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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의 선택을 받은 오바마는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풀뿌리 지지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소셜 미디어의 선택을 받은 오바마는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풀뿌리 지지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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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4일, 미국은 최초의 '소셜 미디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오바마라는 이름 앞에 수많은 수식어가 붙곤 하지만, '소셜 미디어'라는 표현만큼 그를 잘 드러내는 단어도 없다.

블로그 미디어인 RWW(ReadWriteWeb)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오바마를 언급한 블로그 포스팅은 무려 5억 개에 이르렀다. 반면, 매케인은 같은 기간 1억5000만 개에 그쳤다. 트위터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오바마 트위터에 친구를 맺은 누리꾼은 무려 13만여 명. 그가 맺은 친구수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페이스북의 오바마 페이지에는 3백만 명이, 마이스페이스에선 84만 명이 그를 친구로 등록했다. 특히 마이스페이스에선 대선 당일인 11월 3일과 4일 1만 명이 넘는 누리꾼이 오바마를 친구로 삼는 등 폭발적인 역동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의 선택을 받은 오바마는 이를 기반으로 폭넓은 '풀뿌리 지지자'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는 오바마의 확성기 역할을 했으며 이를 통해 지지세력을 한층 더 확장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인맥의 빈곤에 시달린 오바마를 온라인 인맥이 메워준 셈이다.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어떤 식으로 기여했는지를 추론해볼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 캠프는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견해를 직접 매개하고 전파함으로써 오프라인의 투표율을 제고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냈다.

오바마의 이러한 미디어 활용은 투표율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1960년 이래 가장 높은 63%를 기록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주사용자인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견인해냄으로써 정치의 주변부에 있던 그들을 정치의 중심부로 다시 불러오는 데 기여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디어 진화와 정치적 참여율의 상관관계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시민의 참여와 시민에 의한 대의기구의 통제를 꼽았다.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시민의 참여와 시민에 의한 대의기구의 통제를 꼽았다.
ⓒ 오마이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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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디어의 진화가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엄격한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우선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이 대단한 작업을 정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가 하기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정치학의 대가들마저도 손사래 치는 작업이다).

국내 민주주의 이론의 석학인 최장집 교수는 자신의 저서 <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 '민주주의란 선출된 정부에 의해 통치되고 특정의 법 또는 정책의 영향을 받는 시민이 그 결정 과정에 참여하거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제'라고 정의했다. 즉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민의 참여이며 또 시민에 의한 대의기구의 통제라는 의미다.

따라서 미디어의 진화가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 즉 시민의 참여에 기여하고 있는지, 또 대의기구의 시민적 통제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지난 26일 하루 동안 필자가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에서 실시한 간단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블로그,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참여 활동이 오프라인상의 투표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0%(76명)가 '참여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응답했다.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소수 '얼리어답터'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로 인해 표본의 편향성이 두드러지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소셜 미디어의 주 이용자들이 투표 참여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다시 말해,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일어났던 소셜 미디어에 의한 투표 참여율 제고가 소셜 미디어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한국에서도 재현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유형별로 미디어의 진화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대의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본 미디어의 기여

현대 민주주의는 투표와 투표로 선출된 대표, 그들이 구성한 정당에 의해 국가기구가 견제되고 통제되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이 선출한 대표가 시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고 이격, 괴리됨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과제는 최 교수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데모스와 통치자 간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피치자로서의 인민과 선출된 대표 간의 거리를 책임의 원리를 통해 최소한으로 좁힐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표-책임의 원리를 통한 제도의 작동과 그 정치적 실천이 선출된 정부, 선출된 대표의 이익에 복무하기보다 시민의 선호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이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데모스와 통치자 간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최장집 <어떤 민주주의인가>)

소셜 미디어 즉 미디어의 진화가 이 간극을 메워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정치커뮤케이션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답변한 바 있다.

"인터넷은 과거에는 정보 수집의 창구였지만 근간에는 트위터처럼 소통의 장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서 민심을 읽는다고 하는데 신문을 통해 아는 것과 만나서 얘기 듣는 것은 판이하게 다르다. 트위터가 어떻게 보면 직접 만나는 것보다 어떨지 몰라도, 직접 만나는 것은 제한돼 있지 않나. 저에게 팔로 돼 있는 사람들끼리 오가는 것도 보지 않나. 현실을 있는 대로 파악하고 느끼는데 있어서는 굉장히 많이 된다."

올드 미디어의 매개 기능 저하로 간극이 더욱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데모스와 통치자 간의 거리를 어떻게 좁힐 수 있느냐'라는 과제를 소셜 미디어가 일부 해소해 줌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다. 즉 대의제 민주주의의 이상인 '시민의 선호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일정 부분 트위터가 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인들은 시민들, 특히 당원 및 지역 투표 계층과의 직접 커뮤니케이션에 비교적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시간적·공간적 제약 조건 탓도 있지만 선출된 이후의 대표성에 대한 상시적 자극이 무뎌진 탓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득권층과 접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이런 시민과의 괴리를 줄이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미디어의 기여

지난 6월 초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6월 초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대표적인 경우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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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카카바즈(www.kakabadse.com) 교수에 따르면 참여민주주의란 이해관계들을 토의와 의사결정에 부치는 서비스를 하며 민주적 참여를 통해 자율성을 높이고 그럼으로써 민주주의가 정치적 형평성을 지향하는 가장 효능적인 통치유형, 즉 심사숙고를 통한 합의를 이루기에 적합한 자연적인 형태를 뜻한다.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에 따르면 토머스 제퍼슨과 밀즈, 바버로 계승돼온 참여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보완적·비판적 테제로 탄생한 민주주의의 한 모델이다.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정당이나 정치인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보다는 일차적으로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미디어가 제도에 기여하는 몫은 선출된 대표가 시민의 선호에 근접하도록 하기 위한 매개 기능 극대화에 달려 있다. 반면 참여 민주주의에선 개별 시민들의 미디어 운영 참여를 독려하는 개념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민주적 대중의 창조>의 저자인 케빈 맷슨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민주적 대중(Democratic Public)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 및 국가적 이슈에 심사숙고하고 공적 판단을 할 때 형성된다. 공적 토론 모임을 가짐으로써 시민들은 민주적 대중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힌다. 민주적 대중 중심의 참여민주주의가 실제적 민주주의다." (Kevin Mattson, <Creating a Democratic Public>)

특히 밀즈는 선거구와 같은 지역의 공공영역에서 대면적 접촉을 하고 대화를 하며 주요 현안들을 결정하는 시민의 정치적 역할을 미디어가 제거한다며 당시의 매스미디어의 기능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참여 민주주의 연구자의 이론을 종합하면 기존 미디어에 의한 매개 기능을 제거하고 시민들, 특히 Hyper-Local / 국가 단위의 시민들이 직접 미디어를 통해 공적 토론 과정에 참여할 때 실제적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사소통에 가장 최적화된 온라인 도구가 소셜 미디어이다.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실천적으로 시현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트위터 사용자 시국선언은 온라인을 통해 공적 토론 모임을 가짐으로써 '민주적 대중'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직접 시국선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를 기존 '올드 미디어'가 보도해 시민들에게 알려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블로그와 트위터, 트위터 API를 활용한 매쉬업 서비스가 동원됐으며 대표적인 국내 소셜 미디어인 '다음 뷰'를 통해  대규모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소셜 미디어의 한계와 과제

현재 미디어는 '모바일'과 '실시간'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란 대선과 마이클 잭슨 사망 사건을 통해 본 소셜 미디어는 그야말로 정보와 아젠다 확산의 '속도전'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젠다 형성과 확산의 속도전이 위에서 언급한 '민주적 대중'의 형성 그리고 공공적 판단을 위한 대중의 숙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다.

공론 형성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개별 시민들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의 쏠림이 빈번해진다면 제2의 황우석 사태와 같은 '포퓰리즘적 여론몰이'가 소셜 미디어에서 횡행할 수 있다.

이는 최 교수의 지적처럼 "매개 과정을 갖지 않는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적 힘으로서의 민중성은 민주주의와 병행할 수도 있지만 과거 역사에서도 보듯 파시즘이나 어떤 전체주의적 운동, 혹은 그런 체제와도 병행하거나 이를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해 민주주의 시스템에 위험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내에서 이뤄지는 '실시간'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며 특히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정보와 아젠다의 필터링을 위한 정교한 알고리즘이 고안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 미디어는 민주주의 학습장

그럼에도 소셜 미디어에서 이뤄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은 오프라인 세상을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국가기구에 의해 통제되고 억압당하는 '오프라인 한국', 하지만 '온라인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의 학습장이자 해방구다. 이 온라인에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학습하고 있고 틈새로 새어나오는 국가기구의 선출된 대표들의 비상식에 대한 정보들을 취합하고 또 공유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특유의 히피적 저항문화, 네트워크의 확산 속도, 탈산업적 이데올로기, 반권위적 수평주의 등에 힘입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집단지성이 온라인에서 잉태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렇게 학습된 민주주의적 태도와 의식은 다시 오프라인의 민주적 열망의 에너지로 질적 전환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첨예한 정책 이슈가 충돌하는 선거 국면에서 그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오마이뉴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이 통상 선거와 재난·재해의 발생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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