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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달력 표지.
 사진달력 표지.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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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셔터소리

용산참사로 많은 분들이 죽고 또 다쳤다. 물리적인 충격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했다. 사고현장과 사고 당시를 기록하는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말이다.

시간은 흘러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즈음 유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가장을 잃은 가족들, 집을 잃은 철거민들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경쟁하듯 눌러대는 셔터 소리가 서글프다. 달려갈 수도 없고, 함께 할 수도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진가들은 말이다.

흐르는 눈물이 렌즈를 더럽혀도, 앞을 가려도 그들은 셔터를 눌러야한다. 고통의 순간을 담아내야 하는 사진가들의 셔터소리는 언제나 서글프다.

용산참사로 눈물이 마를 날 없던 유가족들의 눈두덩이가 두툼해진 어느 날, 사진가들은 모였다.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연대할 수 있는 일을, 희망을 찾기 위한 모든 일들을 위해 카메라 랜즈를 안으로 향했다. 최소한의 변화를 꿈꾸며.

한겨울 눈발 날리던 날 돌아가신 분들을 추억하며 계절을 넘기고 있던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 유가족의 눈두덩이도 조금씩 가라앉을 즈음. 사진가들은 용산의 아픔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고, 용산의 아픔이 우리시대의 풍경이라 정리하며 풍경을 주제로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The Small Beginnings Project)

달력구매 홈페이지.
 달력구매 홈페이지.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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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빚진자들이 모여 사진을 고르고 디자인을 한다. 평생 해 본 적 없는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달력종이는 뭘로 할까, 디자인은 누구에게 말하지, 곧 12월인데 12달짜리 달력은 시기가 안 맞아, 가격은 얼마로 해야하는지, 홍보는 어찌하고 판매는 또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통 경험하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사진가 노순택과 한금선은 후배 사진가들과 기획자, 디자이너를 불러 모았고 하나씩 정리해 나간다. 드디어 완성된 15개월짜리 달력. 두툼한 달력이 꽤나 고급스럽다.

인터넷 선구매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한 이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신기하기만 하다. 몇 권을 만들어야 하는지, 누가 살지 고민이 많았던 이들에게 예약 구매자들의 반응은 뜻밖의 일이었다. 하루, 이틀 선구매 요청은 순식간에 완료되었고 사진가들은 판매대금 전부를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전달됐다.

10월부터 시작되는 15개월짜리 달력의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사진들이다.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 재개발에 힘겨운 사람들, 노을을 등지고 걷는 사람, 어부의 손등, 웃음이 예쁜 아이들의 모습이 방 안 가득 번진다.

2014년 다시 최소한의 변화를 꿈꾼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전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전
ⓒ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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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용산참사, 2011년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2012년 쌍용차 해고노동자, 2013년 콜트.콜텍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달력을 만들었고 이제 2014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를 위한 달력을 만든다.

지금까지 참여한 사진가들만 해도 50명이 넘는다. 해마다 20여 명의 사진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였다. 풍경, 노동의 풍경, 가족, 소리 음악. 올해는 노동의 자리가 주제다. 어떤 작가들의 어떤 사진이 우리를 설레게 할 지 궁금하다.

벌써 5년. 이제 아카이브전시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던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함께한 사진가들의 작품이 전시의 형태로 사람들과 만난다. 경쟁하듯 눌러대는 셔터 속 사진이 아닌 사람을 그리는 셔터 속 사진들이 공간으로 나온다고 한다. 10월 중순 '류가헌'에 꼭 가봐야겠다.

사진비평가 이광수는 이 사진가들을 "이미지가 넘치고 말씀이 쏟아진 한국 사회에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던진 사진의 외침은 죽비가 되어 우리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사진으로 그동안 우리가 눈이 멀어 보지 않은 주변의 작은이들이 사는 삶을 보게 하였다. 세상에 눈 뜨게 하는 사진, 이것이 사진이다. 그 안에 소통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 함께하고자 한다면 이 달력을 펼쳐보자. 최소한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展-빛에 빚지다 다섯 번째 이야기
전시기간: 2013년 10월 15일(화) ~ 2013년 10월 27일(일)
장 소: 류가헌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 /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문 의: www.ryugaheon.com http://blog.naver.com/noongamgo

* 신유아 기자는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유아, #최소한, #노순택, #정택용,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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