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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방송계 최고의 히트 상품은 바로 <아마존의 눈물>이었다. 3부 '불타는 아마존'편의 시청률이 18.1%를 기록할 만큼, 웬만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를 뛰어 넘었다. 존재 자체만으로 인간을 압도하는 광활한 아마존의 자연과 그 속에 살아가는 원시 부족들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문명을 거부한 채 턱에 나무막대로 된 장식을 꽂고 원시의 모습으로 사는 조에족의 모습은 드라마틱한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아마존의 눈물>은 전편 광고를 모두 '완판'시켰고, 경제적으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졌고, 편당 2억2000만 원의 광고 수익으로 총 11억 원 이상의 수입을 MBC에 가져다주었다. 말 그대로 '아마존의 눈물' 신드롬이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전성시대가 열렸다. MBC는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에 이어 <아프리카의 눈물>, <남극의 눈물>까지 '지구의 눈물 시리즈'를 완성했다. SBS도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사계와 유목민들의 삶을 'Canon 5D Mark II' 카메라 특유의 생동감 있는 영상으로 담은 <최후의 툰드라>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SBS 스페셜>에서 근무할 때, 바로 옆 팀이 <최후의 툰드라>제작진이었다. 변덕스러운 툰드라 날씨 탓에 카메라와 통신 장비가 말썽이라 무척 고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SBS는 <최후의 툰드라>에 이어 <최후의 바다 태평양>, <최후의 제국>까지 '최후의 시리즈'를 통해 자연과 권력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전까지 대형 다큐멘터리의 선두 주자는 KBS였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만족시킨 <차마고도>와 <누들로드>는 KBS가 제작한 대표 명품 다큐멘터리다. <아프리카의 눈물>과 <최후의 툰드라>에 맞서 KBS도 <아무르>와 <콩고>를 제작해서 방송했지만, 전작들 보다는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큐멘터리 전성시대는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아마존의 눈물> 다시 볼 수 있나

MBC의 최고 히트 상품 <아마존의 눈물>
 MBC의 최고 히트 상품 <아마존의 눈물>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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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마존의 눈물>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어떻게든 방송은 만들어진다. 하지만 좋은 작품성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느냐를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현재 지상파에서 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제대로 된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보기 쉽지 않다. 더 놀라운 점은 방송국에서 교양국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각 방송사의 탐사보도팀이 해체되고, 시사 교양 프로그램들이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정권과 기업의 비리 등을 고발하는 아이템은 대부분 방송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목소리를 잃은 시사 교양국은 사라졌다. MBC는 교양 제작국을 해체하고 담당 기자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인사 조치했다.

한학수 PD가 MBC 상암신사옥의 스케이트장 관리를 담당하게 됐다는 소식은 오보라고 믿고 싶을 정도다.

MB의 시대, 방송국은 아이템 천국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사회적인 문제들은 방송으로 만들기 딱 좋은 아이템들이었다. 제작진은 굳이 어렵게 방송 소재를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슈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PD 수첩>, <시사매거진 2580>, <추적60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한 각 방송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이야기 거리가 넘쳐났다.

천국 같던 방송국의 분위기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MB의 낙하산들이 내려앉은 방통위 그리고 각 방송사는 알아서 기자와 PD를 내쫓거나, 스스로 나가게끔 만들었다. <돌발영상>의 노종면 기자, <PD수첩>의 최승호 PD, <지식채널e>의 김진혁 PD가 대표적이었다. 이외에도 MBC의 박성제 기자 등 수많은 언론인들이 자신의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들은 여전히 불통인 정부와 사회적인 문제들을 향해 각개전투를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대안언론을 통해 올바른 뉴스와 탐사보도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2008년,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인 YTN 구본홍 사장은 자신의 취임에 반대한 노종면 당시 노조위원장 등 6명을 해고했다. 'MB정부 해직언론인 1호'인 노종면은 트위터를 기반으로 하는 1인 미디어 <용가리통뼈뉴스>를 시작으로 <뉴스타파> 앵커를 거쳐, 현재는 <국민 TV>에서 '뉴스K'를 진행하고 있다. 내게는 아직까지 YTN의 역대 최고 프로그램은 노종면의 <돌발영상>이다.

"권력자에게 능히 손바닥 재떨이가 되고자 하는 자들은 저희들 손에 묻은 재를 주변 사람들이 흘린 피와 눈물로 닦아내는 법이다." (<노종면의 돌파> 본문 중에서)

상식 상실의 시대

YTN 노종면 기자와 쌍용차 근로자의 눈물
 YTN 노종면 기자와 쌍용차 근로자의 눈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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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YTN 일부 기자들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해직 언론인 중 일부만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지난 6년을 포기할지언정 내 기자생활 22년은 절대로 내 스스로 부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조승호 기자가 과거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가 가슴에 맺힌다. 판결 후 씁쓸한 표정을 짓는 조승호 기자와 현덕수 기자. 항상 차분하고 냉정함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의 판결에 눈물을 보인 노종면 기자 모두 여전히 살아있는 언론인임에 분명하다.

황우석 신드롬의 허상과 진실을 파헤친 영화 <제보자>의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의 실제인물은 최승호 PD이다. MBC의 대표 프로그램인 <경찰청 사람들>과 <PD수첩>을 만든 그는 현재 대안언론 <뉴스타파>의 앵커를 맡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파헤치고,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빌미로 박성제 기자 등과 함께 해임되었다. 김재철 역시 해임됐지만 여전히 불통인 MBC는 '해고 무효' 판결마저 거스르며 편법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시사 교양국이야말로 MBC가 공영방송이란 것을 상징한다. 김재철 사장 때 시사는 시사대로, 교양은 교양대로 찢어졌다. 시사 교양국이 없어지면 공영방송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 최승호 PD

이 외에도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최근 YTN 복직 판결을 받은 정유신, 권석재 기자 등 수많은 해직 언론인들이 활약하고 있다. '삼성X파일'로 유명한 이상호 기자는 다큐 영화 <다이빙 벨>을 만들어 세월호 참사의 의문점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MBC의 간판이었던 손석희 아나운서는 종편 채널인 JTBC의 보도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JTBC 뉴스룸>의 진행을 맡고 있다.

대안언론 대신 언론 교육을 선택한 대표적인 인물이 김진혁 PD다. 그는 EBS 최고 히트 상품인 <지식채널e>의 연출자다. 5분 분량의 프로그램으로 방송국 전체의 이미지를 바꾼 그는 '재미'와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비상식적인 사회 문제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의 시선은 광우병 이야기를 다룬 '17년 후' 편이나 <시사저널> 파업에 대한 내용을 다룬 '기자'편에서 잘 드러난다. 지독한 불통의 시대, 김진혁은 EBS PD에서 결국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되었다.

"파업은 단지 월급 몇 푼을 올려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자로서 편집권을 보장받기 위한 것이라고, 그리고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보같이... 이 말을 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지금은 <시사iN>에서 근무하는 고재열 기자가 <시사저널> 파업 당시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그의 우승 소감은 당시 방영되지 못했다. 김진혁 PD가 <지식채널e>에서 <시사저널> 파업 사태를 다루며 이 멘트가 다시 소개됐다. 어쩌면 당시 고재열 기자의 마음이 지금 김진혁 PD의 마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제작진의 이동은 교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각 방송사들의 대표 예능 PD들도 자리를 옮긴 지 오래다. CJ E&M과 JTBC 등 케이블, 종편 방송사는 기존 방송 3사의 제작진을 스카우트 한다. 당연히 인력이 부족해진 MBC는 새로운 경력직 PD를 선발하고, SBS는 반대로 케이블, 종편 방송사의 조연출들을 데리고 온다. 그리고 공영방송인 KBS는 제작진의 이동에 대해서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디 몇 명 옮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PD 몇 명이 방송사를 옮긴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까? 크게 달라진다. 그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크게 말이다. PD의 이동은 함께 일했던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의 이동을 뜻하기도 한다. 단순히 사람 몇 명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와 아이디어까지 옮겨가는 것이다. 지상파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이템 선정 과정과 제작 환경 속에서, PD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콘텐츠와 아이디어는 더욱 업그레이드된다.

CJ E&M의 이명한 본부장을 시작으로 <개그 콘서트> 김석현 PD,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 <1박 2일> 나영석 PD가 자리를 옮겼다. 그들은 tvN에서 <코미디 빅리그>, <응답하라1994>, <꽃보다 할배>와 같은 콘텐츠를 제작했다. 기존의 방식을 벗어난 참신한 소재와 이야기로 히트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케이블 채널의 이미지까지 바꿔 놓았다.  

JTBC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과 <황금어장>을 기획한 여운혁 PD는 JTBC로 방송사를 옮기고, MBC에서 함께 넘어온 성치경, 방영현 PD와 함께 <유자식 상팔자>, <썰전>, <마녀 사냥>등의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신동엽, 이경규와 같은 톱 진행자들이 종편과 케이블 프로그램의 MC를 맡으면서, 지상파를 고집했던 다른 연기자들의 출연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젠 <무한도전>을 만든 김태호 피디가 자리를 옮길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앞서 MB의 시대는 방송국 아이템 천국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을 시작으로 인권, 복지, 사회 문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 정권 역시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아이템 천국이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 탓에 프로그램의 소재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아이템 지옥의 시대, 그런 시대는 언제쯤 올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보훈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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