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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문제가 생겼다. 경기장에서 섭외한 축구팬의 일상을 다음 주부터 촬영하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못하겠다고 한다. 출연자 섭외 펑크, 현장의 촬영 협조 문제 등 변수는 항상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출연자가 촬영이 어렵다고 알려온 것이 추석 연휴 바로 전날 밤이었다는 것이다.

초조했다. 제작진이 가장 섭외하고 싶었던 출연자는 일상을 공개하는 부분 때문에 촬영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의 출연 의사가 가장 강력했던 출연자를 섭외했던 것인데, 촬영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그 어떤 권리로도 촬영을 강요할 수 없고 최우선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가 경험해 보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시작했다. 여름 내내, 경기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출연자들 섭외 리스트와 인터뷰 내용을 다시 살펴보았다. 늦은 밤, 그렇게 텅 빈 교양국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데, 누가 어깨를 툭툭 건드린다. 잔뜩 피곤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유재석이다. 나의 어깨를 만진 사람은.

"힘드시죠? 잠깐 내려가서 저랑 게임 하실래요?"

손을 모아서 입을 가리고 웃는 그의 특유의 동작과 곤란한 부탁을 할 때 엉거주춤 망설이는 표정까지 그대로였다. SBS <일요일이 좋다- 런닝맨> 추석 특집으로 연휴에도 방송국을 지키는 사람들을 찾아서 인터뷰하고, 다 같이 모여서 게임하는 것이었다. 유재석의 표정은 간절했지만, 나에겐 여유가 없었다.

"제가 아직 일을 못 끝내서..."
"아, 바쁘시죠. 그래도 어떻게 한 번 좀..."


<런닝맨> 눈으로 직접 확인한 유재석의 저력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런닝맨>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런닝맨>
ⓒ 오마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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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런닝맨> 촬영을 할 때처럼 연기자들은 일반인 출연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도 방송국을 돌아다니다 겨우 찾아낸 게 텅 빈 교양국에서 피곤에 절어있는 작가였을 것이고. 그의 제안을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내 눈 앞에 유재석이라니. 1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그는 나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면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애를 썼다.

1층 로비에는 PD, 작가부터 연기자, 카메라, 조명, 매니저, 스타일리스트까지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이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규모에 놀라면서도 김종국, 하하 등 익숙한 얼굴의 연기자들이 신기했다. 촬영은 선물 박스로 만든 젠가 게임으로, 가장 많은 상품을 받는 사람이 미션 레이스에서 힌트를 얻는 것이었다.

기존의 연기자들과 일반인 출연자까지 더해져 촬영장은 어수선했고, 게임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유재석은 촬영 현장을 정리하고, 동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살려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더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현장에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1인자 유재석의 저력은 대단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이 끝났다. 상품으로 얻은 식권 다섯 장을 가지고 현장을 떠나려는데, 유재석이 다가왔다. 그는 식권 스무 장과 게임 상품이었던 과일상자를 나에게 건넸다. 정말 고마웠다. 굳이 카메라 밖에서까지 나에게 친절을 보일 이유는 전혀 없었는데 말이다.

"바쁜데, 고생 많았어요. 추석 잘 보내고, 다음에 또 봐요."
"네, 감사합니다."
   

유재석과 한 팀을 이뤄 게임을 하고, <런닝맨> 현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잠시. 다시 막막한 현실로 돌아왔다. 출연자 섭외 리스트와 인터뷰 내용을 몇 번 더 검토하고, 내일 아침부터 연락을 돌리기로 했다. 섭외가 된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한 건 마찬가지였다. 초조하게 택시를 기다리는데,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이 늦은 시간에 누굴까. 

전화를 건 사람은 맨 처음 우리가 섭외하고 싶었던 출연자였다. 일상을 공개하는 부분 때문에 촬영을 망설였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출연하고 싶단다. 꼬였던 실마리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렸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경기장과 전문가 섭외도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덕분에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추석특집 <런닝맨> 방송국 편. 결론적으로 통편집이었다. 연기자들과 일반인 출연자들이 밤새 게임을 했던 부분 전체가 날아간 것이다. 결국, 유재석과 함께 했던 순간은 <런닝맨> 예고편에 잠깐 나왔던 장면이 전부가 되었다. 그래도 뜻밖의 반가운 만남과 현장에서 그가 보여준 에너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연말 시상식 앞둔 1인자 유재석의 위기론

매해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 유재석
 매해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 유재석

SBS <동물농장>제작진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동물농장>은 전 연령대의 시청자가 좋아하는 SBS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변화를 호소하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기도 한다.  

"아, <1박2일> 때문에 짜증 나."
"<1박2일>요?"
"시청률 다 뺏어가네."
"<1박 2일>은 저녁에 하잖아요."


시청률을 뺏어간다는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1>은 본방송이 아닌, 재방송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2007년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1박2일>은 그만큼 일요일 저녁 예능프로그램의 절대 강자였다. <1박2일>이 무너뜨린 다른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수십 편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9시 뉴스>의 시청률이 각 방송사의 보도 자존심이라면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버라이어티는 예능의 자존심이다.

<1박2일>은 2008년 방송한 '강화도 교동도' 편이 평균 시청률 43.3%, 순간 최고 시청률 50%에 가까운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평균 시청률 30%를 기록하며,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왕좌를 굳건하게 지켰다. 그리고 이경규의 부활을 알린 <남자의 자격>이 더해진  KBS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몇 년간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킨 KBS <해피선데이>에 위기가 찾아왔다. 출연자와 제작진이 바뀌면서 시청률이 하락했고, 대중의 관심도 점점 줄어들었다. 초반은 유재석을 앞세운 SBS <런닝맨>이 주목을 받더니, 이내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다시 <1박2일>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KBS가 예전의 명성을 찾아가고 있다. 한 마디로 예능 춘추전국시대다.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방송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유재석을 프로그램 MC로 섭외한다고 해서 시청률을 보장받는 시대는 지났다. 그래도 그는 굳건히 1인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진행자다. 프로그램이 넘치고 넘쳐나는 요즘이다. 그는 단순히 스스로 잘 하는 것을 넘어, 다른 출연자들까지 챙기느라 바쁘다. 본인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시청률의 압박을 유재석다운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속, 방송사의 지속적인 확대 편성과 변칙 방송은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편성표에 존재하는 방송 시간이 달라지면서 방송사와 시청자들의 약속도 깨진 것이다. 프로그램 시청률에 따라 광고의 수익구조가 달라지는 방송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유재석이 진행하던 MBC <놀러와>가 폐지됐다. 그리고 새롭게 맡은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았던 KBS2 <나는 남자다>의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요즘, 유재석의 위기론이 들려온다. 시청자의 높은 기대만큼 사건 사고도 많았던 MBC <무한도전>, 시청률이 예전처럼 높지 않은 <런닝맨>과 <해피투게더>. 정말 1인자 유재석의 위기가 온 것일까? 그는 방송에서 자신의 프로그램이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다며 비장함을 보이기도 했다.

연말 시상식이 다가온다. 각 방송사의 가장 큰 고민은 유재석에게 연예 대상을 주느냐, 마느냐다. 유재석에게 대상을 주면 뻔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주면 여기저기서 아쉬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유재석이 지니는 상징성은 절대적이다. 그동안 그가 쌓아온 성과와 대중들의 믿음은 견고하다.

오랫동안 유재석과 호흡을 맞췄던 S피디에게 물었다. 카메라 안의 유재석은 그 자체로 완벽한데, 카메라를 벗어난 유재석은 어떤 사람이냐고.

"귀찮지! 방송 끝나면 전화 오고, 촬영 끝나면 걱정하고, 아이템 회의까지 같이 하고."

"귀찮다"는 대답과는 달리 그의 이야기에는 유재석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묻어났다. "위기는 자신이 위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한테 오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얼마 전, 방송에서 유재석이 위기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와 똑같은 대답이었다. 유재석도 시청률과 편성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분명하나, 위기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까지 그의 노력과 열정이 너무 뜨겁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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