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태양광 발전소 원정대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친환경 스노우모빌인 에코모빌로 남극점까지 탐험했다.

▲ 이동식 태양광 발전소 원정대는 태양에너지를 사용한 친환경 스노우모빌인 에코모빌로 남극점까지 탐험했다. ⓒ SBS


"남극에서 기름 냄새 풍기면 안 되잖아요"

SBS가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친환경 탐험을 다큐멘터리로 담았다. 총 4부작으로 구성된 <남겨진 미래 남극>은 '화석연료 없이 생존이 가능한가'의 물음에 답하기 위한 실험이다.

11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진행된 <남겨진 미래 남극> 시사회에서는 박영석 대장과 SBS 제작진이 함께한 그린 원정대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연출한 신언훈 국장과 공동연출을 맡은 임완호 자연다큐멘터리 감독과 박진용 PD, 그리고 박영석 대장이 참석했다.

"'미친 짓'이라고 하니 오기 생기더라"

박영석 대장과 신언훈 국장이 함께 에베레스트를 올랐던 2009년 기획된 이 프로젝트의 원래 목표는 남극 횡단. 하지만 이상기후 때문에 계획을 바꿨고, 탐험 41일 만인 1월 28일 목표지점인 남극점에 도달했다.

신 국장은 "기획할 때는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고생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구온난화로 탓에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남극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탐험하는 것은 유례없는 도전이었다.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스노우모빌 '에코모빌'을 구상, 제작하고 영하 40도의 냉동 창고와 실내 스키장에서 테스트하기까지 1년 반이 걸렸다. 하지만 실제 남극의 얼음 벌판은 더 험난했다. 탐험기간 중 절반인 20일은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해가 날 때마다 솔라모듈(집광판)을 깔고 태양광을 흡수해야 했다.

가보지 않은 극지가 없다는 박영석 대장에게도 자연 에너지만으로 남극점까지 가는 것은 그의 표현대로 '개고생'이었다. 에코모빌에 필요한 배터리, 전기모터, 솔라모듈부터 식량 등 짐까지 에코모빌이 끌어야 하는 무게는 1톤이 넘었다.

남극의 사스투르기(요철지대)를 통과할 때는 그 충격에 솔라모듈이 깨져 나갔다. 박 대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무게와의 전쟁이었다"며 "타버린 모터, 불량 배터리 등의 폐기물과 쓰레기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지만 (취지가 친환경인 만큼) 함부로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장은 "현지에서 이걸 어떻게 끌고 가냐는 둥 '미친 짓'이라고 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며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남극점까지 도달한 것은 기계의 힘보다도 대원들의 집념과 의지로 해낸 일이었다"고 말했다.

탐험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 

그린원정대  (왼쪽부터) 신언훈 국장·박영석 대장·임완호 감독·박진용 PD

▲ 그린원정대 (왼쪽부터) 신언훈 국장·박영석 대장·임완호 감독·박진용 PD ⓒ SBS


5년 동안 여섯 차례나 남극을 탐험하며 자연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임완호 감독은 4부작 중 1부 '야생의 부름' 편을 연출했다. 남극을 알리는 프롤로그 성격의 1부는 펭귄이 주인공이다. 황제펭귄, 젠투펭귄, 아델리펭귄 등 야생의 삶을 통해 지구 온난화 위험성을 담아냈다. 임 감독은 "남극의 대자연을 표현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펭귄들에게 최대한 접근해 미세한 떨림까지 포착하는 특수미속촬영은 영화용 디지털 카메라 '레드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임 감독은 "실질적인 남극 탐험이 이뤄진 지 100년 정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펭귄들이 사람에 대해 잘 몰라서 근접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부가 남극의 자연, 2부와 3부가 친환경 탐험을 주제로 삼고 있다면 4부는 남극에 살고 있는 사람들, 세종과학기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4부의 연출을 맡은 박진용 PD는 "(과학기지의) 하계와 동계 대원 모두를 주인공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줄 수 있는 남극에서 이들의 도전은 단순한 탐험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실험이었다.

박진용 PD는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왔다"며 "실제로 4시간 동안 8번 정도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걸 목격했다"고 말했다. 신 국장은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남극을 탐험해야 했던 이유에 대해 "금세기 안에 해수면이 45cm 올라간다고 한다"며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남극에서 대체에너지의 효용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남겨진 미래, 남극>은 오는 15일 오후 11시 1부 '야생의 부름'부터 22일 '얼음바다, 태양의 돛을 올려라', 29일 '하얀 정글의 사투', 6월 5일 '빙원의 프런티어'까지 총 4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남극 남겨진 미래 남극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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