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낮에도 많은 관중 7일 벌어진 대표팀 평가전은 평일 낮 12시 30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 비교적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 평일 낮에도 많은 관중 7일 벌어진 대표팀 평가전은 평일 낮 12시 30분에 시작되었음에도 불구 비교적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 이호영

"차라리 상비군을 올림픽으로 보내라!"

한 관중이 7일 낮 12시 30분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이하 대표팀)과 상비군의 평가전에서 내뱉은 말이다. 대표팀은 한 수 아래 기량의 상비군을 맞이해 1-9로 대패했다. 불과 이틀 전에 5-10으로 패배한 대표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이번 패배가 다소 부담스럽다.

해외파 선수들, 현재는 대체로 흐림

이 경기서 선발투수로 나선 우완 류제국(24·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은 최고구속 148km의 강속구를 던졌지만 구위는 다소 무뎠다. 류제국은 1회초부터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박석민(22·상무 야구단)에게 중월 3점 홈런을 내주는 등 3이닝을 5안타 4실점으로 넘겨 불안감을 노출했다.

맏형 박찬호(34·휴스턴 애스트로스)도 5일 평가전에서 1이닝 동안 1안타를 허용해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가 두드러진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야구팬들도 조금씩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파 선수들의 중요성은 지난해 12월 카타르에서 열린 제15회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로만 구성된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대만과 일본에 잇따른 패배를 당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의 업적을 무너뜨렸다. 이때부터 대두된 것이 해외파 선수들이 가진 경쟁력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우 국내 프로야구를 넘어 보다 다양한 인종의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하게 된다. 이는 국제대회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이번 대표팀에는 우완투수 서재응(30·탬파베이)과 김병현(28·자유계약선수),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빠지면서 상당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대표팀 투수진에 2명밖에 없는 해외파 선수 박찬호와 류제국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박찬호와 류제국은 "실전 투구를 한 지 한 달이 넘어 정상 컨디션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성급한 판단은 말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올해 박찬호는 라운드락 익스프레스(휴스턴 산하 트리플A팀)에서 9월 1일(이하 한국시각) 이후 실전 투구가 없었다.

류제국 또한 더램 불스(탬파베이 산하 트리플A팀)에서 8월 31일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끝냈고 9월 15일 포스트시즌 등판 이후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다. 경기감각은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냐

 

한기주의 역투 대표팀의 한기주(20·KIA 타이거즈)가 마운드에 올라 상비군을 제압하고 있다.

▲ 한기주의 역투 대표팀의 한기주(20·KIA 타이거즈)가 마운드에 올라 상비군을 제압하고 있다. ⓒ 이호영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상비군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연습경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실제로 중요한 경기는 어디까지나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이뤄지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이다.

평가전을 숱하게 이기고 정작 중요한 무대에서 패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차라리 평가전을 패배로 남기더라도 보완할 점이나 새로운 선수를 발탁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평가전에 의미를 두고는 있지만 일희일비하고 있지 않다.

다행히 현재 대표팀의 전력은 엄밀히 말해 절반 정도다. 전력의 핵심인 해외파 선수들은 실전 감각을 잃었고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기에도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대표팀은 1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펼쳐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일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더구나 정규시즌 1위팀 SK 와이번스는 8일부터 11일까지 도쿄돔에서 벌어지는 2007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이하 코나미컵)를 앞두고 일본으로 떠난 상태다. SK는 상비군에 소속된 선수는 없지만 포수 박경완(35)을 비롯해 내야수 이호준(31), 정근우(25), 외야수 박재홍(34), 이진영(27), 우완 언더핸드투수 정대현(29) 이상 6명의 선수가 대표팀 소속의 선수다.

특히 박재홍, 이진영, 정대현은 그간 국제대회에서 큰 성과를 거둔 바 있어 대표팀의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리틀 쿠바' 박재홍, '국민 우익수' 이진영, '핵잠수함' 정대현은 국제대회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독특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유독 강했던 '적토마'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도 코나미컵이 끝나면 대표팀으로 나선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몇몇 선수들의 몸 상태와 대표팀의 선수 소집이 온전하지 않다"며 현재 대표팀이 처한 고충을 말했다. 이어 "상비군이 대표팀에 승선할 길을 열어놓겠다"고 말해 대표팀과 상비군의 열띤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형보다 나은 아우, 상비군의 저력

 

상비군의 대승 상비군은 대표팀을 9-1로 대파해 '형님보다 나은 아우'가 됐다.

▲ 상비군의 대승 상비군은 대표팀을 9-1로 대파해 '형님보다 나은 아우'가 됐다. ⓒ 이호영

 

상비군은 정예 선수가 포진된 대표팀의 전력 유지 파트너다. 대표팀은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인 상비군과의 실전 경기를 통해 전력을 보완하게 된다. 따라서 상비군이 대표팀에 비해 확실히 한 수 아래의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하지만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2승을 거둔 상비군이 오히려 대표팀을 압도하고 있다. 뽑아낸 득점이 무려 19점이나 된다. 한 마디로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된 셈. 이런 상비군의 패기는 대표팀을 맡고 있는 김 감독에게 적잖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특히 상비군에서는 좌완투수 장원삼(24·현대 유니콘스)의 활약이 눈에 띈다. 5일 등판에서 2.1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장원삼은 이날도 4회초 1사 1루에 등판해 위기를 막고 2.1이닝 1안타 무실점의 쾌투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호투는 장원삼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타선에서는 이날 3점 홈런과 2타점 2루타로 5타점을 싹쓸이한 박석민을 비롯해 2경기에서 8타수 5안타 5타점 4득점을 기록 중인 외야수 김현수(20·두산 베어스)의 기세가 매섭다. 다만 이들이 동일한 포지션의 국제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야수를 밀어내고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9일 낮 12시 30분 잠실구장에서 상비군과 3번째 평가전을 벌인다. 대표팀은 국내 마지막 평가전이 될 이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각오다. 대표팀의 앞날에 상비군이라는 쓴 약이 과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평가전 관중석에서는 무슨 일이?
150km를 향해 대표팀의 한기주가 불펜 피칭을 통해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기주는 최근 파마머리로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 150km를 향해 대표팀의 한기주가 불펜 피칭을 통해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기주는 최근 파마머리로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이호영

평가전은 확실히 2007 프로야구 정규시즌 경기와 크게 달랐다.

우선 평가전이 평일 낮 12시 30분에 열렸음에도 불구 상당히 많은 야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높은 관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잠실구장은 1루 내야석 입구를 개방했고 관중은 입구를 통과하면 지정석과 내야석, 외야석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끈 장소는 불펜 주변. 올해부터 1루와 3루 덕아웃 옆에 자리 잡은 불펜은 투수들의 연습투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명소로 꼽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들은 준전문가용 DSLR 카메라를 이용해 선수들의 투구 장면을 담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선수 개개인의 응원 소리도 들렸다. 대표팀 선수이면서 상비군에서 잠시 뛰고 있는 강민호(22·롯데 자이언츠) 타석에는 강민호의 테마송 "롯데의 강민호~"를 부르는 팬들이 있었으며 호타를 보여준 상비군의 박석민에게도 응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여성팬은 완벽투를 펼친 상비군의 장원삼을 두고 "(장)원삼이 대표팀에 뽑아주세요"라고 크게 외치기도.

한편 연습경기라는 이유 때문인지 좌우측 외야에 볼보이들이 없어 외야수들은 쉴새 없이 공을 관중석으로 던져 팬서비스에 충실했다. 불펜에서도 투구가 끝난 투수들은 기꺼이 주위의 팬들에게 공을 던져줬다.

특히 외야에서는 "(이)대형아 사랑한다", "(김)현수씨 공 하나만 던져줘요" 등 공을 앞에 두고 그들만의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이 경기에서 사용한 공은 2008 베이징올림픽 공인구인 미즈노볼이다. 프로야구 시즌에는 스카이라인 공인구를 사용하기에 어쩌면 이날 얻은 공은 적잖은 희소가치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아래의 주소로 야구관련 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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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20:2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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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동작구위원장. 전 스포츠2.0 프로야구 담당기자. 잡다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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