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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손현준씨는 지난 19일 대선 투표일에 분통이 터졌다. 투표소의 약도가 그려진 안내문을 믿고 투표장을 찾았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손씨는 이날 아이 둘을 데리고 투표장으로 갔다. 투표장은 S교회에 마련돼 있었는데, 투표 안내문에 따라 간 곳에 그 교회는 없었다. 혹시나 해서 주변의 교회들을 뒤졌지만 허사였다. 애초 투표소 위치 안내가 잘못 돼 있었던 것이다.

 

'분통 터지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겨우 투표장을 찾은 손씨는 선거관리직원에게 잘못된 약도를 보여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그 직원은 "투표하러 왔으면 투표나 하라"고 말하는 등 그의 문제제기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투표소의 관리관이 손씨에게 "미안하다"고 했지만, 투표소 안내 오류에 대해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손씨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하자, 그 관리관은 "이미 인쇄되어 나와 버린 것을 어떻게 하냐"며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투표나 하고 가라"고 말했다.

 

"적어도 급하게나마 사람들을 보내 투표소를 다시 안내하거나 투표소 위치 조정을 알리는 종이 몇 장이라도 만들어서 잘못 알려진 곳에다 수정 안내문을 붙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결국 투표소 관리관은 동사무소 선거관리담당자와 상의한 뒤 투표 업무를 보조하던 아르바이트 대학생 두 명을 투표소가 잘못 안내된 곳으로 보냈다.

 

투표소 위치 잘못 안내한 경우 적지 않아... "인쇄 전에 검토 안하나?"

 

올 대선의 선거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는 일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특히 투표소 위치를 잘못 안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향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중앙선관위 자유게시판 등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2동에 거주하는 최의평씨는 "17대 대선 공보물을 접수했는데 투표장소 공고에 오류가 있었으나 정정공고나 통보가 없었다"며 "투표장에 가서 오류를 통보하였으나 담당자는 다음부터 시정하겠다는 답변만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반드시 진상을 파악해 담당자를 문책하고 최소한 강서구 지역신문에 사과문이라고 게재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 거주하는 박초련씨도 투표소 안내 오류로 분통이 터졌다. 박씨는 "금촌도서관 1층 청소년문화의 집이 투표장인데도 엉뚱하게 큰길 건너편 안쪽을 투표장으로 표시해놓았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새벽에 출근하기 전 잠깐 들러 투표하려고 약도에 그려진 장소를 찾아다녔던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며 "30분 넘게 금촌 바닥을 헤매고 다닌 사람들을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중앙선관위에서 위치를 선정하고 약도를 그렸다면 해당지역 동사무소나 시청에 검토 의뢰를 할 것 아니냐"며 "(투표 안내문을) 인쇄하기 전에 검토는 하는 거냐"고 무사안일한 선거관리에 불만을 터뜨렸다.

 

또한 전남 여수시 오림동에 거주하는 이이출씨도 "투표 안내문에 표시된 약도를 가지고 투표하러 갔는데 약도에 표시된 장소에 투표소가 없었다"며 "투표소는 약도에 표시된 장소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변 상인에게 물어 (겨우) 투표장을 찾아 투표했다"며 "중요한 투표임에도 불구하고 (19일 오후 3시 24분까지) 수정 안내방송이나 안내문이 없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도 지난 17일 서울시 성동구 응봉동 제1투표소의 위치가 잘못 표기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에서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선관위는 <오마이뉴스>에서 취재에 들어간 이후에야 "동사무소를 통해 수정된 투표소 안내문을 배포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인쇄되는) 투표소 화면은 (민간회사에서) 지도서비스한 것"이라며 "선관위에서 동사무소 등을 통해 투표소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몇몇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투표소 위치가 틀린 곳은 다시 확인해서 다음 선거 때까지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표율이 100% 넘었다고?... "투표장과 개표장 사이의 차이"

 

이러한 투표소 안내 오류 말고도 ▲투표 안내문을 받지 못했다 ▲투표소 안내가 부실해 찾기 어려웠다 ▲투표장이 거주지에서 너무 멀다 등의 민원들도 제기됐다.

 

투표 안내문을 받지 못한 신태윤씨는 "확인해 보니 저희 동네만 해도 많은 가정이 투표안내문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며 "동사무소에서는 '발송은 했는데 아마 폐지수집상이 가져간 거 같다'고 해명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중앙선관위나 서울시 선관위 게시판만 보아도 안내문 미도착에 대한 항의글이 많더라"며 "선거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기본적인 권리조차 무시당하는 속에서 투표율 독려는 공염불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부 유권자들은 17대 대선 개표율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즉 일부 지역의 경우 개표율이 100% 이상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것.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매년 대선 때마다 그런 정도의 오차는 있었다"며 "투표장에서 보고한 투표자수와 개표장에서 확인된 투표자수 사이에 차이가 있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투표장에서 투표가 마감되면 전화로 투표자수가 몇 명인지 (위로) 보고하는데 개표장에 가면 그 수치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며 "개표를 해봐야 정확한 투표자수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투표장에서 투표자수를 100명이라고 보고했는데 막상 개표장에 가서 까보니까 103명이었다면 개표율이 100%를 넘을 수 있다"며 "그런 오차는 0.6%∼0.7% 정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투표장에서 선거인명부를 다 확인하고 투표자수를 세려면 개표는 저녁 8시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며 "일단 개표를 빨리 하고 그것을 (잠정 집계한) 투표자수와 대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중앙선거관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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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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