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한국의 미, 특강" 책 표지
ⓒ 김영조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김홍도의 <씨름>이란 그림을 보았다. 하지만 그림을 찬찬히 제대로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조선의 대화가 김홍도(1745-1806)의 풍속화첩 중의 이 그림을 보고 씨름을 하고 있는 사람 중 누가 어느 쪽으로 넘어질 것인지, 혹시 틀린 그림은 없는지 생각해본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런데 여기 오주석이란 미술사학자가 이걸 제대로 분석해냈다.

나는 지난해 12월인가 MBC-TV의 <느낌표> 프로그램의 추천도서에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가 오른 것을 보고 무척이나 기뻐했었다. 드디어 일반 대중들에도 좋은 민족문화는 관련 책이 읽혀질 수 있겠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 책을 사서 몇 장을 넘기는 순간 안타까운 생각이 내 머릿속을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것은 적어도 민족문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왔던 내가 읽기에도 부담스러울 만큼의 한자어 등 어려운 전문용어 등이 난무를 하고 있던 까닭이다. 학술서적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을 향해 내놓은 책이 이렇게 어렵다면 누가 민족문화 책을 보려고 할 것인가? 또 그런 책을 추천한 MBC-TV 측에도 못내 섭섭했다. 어쩌면 명망만 보고 선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민족문화 관련 책들에는 이런 한계들이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다. 국어공부를 소홀히 한 탓인지 아니면 괜히 잘난 척 하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그런 중에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좋은 반응을 받았고,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이 유교수의 책 덕분에 문화유산에 대한 사랑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민족문화 관련 책을 써낸 사람들 중 이렇게 좋은 평가의 유교수도 간간이 잡음이 일곤 한다. 그만큼 책 쓰기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는 쉬우면서도 재미있어야 한다.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저자가 드디어 발견된다. 최근에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을 써낸 오주석 교수이다. 그 오 교수가 이번엔 공무원 교육원, LG 등에서 강연한 내용을 담아 <한국의 미, 특강>이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

▲ 김홍도의 "마상청앵도"와 이 그림의 구조도(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는 옛그림 보기의 방법)
ⓒ 김영조
오교수는 우선 옛그림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 우리 조선의 그림들은 오른쪽 위에서 시작하여 왼쪽 아래로 가며<↙> 그림을 그렸기에 서양그림처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며<↘> 그림을 보면 여기저기서 부딪히기만 할 뿐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또 이의 원칙에 따라 오른쪽에서부터 왼쪽으로 돌아가며, 그림을 감상하라고 귀띔한다.

이어서 두 번째 장에서는 우리 그림에 담긴 음양오행 사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호랑이 그림인 <송하맹호도(松下猛虎圖)>에 보이는 한국 사람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이야기하고, <백자 달항아리> 속에 담긴 성리학의 가르침을 전한다. 일본식 표구 때문에 쩨쩨한 호랑이로 보이게 된 것을 안타까워하고,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우리 것으로 보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셋째 장에서는 글쓴이가 옛 그림을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조선이 519년간 계속된, 검소하고 도덕적이면서도 문화적인 삶을 영위한 나라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극사실 초상화인 <이채 초상>과 이채의 할아버지 <이재의 초상>을 보면서 동일인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체제공의 초상을 보면서 체제공이 좌의정일 때나 영의정의 그림이 한결같이 마마자국과 사팔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것을 두고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글쓴이는 마지막에 공자의 말씀을 들어 우리가 가져야할 자세를 가르친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이 뜻은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것을 사랑한다고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즐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려면 정말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오주석 교수가 솔출판사를 통해 내놓은 이 <한국의 미, 특강>은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사랑할 모두에게 귀중한 책이 되리라 믿는다. 아무리 전통문화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고, 재미있게 우리 옛그림의 훌륭함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글쓴이는 우리 문화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미술사학자이며, 작가이다.

▲ 왼쪽, 이재 초상 / 오른쪽 이재의 손자로 알려진 이채의 초상(글쓴이는 이 두사람이 동일인임을 밝힌다)
ⓒ 김영조
▲ 김홍도의 "씨름"(씨름꾼 중 누가 넘어지고, 어느 방향으로 넘어지는지를 보자)
ⓒ 김영조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지음, 푸른역사(2017)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