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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 책겉그림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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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서 자라면서 밭에다 돼지 똥물을 뿌린 적이 있다. 그걸 뿌리면 곡식들이 알차게 자란다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정말로 다른 해에 비해 수확량이 좋았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그해에 태풍이 너무 거칠게 몰아치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 돼지 사육장은 시골 읍내에 몇 군데 없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밭 위에 있었다. 그리 크지 않는 사육장에는 수많은 돼지들이 커가고 있었다. 물론 어릴 적에 집에서 직접 기르던 돼지와는 수준이 달랐다. 집돼지는 먹다 남은 밥을 주로 주었지만, 사육장의 돼지들은 대부분 사료를 먹었고, 정기적으로 대량 소독제도 뿌려대는 듯 했다.

그때는 사육장에서 키워낸 돼지들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명절 때면 사육장 주인이 인심을 쓰듯 동네 사람들끼리 나눠 먹도록 살찐 돼지를 기부하고 했기 때문이다.

헌데 그게 그렇게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읽고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 이유가 뭘까? 사프란 포어는 '공장식 축산농장', 다시 말해 '가축밀집사육시설'은 오늘날 지구온난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예전에 방목하며 기르던 것과는 달리 요즘의 축산업은 그야말로 '동물학대산업'이고, 동물들이 쏟아내는 거름은 '유독성 폐기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곰곰이 따져 보면 지극히 공감이 간다. 지구 육지의 3분의 1가량을 가축들이 차지하고 있고, 그 땅을 확보하기 위해 그만큼 수풀과 산림을 훼손했고, 또 잡종 옥수수 사료를 만들기 위해 그만큼의 대기오염을 가져왔으며, 공장식 축산농장에서는 어느 누구도 제제할 수 없는 무차별적인 가축살해현장이 벌어지고 있고, 각종 사료와 소독제와 항생제를 먹고 들이마신 가축들이 쏟아내는 똥오줌들은 그야말로 독성을 지닌 폐기물과 같다는 뜻이다.

"엄청나게 위험한 이 엄청난 양의 똥은 어떻게 되는가?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된다면, 액화시킨 배설물을 돼지 축사 옆에 붙은 거대한 '인공 못'에 들이 붓는다. 이 유독한 인공 못들의 면적은 1만 1000제곱미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가장 큰 카지노와 맞먹는 면적이다. 깊이는 10미터까지 들어간다. 이러한 호수 크기의 임시 변소들을 만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으며, 실제로 배설물을 다 담지 못하는데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이렇게 엄청난 분뇨 구덩이들 100여 개가 도축장 단 한 곳 주변에 퍼져 있기도 하다."(227쪽)

이 '인공 못'이 시골서 보고 자란 축사 옆의 '돼지 똥통'이었던 셈이다. 그곳 주변에 날파리 떼가 온통 날아다녔고, 독성 강한 모기떼들도 떼를 지어 살고 있었고, 어쩌다 보면 돼지 사체까지도 둥둥 떠 있는 것도 본 것 같다. 그 똥통에다 호스를 대서 밭에다 뿌려댔으니 과연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왠지 개운치 않은데, 소를 키우다 당한 일은 더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에 다닐 무렵, 동네 집집들마다 소 막사를 짓기 시작했고, 우리 아버지도 별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집들에 비해 형편상 작은 막사를 지었고, 그곳에다 네 마리 소를 키웠다. 그 당시에는 그나마 낮에는 산에다 방목을 했고, 저녁때면 집으로 끌고 왔다. 녀석들이 싼 똥과 오줌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대청소를 해 줬다. 물론 녀석들의 똥 거름도 밭을 찰지게 한다는 생각에 정기적으로 뿌려댔다.

문제는 학교에 다녀 온 저녁 무렵 즘이다. 그 때 되면 녀석들을 데리러 산을 한 바퀴 돌아야 했고, 그러면 위아래 옷가지에 크고 작은 진드기들이 극성스럽게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어쩌다 너무 작은 것들을 못 찾아내면 그날 저녁은 온통 진드기들의 가려움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도 그 일은 이 책에서 밝혀주는 극심한 질병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으니 얼마나 다행스런지 모르겠다.

그것은 예전의 도축과정이 4-5년이던 것들이 요즘은 12-14개월로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그를 위해 각종 질병예방을 위한 무분별한 항생제를 거침없이 투여하고 있고, 도축을 위한 운송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눈에 보이지 않게 심각하다. 새들의 경우에는 감독관이 질병으로 의심되는 이상 증세를 찾아내는 검사시간도 대략 2초라고 하는데, 과연 소들은 눈가리고 야웅하지 않을까?

그만큼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퍼트리는 병원균들이 앞으로는 더욱더 창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흐름을 무마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로비와 알력다툼이 성행하는지도 이 책은 밝혀준다.

"이제 해야 할 일은 목초지를 기반으로 하는 동물 사육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이건 그림의 떡이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선례가 있어요. 20세기 중반 공장식 축산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축산업은 목초와 뗄 수 없는 관계였지, 곡물이나 화학물질, 기계 따위와는 별 관련이 없었어요. 또 경제적으로 따져 보아도 목초를 먹이는 것이 점점 더 합리적인 방법이 되어 가고 있어요. 치솟는 옥수수 가격은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어 놓을 거예요. 그것이 미래예요. 진정으로 지속 가능하면서 인도적인 사육요."(266쪽)

요즘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온 세계가 비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5천 명 이상 감염됐다는 방송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통계가 그 정도라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주된 이유가 뭘까? 감기나 독감에 걸렸는데도 항생제를 남용하는 것과 공장식 축산의 동물들에게 투입하는 강력한 항생제 사용이 그것이다. 그에 따른 내성으로 생성된 슈퍼박테리아에 사람들이 곧잘 감염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밝힌 바 있지만, 에이즈가 2400만의 인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데 대략 24년이 걸렸다면, 스페인 독감은 24주 만에 그와 맞먹는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그 원인은 H5N1에 기반을 둔 병원균으로, 돼지에게서 변이된 바이러스로 추정한다는 것이다. 사프란 포어가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금하도록 관계 당국에 철저히 요구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도, 더 늦기 전에 이전의 공장식 축산에서 방목 축산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일들이 선행되기 전까지 동물을 먹는다는 건 왠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민음사(2011)


태그:#동물사육, #슈퍼박테리아, #도축과정, #돼지 똥통, #공장식 축산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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