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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8일 오후 9시 34분]
 
PD수첩 제작진 "다음 주 방송 안 되면 강력한 투쟁 돌입"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PD수첩'이 불방된 다음 날인 18일,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MBC 김재철 사장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MBC본사를 항의 방문했고 'PD수첩' 불방사태에 항의 하는 시민들의 촛불은 점점 늘어났다.
 
오후 4시 40분경 민주당 이춘석·전혜숙·전병헌·조영택·홍영표 의원은 김재철 사장을 만나 'PD수첩' 방영을 촉구하기 위해 MBC 사옥을 찾았다. 전병헌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번 'PD수첩' 불방사태는 5공 시절 보도지침을 MBC라는 회사가 다시 부활시킨 것"이라며 "사장에게 국민을 대신해서 사과를 받고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7시 촛불집회에는 200여 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전날 'PD수첩' 불방소식이 전해지고 긴급히 MBC 사옥 앞에 모였던 시민들은 해가지자 또 다시 촛불을 밝혔다. 부슬비가 내리고 더운 날씨였지만 퇴근시간이 지나면서 그 수는 점점 늘어났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평소 자신을 순진하고 소박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을 못하게 막는 것은 잘 못 참았다"라며 "PD수첩의 입을 막는 행위에 참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또 "법원에서 판결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의는 사전검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검증한다"며 "그곳에서 'PD수첩'이 승리했는데 뭐가 두려워서 방영을 포기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PD수첩'이 현재 편집된 그대로 1초의 잘림도 없이 전국으로, 모든 시청자들에게로 방영되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편, 이날 MBC노조와 시사교양국PD들은 'PD수첩' 불방 사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하게 회의를 개최했다.
 
MBC노조는 낮 12시 비상대위원대회를 열고 'PD수첩'의 즉각 방영을 요구하며 공정방송이 훼손된 것에 항의 하는 집회를 매일 오전 7시 회사 로비에서 개최하는 것을 결정했다. 또한 불방사태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시사교양국PD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추후 투쟁의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상교양국PD들은 오후 3시 비상회의를 소집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날 'PD수첩' 제작진의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를 통해 다음 주 화요일 PD수첩을 예정대로 방송할 것을 요구하며 또 다시 불방 될 시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1신 : 18일 오후 12시 37분]
 
"PD수첩 불방은 MB정권 향한 충성 맹세"
 

"사전검열 포기하고, PD수첩 방송하라!"

"약속파기 방송보류, 청와대의 지시인가!"

"정권의 방패막이, 김재철은 물러가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다룬 <PD수첩>이 결방된 다음날인 18일, 20여 명의 MBC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출근하는 김재철 MBC 사장에게 일갈했다. 김 사장은 17일 4대강 사업 수립과정에 청와대 인사가 개입한 '비밀팀' 운영, 대운하 사업과의 연관성 등을 폭로할 예정이었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을 방송보류 시켰다. 김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며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이날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여의도 MBC본사 건물로 들어선 김 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조합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승강기 앞으로 걸어갔다. 조합원들의 구호는 김 사장이 로비를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이럴 수 있냐", "너무나 부끄럽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후 조합원들은 오전 9시 30분 경 건물 10층 사장실로 올라가 항의 농성을 시작했다.

 

"광우병 보도 사과 방송한 경험, 사실관계 확인하겠다"

 

<PD수첩> 결방으로 인한 논란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법원도 국토해양부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방송을 막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김 사장의 '사장 사전 시사'로 결방된 사실이 알려지자 김 사장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사측은 18일 오전 발행한 '회사특보'(발행인 김재철)를 통해 'PD수첩 방송 보류와 관련한 회사 입장'을 발표했다. 사측은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에 대해 "국토부에서 "비밀팀은 없었으며, 허위"라는 내용의 해명 자료를 배포하고,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광우병 보도로 '시청자 사과방송'을 한 경험을 가진 문화방송 경영진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고 제작진에 대본과 편집본에 대한 시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어 "법원에서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과 회사가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고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PD수첩 담당국장이 제작진에게 사장과 이사들의 사전시사의 뜻을 전했으나 제작진은 이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방송이 되기도 전에 논란이 불거진 프로그램에 대해 사실 확인을 위한 검증 절차를 요청했으나 제작진이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불가피하게 '방송 보류'라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PD협회 "정권을 향한 충성 맹세"

 

이에 MBC내부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MBC PD협회는 18일 'MBC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PD협회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며 "MBC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겠다는 자들이 공영방송의 경영진이라며 시간을 되돌려 또다시 <PD수첩>의 방송을 막고야 말았다"고 개탄했다.

 

PD협회는 이어 "김재철이 일찍이 없었던 '사장 사전 시사'를 요구했고 이는 명백한 사전 검열이며 제작진의 거부는 당연한 일"이라며 "이는 <PD수첩>을 사전에 시사해 입맛에 맞게 프로그램을 고치고야 말겠다는 김재철의 오기요, 정권을 향한 충성맹세이다"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PD수첩을 하루속히 정상적으로 방송할 것'과 '경영진의 사과', '공식적인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했다.

 

오전 10시 전국언론노조와 MBC노조,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각층의 인사 30여 명은 'PD수첩 입막고, 4대강 물막고, 국민의 귀막고, 막으면 터진다', '정권을 위한 친위쿠데타, 김재철은 물러가라' 등의 피켓을 들고 MBC 정문 앞에 섰다.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규탄발언에서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을 못하는 경우는 내용이 너무 사실과 다르거나 너무 사실적이기 때문"이라며 "전자는 제작진에 의해 걸러질 것이고 후자는 진실을 불편해 하는 사람에 의해 막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PD수첩'이 방영되면 불편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며 "김재철 사장은 낙하산 사장다운 모습으로 진실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근행 MBC노조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PD수첩' 방송본을 사전에 보고 '공정성을 더 기하라'고 하겠는가, 아니면 '의혹을 왜 이것밖에 캐지 못했냐'라고 질책할 것인가"라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방송을 막으려는 치졸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이 위원장은 또 "'사장이 보자는데 왜 안보여주냐'라고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 번 보여주면 정부가 예민해 하는 것, 기업이 예민해 하는 것 등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시사 프로그램의 방송을 막기 위해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라며 "그러나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했는데 불방된 적은 없었다. 정권 차원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MBC노동조합은 이날 낮 12시 비상대의원대회를 소집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하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도 방송금지가처분 기각했는데, 회사가 왜 이러나?"

<PD수첩> 결방 관련 MBC노조와 제작본부장-시사교양국장 일문일답

MBC노조는 지난 17일 'PD수첩'의 방송 보류가 결정되자 TV제작본부장과 시사교양국장을 찾아가 항의하고 불방 이유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MBC노조와 사측이 맺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국장책임제'보다 이사회의 권한이 상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판결과 논란이 될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검열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 했다. 이 일문일답은 18일 오전 발행된 MBC노조 특보에 실린 내용이다.

 

노동조합 : "'PD수첩'을 왜 불방 결정했나?"

조중현 제작본부장 : "논란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소재는 이사들이 보고 나서 방송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노동조합 : MBC 단체협약엔 엄연히 '국장책임제'가 존재한다. 이를 무시한 건가?"

제작본부장 : "이사회의 결정이다. 경영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이사들이고, 그 이사들이 상법에 의거해 내린 판단이다. 광우병 사과방송도 법인이 했던 것 아닌가. 문제가 있을 경우 이사회가 보자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단체협약과 상관없이 이사회가 결정하는 사항이라는 논리가 있었다."

 

노동조합 : "이미 심의평가부의 사전 대본 심의가 이뤄졌고, 제작진이 의견을 반영한 상황이었다."

제작본부장 : "영상물이기 때문에 대본을 사전 심의했어도 완제품을 봐야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노동조합 : 전례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가?"

제작본부장 : "전례가 없다는 것은 임원회의에서도 얘기가 됐다."

 

조합 : "도대체 프로그램 책임자인 시사교양국장은 회의에서 뭐라고 했나?"

이주갑 시사교양국장 : "개인적으로 사장이 보자는 건 사장이 최종 권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임원회의와 제작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기에 차선책으로 임원회의에서 "나에게 맡겨 달라"고 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조합 : "법원도 국토해양부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런데 회사가 왜 이러나?"

제작본부장, 시사교양국장 : "..." (대답 못 함)

 

조합 : "향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는 모든 프로그램을 사전에 본다는 게 이사회의 결정인가?"

제작본부장, 시사교양국장 : "..." (대답 못 함)

 

조합 : "제작본부장은 임원회의에서 가만히 있었나?"

제작본부장 : "담당국장을 통해 수정을 지시했고, 심의도 거쳤기 때문에 방송을 보류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상법에 의거해 경영을 책임지는 이사들이 (사전에)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조합 : "그렇다면 'PD수첩' 관련해 회사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제작본부장 : "이사회 시사 후 방송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것이다."

 

조합 : "그렇다면 이사회 시사 없이는 방송이 불가하다는 것인가?"

제작본부장 :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태그:#PD수첩, #피디수첩, #MBC, #엠비씨,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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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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