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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재기사("마누라 집 나간지 몇 년 되면 자동이혼?")에서 '자동이혼'·협의이혼 문제를 다루었다. 예상밖으로 반응이 뜨거웠다. 소재가 이혼인지라 댓글보다는 쪽지와 전자우편으로 문의가 이어졌다. 이번주에는 이혼 재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위자료 청구 등 재산문제와 관련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배우자 재산 많으면 수억 원대 위자료 가능?

이혼 위자료는 대개 1, 2천만 원 수준이다. 배우자 한쪽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5천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진은 영화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의 포스터,
▲ 수억 원대 위자료? 이혼 위자료는 대개 1, 2천만 원 수준이다. 배우자 한쪽이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5천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진은 영화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의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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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같은 남편(아내) 때문에 내 인생을 망쳤다. 이제라도 보상받고 싶다.

이럴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낱말은 당연히 이혼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돈으로라도 청춘을 보상받고 싶은 심정에 위자료를 청구한다, 그것도 아주 '듬뿍'!

위자료는 많이 부르는 게 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더구나 배우자가 먼저 가정을 깼고, 재산까지 많다면 수억 원도 받아낼 수 있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사례 1] ㄱ씨(남자)와 ㄴ씨는 40여 년 전 결혼하여 3남 1녀를 둔 부부였다. 결혼 생활 20년이 지나자 ㄱ씨는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그렇게 처자식과 따로 살아왔던 ㄱ씨는 최근에서야 자신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40년간 속았다는 배신감에 사로잡힌 그는 조강지처인 ㄴ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내면서 위자료 2억 원을 청구했다. 

ㄱ씨가 소송을 걸자 ㄴ씨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맞소송을 걸었다. ㄴ씨는 이혼소장에서 "ㄱ씨는 남편 노릇을 전혀 하지 않았으며 수십 년간 가정을 내팽개쳤다"며 위자료로 1억 원을 달라고 했다.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법원은 우선 "ㄱ씨가 다른 여자와 동거하면서 가족을 돌보지 않아 부부간 동거, 부양 의무를 저버렸고, 이 때문에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그 다음 관심사는 양쪽이 청구한 위자료 부분이다. 먼저 법원은 ㄱ씨의 청구에 대해선 "자신의 딸이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 것은 최근인데, 이는 혼인관계가 파탄난 이후의 일이므로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그동안 가정을 소홀히 한 ㄱ씨가 ㄴ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ㄱ씨가 고령이고 투병중인 점 등을 감안하여 금액을 2천만 원으로 정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2가지 중요한 사실. 첫째, 위자료는 부부관계를 깬 쪽이 물게 된다. 둘째, 위자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위자료 보통 1, 2천만 원 불과 ... 5천만 원이면 최대

이혼 위자료란 부부 한쪽의 잘못으로 혼인관계가 깨짐으로써 상대방이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을 위로하는 성격을 띤다. 물론 가정 폭력, 협박, 외도 등으로 당한 부부생활의 고통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겠지만 돈으로나마 보상하라는 취지에서다.

법원은 부부의 나이, 직업, 재산정도, 혼인생활의 과정, 혼인기간 및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산정한다. 

그런데, 정신적 고통이란 개념이 추상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은 금액을 인정받기 힘들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작년 광주지법이 발표한 이혼 위자료 산정기준을 보자(참고로, 이 기준은 다른 법원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기본 위자료 액수는 3천만 원이다. 여기에 결혼생활이 30년 이상이면 50% 범위에서 가산하고, 반대로 1년 미만이면 그만큼 감액한다. 또한 혼인파탄의 책임이 중대할 경우 판사의 재량에 따라 일정한 금액을 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금액은 부부 한 쪽에 100% 잘못이 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따라서 부부 쌍방에 잘못이 있다면 과실 비율을 따져서 그 비율만큼만 인정한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위자료를 최대한 인정하더라도 5천만 원 안팎이다. 

실제로 기자가 최근 판결을 토대로 파악해보니 위자료는 대개 1, 2천만 원 수준이었다. 최대 금액으로 확인한 것이 5천만 원이었는데, 이 사건은 의사인 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아내를 무시· 폭행· 협박하고 가출 등 일방적인 행동을 일삼은, '아주 심각한' 사례였다.  

결혼 파탄에 공동 책임 있다면 위자료 "0"원

반면, 결혼생활 파탄의 책임이 누가 더 큰지 가리기 어려울 때는 위자료를 한 푼도 인정하지 않는다. 둘 다 잘못이 클 때인데 다음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례 2] ㄷ씨(남자)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지 못하였다. 아내인 ㄹ씨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ㄹ씨의 어머니는 딸을 처가로 데려갔다. ㄷ씨가 데려오려고 했으나 ㄹ씨 집안에선 거부하고 오히려 살림살이까지 챙겨가 버렸다.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양쪽은 각각 이혼소송을 제기했으며, 상대방에게 위자료까지 청구했다. 법원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결했지만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성적 능력에 결함이 있는 피고의 성적 무능"과  "피고를 이해하고 서로 합심하여 정상적인 성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 채 주위에 알리고 별거에 들어간 원고의 경솔한 행위"가 경합되어 양쪽 모두에게 똑같이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신적 손해 '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다르다

결혼을 잘못해서 인생을 망쳤더라도 망친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킬 ‘거액의 위자료’는 기대하기 힘들다. 영화 <사랑과 전쟁: 12번째 남자>의 한 장면.
▲ 위자료=인생역전? 결혼을 잘못해서 인생을 망쳤더라도 망친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킬 ‘거액의 위자료’는 기대하기 힘들다. 영화 <사랑과 전쟁: 12번째 남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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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거액의 위자료'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아마도 언론때문이 아닐까 싶다.

재벌이나 해외 연예인들의 이혼 사건을 언론이 흥미위주로 보도하면서 이혼 합의금(또는 위자료) 액수가 수억, 수십억, 혹은 수백억대라고 소개하니 그런 오해를 갖게 된 것이라고 본다. 돈많은 사람들이 합의금으로 얼마를 주고 받건, 그건 당사자들의 자유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세상에서 그런 일은 결코 없다. 

게다가 정신적 손해를 보상하는 '위자료'와 부부의 재산을 공정하게 나누는 절차인 '재산분할'을 혼동하는 데서 오는 착각도 한몫 하고 있는 것 같다(재산분할에 관해서는 상자기사 를 참고하기 바란다).

냉정한 것 같지만, 혹시 이혼을 떠올리고 있다면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결혼을 잘못해서 인생을 망쳤더라도 망친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킬 '거액의 위자료'는 기대하지 말자. 만일 이혼에 공동 책임이 있다면 위자료는 한 푼도 못받는다는 사실도 기억하자.

이혼하면 재산문제는 어떻게 되나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를 둘러싼 진실
이혼을 하게 되면 자녀 양육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관심사가 아무래도 재산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재산문제는 위자료, 양육비, 재산분할 등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위자료는 앞서 설명한대로 결혼 생활을 깨뜨린 쪽에게 정신적 손해를 보상받는 수단이다. 

양육비는 자녀를 키우지 않는 쪽(비양육부모)이 양육 부모에게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달마다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양육비는 비양육 부모의 소득이 기준이 되는데, 보통 자녀 1명당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 2백만 원 정도를 지급하게 된다.  

제일 복잡한 문제가 재산분할이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갖게 된 공동재산을 나누고 이혼 후의 생활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절차이다. 법원은 재산의 취득경위와 이용 상황, 소득, 생활능력, 결혼기간 등을 토대로 재산분할 비율을 정한다. 재산분할은 혼인관계를 파탄낸 쪽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자료와 큰 차이가 있다.

재산분할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명의로 재산이 있느냐보다 재산을 늘리는 데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누가 돈을 벌어왔는가로 판가름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부부 중 남편만 직장생활을 했더라도, 아내가 자녀 양육과 가사를 맡으면서 저축을 통해 재산을 늘려갔다면 양쪽 모두 재산증식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주혜 판사가 2004-2005년 판결 분석을 토대로 작성한 논문 '재산분할에 관한 판결례 분석'에 따르면, 부부 전체 재산을 100%로 보았을 때 여자 10명 중 4명꼴로 50%의 이상의 재산을 분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 중에서 과거에 직업이 있었거나 계속 직업을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 전체 재산의 50%를 인정받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업주부의 경우 31-40%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통계로 볼 때, 여성에게 31-50%의 재산 기여도를 인정한 판결이 절대다수(80%)에 이르렀다.
  
한편 부부 명의로 된 재산이라도 특유재산은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배우자 한쪽 또는 그의 부모가 마련한 돈으로 주택을 구입했거나 전세 자금 등을 조달했다면 이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부부가 별거 이후에 따로 마련한 재산도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에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재판 이혼 사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태그:#위자료, #이혼 , #재산분할,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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