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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철이 되자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는 바로 '차악이라도 뽑자'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나는 A 후보는 싫은데 B 후보가 더 싫어서 차라리 A 후보를 뽑을 거야'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어볼 수 있다. 심지어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라는 명언 아닌 명언도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최악과 차악을 가리는 것 자체가 이미 후보들의 단점만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후보를 평가함에 있어서 그의 인물, 사상, 정책, 공약, 도덕성 등이 그 기준이 된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단점만을 가지고 후보를 평가한다는 것은 위의 기준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나아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음을 입증하는 꼴이 되고 만다.

특히 이러한 모습은 주로 20대에게서 발견된다.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데 투표는 해야 할 것 같고,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려던 찰나에 정보의 홍수 인터넷에서 후보들을 비방하는 온갖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결국 자신의 가치관으로 후보를 평가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니 최상의 인물보다는 최악의 인물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정치권에 의해서 다시 악용이 되고 만다. 우리 당의 후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남의 당의 후보가 얼마나 '나쁜지' 보여주는 네거티브 방식이 선거운동의 주를 이룬다. 물론 네거티브 전략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타 후보의 단점을 드러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난 선거들을 보면 네거티브 방식이 주가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2010년 5월 지방선거, 올해 4월 총선에 이어 지금의 대선까지 와서도 상대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은 변함없이 선거의 주전략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선거는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배가시켜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고민해볼 만하다. 과도한 네거티브 방식이 시민들에게 정치에 흥미를 떨어뜨리도록 유도한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네거티브 방식이 유효하게 된 것이 먼저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사실 조금 복잡하다. 하지만 전자는 정치의 발전이 시민의식을 발전시킨다는 입장으로 치환할 수 있고 후자는 시민의식의 향상이 선진 정치를 이끌 수 있다는 입장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이렇게 표현해보면 당연히 후자가 입장에 서게 된다. 즉, 네거티브가 판치는 선거판은 시민들의 올바른 정치의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각 후보들의 정책과 성향, 인품 등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데 네거티브가 과연 먹힐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60년 4월과 87년 6월, 한국사회는 시민들의 힘으로 정치 변화를 이끌어냈다. 정치는 시민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4월과 6월의 그 거창한 혁명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민주사회의 시민이라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두고 참여하는 것이 응당 당연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후보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18대 대선. 부디 차악을 뽑는 대선을 치르지는 말자. 자신이 뽑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투표해야 할 것이다.


태그:#대선, #투표, #네거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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