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월 23일은 '성매매 방지법'이 시행된 지 꼭 10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성매매 여성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에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대체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성매매정책과 운동 10년을 다각도로 정리하고 평가해 5~6편에 걸쳐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말]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법 제정 이후 성산업 축소와 피해여성의 인권보호라는 목표 하에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이 마련되고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이 구성됐다. 이어 2007년에는 변화된 성산업 환경을 반영하여, 성매매방지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예방, 보호, 집행'의 틀로 구분하는 등 과제를 보완하면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성매매방지 종합대책
 성매매방지 종합대책
ⓒ 여성가족부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성산업 확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성산업은 더욱 다양해지고 교묘해졌으며 비대해졌다. 결국 정부가 여성에 대한 착취 구조와 인권유린을 방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성매매방지법 제정 10년이 지나도록 (축소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러한 정부의 방임으로 오히려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따른 풍선효과(음성형 성매매)가 우려된다'라거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둥 성매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해서 나오는 소모적 논쟁만이 난무하고 있다. 이로인해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사실에 사람들이 점점 둔감해지고, 수많은 여성들의 희생으로 마련한 성매매방지법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는 등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집결지 폐쇄, 못하는 것인가 안 하는 것인가

성매매방지법 제정 직후 정부는 2007년까지 모든 집결지를 폐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보고 자료를 보면, 해마다 집결지 내 업소 수와 성매매여성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집결지 내 업소 수 1686개가 2011년에는 726개로, 2004년 5717명이던 성매매여성 수가 2011년에는 726개로 줄어든 것. 그러나 이 통계는 주로 전통적 성매매 업소인 유리방 형태의 업소만을 대상으로 파악한 수치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집결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즉, 단속의 타깃이 된 유리방 업주들이 유흥주점이나 숙박업 등으로 업소 등록을 변경하여 성매매 영업을 지속함에도 제대로 된 경찰의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심 집결지에 재개발이라는 외적 요인이 덧붙여진 것도 성매매 업소와 종사자들의 수가 감소한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집결지 폐쇄 정책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단속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오히려 집결지 내 업소 수가 증가했다(2013년 여성가족부 실태조사)는 사실이다. 집결지가 확대되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다시 유입되고 있는 점은 중요한 문제다.

국가가 성매매방지법을 통해 성매매 금지를 명확히 했음에도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집결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부의 성매매근절 의지를 의심케하는 대목이다. 성매매여성들이 이런 국가를 믿고 용기를 내어 집결지로부터 탈출을 시도할 수 있을까. 이대로라면 기대하기 어렵다.

민생에 피해가지 않도록 성매매 단속?

그렇다면 성매매 단속 현황은 어떨까? 검거 인원이 2004년 1만6천여건에서 2009년 7만3천여건으로 4.3배 증가하였으나, 2010년부터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2013년에 2만1천여건으로 2009년에 비해 3.4배까지 감소한 것. 이유가 뭘까? 실제 성매매가 감소하기라도 한 것일까?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성매매 단속과 관련해 "불법을 용납해선 안 되지만 무차별적인 단속으로 민생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수사기관의 단속 의지를 떨어뜨린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성매매사범 검거 인원.
 성매매사범 검거 인원.
ⓒ 경찰청국회보고자료

관련사진보기


주목할 만한 것은 성매매사범 검거인원 중 구속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이는 검거 인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성매매 남성들이 대부분 구속 대신 존스쿨 교육(재범방지)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남성 외에도 '업주 등 알선행위'를 이유로 검거된 인원이 검거인원 중 20~30%를 차지함에도 이들에 대한 구속 비율 역시 매우 적고 대부분의 처벌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것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결국 성매매 알선으로 업주가 벌어들이는 엄청난 이득에 대한 징벌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관대한 처분이 문제다. 성매매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점점 교묘해지고,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성매매여성이 범죄자로 몰리는 모순적 구조가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즉, 성매매방지법의 제정 목적은 알선 업자에 초점을 두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 있다. 즉, 성매매알선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범죄행위이므로 강력한 처벌과 함께 입법 목적에 맞게 범죄수익금을 몰수하고 추징해야 한다. 그것만이 성산업 확대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다.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회의자료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성매매범죄 수익 환수 실적을 보면 총 1165건으로 약 1632억 원 정도에 이르며 건당 평균 1억4천만 원의 몰수가 이루어졌다. 날로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성산업을 보면 그 이상의 범죄수익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범죄수익 추징금을 기금으로 조성하여 수사에 지원하거나, 내부 고발자나 환수 기여자에 대한 포상금, 탈성매매여성 지원 등으로 활용하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회의자료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회의자료
ⓒ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단

관련사진보기


특히 업주들의 범죄와 수익을 표면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성매매여성의 내부 고발이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으로는 여성 뒤에 숨어 있는 업주를 드러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는 성매매를 근절하는 가장 효과적 대안이다.

지자체 성매매 클린지수와 접대비 실명제 다시 부활해야

경남 창원시가 최근 폐쇄 여론이 많은 것을 고려, 개발용역에 착수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자료사진)
 경남 창원시가 최근 폐쇄 여론이 많은 것을 고려, 개발용역에 착수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업소 집결지(자료사진)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지자체의 성매매방지정책을 평가하여 지자체 클린지수를 발표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07년과 2008년에 이루어진 평가를 보면 전년도보다 성매매 방지를 위한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성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예방교육 2.6배 증가, NGO와의 연대 등을 통한 다양한 홍보활동 3.5배 증가, 지자체·경찰·NGO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 운영이 2.2배 증가하는 등 지역 내 네트워크의 구축과 연계가 크게 강화되었다. 특히 성매매를 알선한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건수도 2.6배 증가하고, 성매매 사범에 대한 검거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계기로 지자체의 노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는 것.

그러나 지난 2009년부터 지자체 성매매방지정책 이행평가를 안전행정부의 지자체 합동평가와 통합해 운영하면서, 클린지수 평가·발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별로 성매매피해자 시설 등 지원시설에 대한 실적만을 중심으로 평가할 뿐, 집결지나 성매매범죄에 대한 단속이나 예방정책에는 관심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앞서 언급했듯 단속 실적이 급격히 감소하고 처벌과 의식개선 등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클린지수의 조사와 공표를 부활하여 지자체의 집결지 정비와 성매매방지정책의 이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접대비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건 당 50만 원 이상 접대비 지출은 이름과 장소, 목적 등을 밝히는 '접대비 실명제'를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 역시 이명박 정부 들어 경기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지난 2008년 폐지하였다. 그러나 지난 8월 국세청이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몇 년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접대비 지출은 매년 증가하여 9조 원 대에 이르렀다. 이중 룸살롱과 단란주점, 나이트클럽 같은 호화 유흥업소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1조2천억 원으로 여성 접객원이 나오는 업소의 접대비 사용은 급증하고 있다.

결국 성산업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시각이 수사기관의 단속 의지를 약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접대비 실명제의 부활과 성접대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만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이다.

지난 2004년 이후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성매매방지대책 상설추진단(가칭)' 구성이란 과제(국무총리실·여성가족부)가 나왔다. 이는 전방위적 성매매 근절을 위해 부처간 유기적 협조 체계를 형성하고 안정적 집행을 위해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점점 성매매에 대한 범정부차원의 대응책 마련보다는 (성매매종합대책의 부처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성매매방지대책점검단 회의를 점차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점검 정도에만 그치게 되었다

갈수록 교묘해지고 비대해지는 성산업의 축소와 피해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회의체뿐만 아니라 민간거버넌스를 확대해야 한다. 전문가를 포함하는 별도의 추진기구를 마련하여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성매매방지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국가의 역할을 되살릴 때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인천대 기초교육원 객원교수입니다.



태그:#성매매특별법, #집결지
댓글16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는 전국 12개 지역 반성매매운동을 위한 여성인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착취에 반대하고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