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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부로 걸려오는 전화 가운데 가장 '뜨거운' 내용은 뭘까요? 바로 "편집 원칙이 뭐죠?"라는 질문입니다. 창간 10여년 동안 시민기자와 편집기자 사이에서 오간 편집에 대한 원칙을 연재 '땀나는 편집'을 통해 시민기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시나 소설, 일기나 편지도 기사가 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합니다. 최근에도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아들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수배자 된 아버지, 하고픈 말 차올랐지만...'도 기사로 처리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죠. 이처럼 편지나 시, 소설, 일기 모두 기사가 될 수 있지만, 모두 정식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준이 뭘까요? 바로 '메시지'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게 분명'해야 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편집 F&Q에도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메시지가 부족하거나 너무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을 다뤄 시의성이 떨어지는 글은 기사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전후맥락 생략하고 시, 편지를 송고하는 것보다는 '기자말'을 넣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건건이 판단할 수 있는 시나 편지와 달리 소설의 경우는 사전에 시놉시스를 받아봅니다. 문예지도 아니면서 너무 깐깐하게 구는 거 아니고요? 예전에는 연재소설인데도 중간중간 생나무처리 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들쭉날쭉 편집을 막기 위해 소설 연재를 원하는 경우에는, 전체 분량이 몇 편인지 어떤 내용인지 연재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시놉시스를 받아 봅니다. 해당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모든 편집 기자들이 공유하고, 통일적인 편집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인공들의 섹스신, 두 번이나 보류한 건...

소설이나 시를 기사로 채택하는 데 있어 저자의 창작물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요? 편집기자들의 고민은 계속 됩니다.
 소설이나 시를 기사로 채택하는 데 있어 저자의 창작물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요? 편집기자들의 고민은 계속 됩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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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치에도 구멍은 생기더군요. 소설 <어떤 약속>을 연재한 박도 기자님의 경우를 한번 볼까요? 아래는 '2013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도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입니다.

- <어떤 약속>은 2011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일단 초고 집필을 내놓은 상태에서 6월 25일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하셨는데요, 연재를 하시면서 손질을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초고보다 분량이 얼마나 더 늘어났는지요?
"초고는 1180매 정도였는데 이번에 연재 후 다시 정리해보니까 1880 매로 약 700매 정도 늘어났습니다. 준기와 순희의 탈출 장면을 좀 더 보완했습니다. 사실 순희의 탈출 장면은 삭제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 통과했고 무사히 통과될 줄 알았던 준기와 순희의 진한 섹스 장면은 원고 보류 처분을 두 차례나 받았습니다."

소설이 연재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서 편집기자가 단독으로 생나무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2인 이상 돌려 봅니다. 다수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덜어내기도 하고, 수정 혹은 보완해 달라고 연락을 합니다.

박도 기자님의 소설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오마이뉴스>에서 지나지게 구체적인 섹스신 장면을 굳이 넣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글쓴이와 논의를 거쳐 수정·보완되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기사로 채택함에 있어, 글쓴이의 창작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돌아보니 <오마이뉴스>에 오른 소설들의 내용도 참 다채로웠습니다.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협지도 있었고, 평전, 역사 소설 판타지도 있었고 동화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강기희 기자가 숲을 무대로 한 우화소설 <원숭이 그림자>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갑오년 청마해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형태의 기사들을 <오마이뉴스>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그:#땀나는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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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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