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임 VMK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이하 VMK) 수석코치는 '수석코치'란 명칭을 조금 부담스러워 한다. 마라톤 선수 출신도 아니고 제대로 된 코치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VMK 측에서는 김 코치의 성실함과 열정만으로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수석'의 자리를 맡길 수 있었던 것이고.

김 코치는 현재 VMK에서 시각장애 마라토너들을 지도하고 있다. 전문 선수를 지도하는 게 아닌 만큼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코치의 임무다.

경남 통영에서 나고 자란 김 코치는 2000년 남편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면서 통영 토박이 생활을 정리했다. 서울이라는 낯설고 거대한 곳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김 코치는 평소 좋아하던 '운동'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기로 작심한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춘천마라톤 대회'의 '하프' 구간이다.

시골에서 자라 스스로 건강체질이라 자부하긴 하지만 마라톤의 '마'자도 모르던 그가 '하프' 구간에 도전하다니…. 어쩌면 그녀는 마라톤을 얕잡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전 결과 '의외'의 상황이 발생한다. 1시간 48분 대의 훌륭한 기록으로 입상까지 한 것이다. 1달 연습한 결과라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였다.

 김순임 VMK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수석코치

김순임 VMK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 수석코치 ⓒ 한승호

이런 '능력있는' 김 코치가 VMK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던 지인이 '도우미' 일을 부탁하면서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VMK가 무슨단체인지도 몰랐던 그녀는 점잖게 '거절'했지만 지인이 집요하게 부탁해 오자 결국 승낙했다.

김 코치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은 했지만 솔직히 시각장애인이 부담스러웠다. 도우미의 역할도 잘 몰랐고 방법은 더욱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부산에서 올라온 시각장애인과 첫번째 만남을 갖고 나서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이 운동에 대해 얼마나 목말라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도우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것이다.

그때부터 김 코치는 VMK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해 도우미를 자청했다. 그런데 도우미 한 사람이 늘었을 뿐인데 김 코치가 모임에 참석하자 마라톤을 배우겠다는 시각장애인들이 순식간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도우미에 목말라 있던 시각장애 마라토너들이 많았던 것이다.

현재 시각장애인 마라톤은 시설도 열악하고 재정지원도 없어 힘든 순간 투성이다. 하지만 정작 김 코치가 가장 안타까워 하는 것은 바로 '도우미' 문제다. 도우미의 도움만 있으면 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김 코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에게 이렇게 부탁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의 벽을 깨지 못하다 보니 '도우미'는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편견은 스스로 깨고 나오셔야 합니다. 같이 운동하고 생활하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집에만 계시지 말고 밖으로 나와 함께 달려 봅시다. 마라톤은 결코 경계의 벽을 남겨놓지 않을 겁니다."

김순임 마라톤 VMK 시각장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