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며 벼랑 끝에 몰린 한국 레슬링을 구해냈다.

정지현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kg급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딜쇼드존 투르디예프를 9-0 테크니컬 폴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사격, 태권도 등과 함께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었던 레슬링은 최근 수년간 암흑기를 겪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1986년 서울 대회부터 2006년 도하 대회까지 금메달 5개 이상을 따냈지만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노 골드'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4년간 절치부심하며 기다린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은 전날 열린 자유형 경기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자칫 2회 연속 '노 골드'에 그칠 뻔한 최악의 위기에서 정지현이 귀중한 금메달을 가져온 것이다.

'10년 암흑기' 이겨내고 돌아온 정지현

정지현 역시 오랜 암흑기를 겪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60kg급 금메달을 따내며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체중과의 전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수차례 체급을 변경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대표팀 선발조차 탈락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8강 문턱에서 넘어졌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했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또 8강 문턱을 넘지 못 했다.

무려 10년 가까이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동안 정지현은 어느덧 서른이 넘어 대표팀의 맏형이 됐다. 선수 인생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지도 모를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정지현의 최대 고비는 결승이 아닌 준결승이었다. '강적' 이란의 사에이드 아브드발리와 맞붙은 정지현은 4-0으로 앞서가다가 잇달아 뒤집기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4-6으로 역전을 당했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정지현은 오른쪽 눈두덩에 피멍이 들고 얼굴에 온갖 생채기가 나는 '혈투' 끝에 9-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부었지만 정지현은 거침없었다. 결승에서 날카로운 기습 태클로 기선을 제압한 정지현은 순식간에 점수를 쌓으며 경기 시작 1분 30초 만에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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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안게임 정지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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