억원의 창단 가입금 해결 방법을 묻자 "상암 구장을 지으면서 축구협회가 해당 기업으로부터 입성 자금으로 받아 서울시에 지불하기로 한 돈"이라며 "결국 상암 구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졌는데, 시민 구단이 또 다시 돈을 낼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250억을 어떻게 처리할지 서울시, 기업, 축구협회 등이 모두 모여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의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몇몇 기업이 서울 연고 구단 창단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어떻게 해석하는가.
"월드컵 열기에 편승, 기업 홍보를 목적으로 내놓은 보도 자료 수준이다. 일종의 제스츄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 250억원의 창단 가입금 때문에 그렇다는 건가.
ⓒ SP21 이혜준
"그렇지만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각 구단에 '축구'를 축제로, '축제'를 돈으로 만들 수 있는 실행 마인드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축구가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월드컵때 시합 있는 날 같은 유니폼 입고 승패에 일희일비한 이유는 무엇인가. 상당 부분 내셔널리즘에 근거해서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프로 축구는? 지역 연고다. 그런데 20년 동안 수원 삼성, 안양 엘지 이런 식의 홍보 수단으로 프로 축구단은 운영됐다. 물론 그들도 이번에 '축구'가 '축제'가 되면 '돈'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다."

- 마케팅 개념이 없다는 뜻인가.
"축구단은 상장이 가능한 하나의 기업인데도, 장사를 해서 얼마를 남기려고 하지 않는다. 공짜표 나눠주고, 가수 데려오고... 모기업으로부터 매년 예산이 책정돼서 내려오는데, 굳이 돈벌 필요가 있겠는가. 어떻게 축구단에서 이익을 남겼다고 치자. 그럼 숫자를 줄인다. 왜? 그럼 내년에 올해만큼 예산이 배정되지 않으니까. 그 정도로 복지부동이다.

얼마 전 A구단과 B구단 유니폼에 (해당 그룹의 계열사 광고가 아닌) 다른 기업의 광고를 붙이려고 3개월 동안 영업했다. 그랬더니 B구단 모그룹에서 '아니 A구단에서 정말 바꾼답니까?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그러는 거다. 1년에 100억 이상을 쓰는데 얼마 때문에 남한테 주느냐, 안방을 뺏기느냐 식이다. 재벌 논리 아래에서는 스폰서십(후원또는 협찬 기업이 스포츠 경기를 통해 홍보 효과 및 이익을 창출시키는 것. 월드컵 공식 스폰서등)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그들의 입장을 이해는 한다."

- 어쩔 수 없다는 말인가. 왜 기업들은 축구단 운영으로 이익을 남기려 하지 않는가.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가 적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다는 논리다. 연고 정착, 입장 수입, 스폰서십, 중계권 등 모든 요소들에서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 잠깐 정리해보자. 프로 축구 경기에 관중이 많이 들어와야, 월드컵같은 축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 지역 연고가 확립돼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기업 홍보를 위한 구단 운영으로는 불가능하다.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므로 관중 동원도 기대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지역 연고를 기업 혼자 정착시킨다는 것은 무리다. 맞는가?
"그렇다. 예를 들어 좋은 선수를 키워내는 것은 구단 마케팅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좋은 선수가 나오면 관중도 많이 들어온다. 연간 티켓도 팔 수 있다. 또 속된 말로 선수를 키워 팔고 차액을 먹을 수 있다. 좋은 선수를 키워내야 하는데... 말로는 유소년 육성하자 그런다. 그럼 지도자에게 월급 줘야 하고 연습 구장도 더 필요하다. 당장 구단 코가 석자인데 가능하겠는가. 지방자치단체도 함께 해야 한다."
ⓒ SP21 이혜준

- 그럼 준비위에서 대안으로 내놓은 시민주주구단에 대해 얘기해보자. 어떤 식으로 시민들은 참여하게 되나.
"우리에게는 유럽과 미국리그를 벤치마킹한 J리그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 시에서는 구단에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했고, 철저하게 시민들을 끌어들였다. 그런데 아직 지방 자치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기업 홍보를 위해 구단을 운영하는 현실 아래서는 더욱 시민들이 참여해야 한다. 소액주주운동과 비슷하다. 주식투자를 하고 구단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축제'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돌려 받게 된다."

- 시민주주구단의 지분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시민 30%,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기업 65%, 시가 약 5%의 지분을 나눠 갖게 된다. 다만 최대 주주는 시민들이 돼야 한다. 독점 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벤트나 티켓 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많이 들어오길 원하고 있다."
▲ 서울시민주주구단의 지분 비율 가상안
ⓒ Seoulutd

- 시민주주의 지분 비율은 어느 정도 금액을 목표로 잡고 있는가.
"일단 30억이다. 선수 사오고, 클럽 하우스 등을 만들고... 창단 자금을 100억으로 봤을 때, 30% 정도면 시민이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사람당 10만원씩, 3만명이 참여하면 만들어지는 금액이다. 여가 문화를 일신하는 시민운동과 마찬가지다."

- 우리 현실에서 이익 창출이 가능한가.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고, 축구에서는 경기장을 찾는 관중이다. 관중수가 올라가면 TV가 따라온다. 그럼 광고 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한다. 스포츠 마케팅에서 가장 덩어리가 큰 스폰서십과 중계권료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TV중계권료를 프로축구연맹에서 받으면 안된다. 구단이 가져가야 한다. 구단과 방송국이 바로 붙으면 인기 있는 팀의 중계권료는 올라가고 그렇지 못하면 내려갈 것이고... 대기업이 갖고 있는 구단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서울시에도 참여를 요구하는 이유는.
"생활체육기금이 있다. 문제는 이 돈을 시 혼자 알아서 쓴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유소년 축구 교실은 운영된다. 그런데 회원 감소가 일어나면 도태시킨다. 그리고 또 만들어내고... 단발성, 전시행정이 자꾸 일어난다. 최근 포스트 월드컵 대책이 나왔는데, 기업들의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다 잡혀 있지 않은데... 월드컵 시작하기 전에 6개 프로구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었나. 현실적으로 힘들다. 3자(시민, 기업, 시)가 믹싱을 해서 적절하게 역할 분담을 하자는 얘기다."
▲ 한국적 형태를 포함한 프로축구클럽의 3가지 소유형태
현재 준비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형태를 지향하고 있다
ⓒ Seoulutd

- 어떤 식으로든 창단 의지를 밝힌 기업들에 대한 접촉은 필요하지 않은가.
"그 동안 기업들에게 개별적인 접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실체가 있지 않은 이상, 잘못하면 휘둘릴 수 있는 위험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시민들의 참여 추세를 보면서 쫓아다닐 예정이다."

- 만약 준비위의 입장과 다르다면.
"적어도 구단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조차 보장이 안된다면 타협은 없다. 서울에서 1개 구단만 나오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 250억원의 창단 가입금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SP21 이혜준
"상암 구장 짓네 마네 복잡하지 않았는가. 서울시에서 축구협회에서도 분담을 해라. 그러니까 축협이 서울팀 창단할 때 입성 자금을 받아 지불하겠다. 그래서 얘기된 금액이 250억이다. 그런데 상암 구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졌지 않나. 그럼 왜 시민 구단이 또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하나. 호주머니에서 두 번 낼 수 없다는 얘기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정 250억을 협회가 고집하면, 그럼 구단 2개를 만들어 기업에 125억을 내라고 해라. 우린 시민이니까 2번은 낼 수 없다. 그래서 250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공개 토론회를 하자고 제의하는 것이다. 지금 축구 열기가 한창이고, 창단을 해야 하는데 걸림돌은 자꾸 만나서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언론에서 '축구를 사랑하자', '경기장을 가야 한다'는 식으로 많이 얘기하는데 잘못이다. 이건 서로 좋아하는 감정도 없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무조건 '어디로 와라'하는 것과 똑같다. 사랑할 수 있는 소스가 있어야 서로 반하지 않겠는가. 언론이 축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 많이 짚어주면 좋겠다. 왜 축구장을 가야 하는지."


(주)서울시민주주연합 준비위원회


(주)서울시민주주연합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온라인을 통해 서울 연고 프로 축구팀 창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던 사람들로 시작됐다. 준비위는 작년 8월 시민을 대상으로 창단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10월 시민주주운동 발기인 대회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 작년 8월 종로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준비위
ⓒ SP21 이정환
최근 준비위는 서울 지역 붉은 악마 1만2천명의 대표단체인 서울지역서포터즈대표자협의회로부터 서울시민구단 창단과 관련,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또한 코리아팀파이팅 응원단 커뮤니티도 `준비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태다.

현재 준비위는 홈페이지(www.seoulutd.com)를 통해 그 동안 활동과 시민 구단의 필요성, 구단 참가 과정과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seoulutd는 FC Seoul United의 준말. 준비위는 이 명칭을 컨소시엄이 구성됐을 때 기업들이 사용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앞으로 준비위는 60일 이내에 (주)서울시민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발족하고, 시민 주주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서울시, 기업 등과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곽홍석 씨는 축구인 출신. 대학시절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던 곽 씨는 1999년부터 스포츠 마케터 활동을 시작, 현재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창단을 위한 산파 역할에 만족한다"는 곽씨는 '창단 후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 주주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스포츠피플21(www.sportspeople21.com)에 실려 있습니다.

2002-07-15 21:08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스포츠피플21(www.sportspeople21.com)에 실려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