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클 펠프스와 오메가의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를 의심하는 뉴욕타임스의 보도 ⓒ NYT
베이징올림픽에서 8관왕을 달성한 미국의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와 올림픽 공식기록계측을 맡고 있는 오메가(OMEGA)는 부적절한 관계인가?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시간으로 21일 '오메가가 펠프스의 경기기록을 공개하지 않아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메가가 의도적으로 경기기록을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6일 열렸던 베이징올림픽 수영 남자 접영 100m 결승이었다. 당시 펠프스는 세르비아의 밀로라드 카비치에게 불과 0.01초차로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르비아대표단은 기록계측의 오작동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식으로 항의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혹 자초한 오메가의 '말 바꾸기'
▲ 펠프스의 8관왕 달성을 알리는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표지 ⓒ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항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카비치 역시 펠프스의 승리를 인정하며 승부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남은 것은 정확한 기록 공개뿐이었다.
그러나 수중 카메라 기록(underwater video images)을 공개하겠다고 나섰던 오메가가 갑자기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꾸면서 불필요한 의혹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메가는 "우리의 일은 선수들의 기록을 정확히 측정해 국제수영연맹에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제수영연맹의 방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여기에 "펠프스의 승리에는 어떠한 오차도 없다"며 의혹을 부정했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시계업체 오메가는 1932년부터 올림픽의 육상, 수영 등 모든 기록경기의 공식계측을 맡아오고 있다.
이처럼 오메가가 뒤늦게 입장을 바꾸자 많은 사람들의 석연찮은 눈길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미국언론들은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했다. 새로운 올림픽 영웅의 탄생으로 한창 들떠있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펠프스와 오메가의 '특별한 관계'에 주목했다. 바로 오메가가 펠프스의 공식 스폰서를 맡고 있으며, 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측정하는 곳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레지나 대학의 스포츠 윤리학자 데이비드 멜로이는 뉴욕타임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자칫 펠프스와 오메가는 물론이고 미국 국민들 전체에게 큰 상처(damaging)를 주고 마무리 될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의심받고 있는 '펠프스 신화'
▲ 펠프스의 어머니 데비 펠프스는 미국에서 펠프스 못지 않은 인기스타다 ⓒ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갈수록 의혹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젤 데이비스 대변인을 통해 "경기 결과는 정확했으며 우리는 이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 간접적으로 펠프스와 오메가의 손을 들어줬다.
펠프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피터 칼리슬 역시 "우리는 기록 공개를 요청할 생각이 없다"면서 "이는 전적으로 국제수영연맹과 오메가가 결정할 일이며 스폰서 계약과도 어떠한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펠프스는 이번 올림픽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지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역시 미국의 수영선수 마크 스피츠가 기록했던 7관왕을 넘어서며 올림픽 역사상 최다관왕에 오른 선수가 됐다.
미국언론들은 연일 펠프스와 가족들의 인생 스토리는 물론이고 어렸을 적 이혼한 뒤 펠프스와 연락을 끊은 아버지까지 직접 찾아내 인터뷰하는 등 집요한 취재경쟁을 벌이면서 '영웅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총대를 메고 나선' 뉴욕타임스의 지적에 의혹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미국은 올림픽 역사를 새로 쓴 '펠프스 신화'에 행여나 오점이 남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