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왼손 투수 권혁은 2.86이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권혁의 시즌 성적은 3승2패1홀드에 불과했다. 류중일 감독이 승부처에서 권혁 대신 차우찬이나 박근홍, 또는 우완 안지만을 더 중용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권혁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뛴다. 32억 원이라는 몸값이 말해주듯 한화에서 권혁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핵심 불펜요원, 더 나아가 마무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삼성과는 달리 한화 불펜에는 믿음직한 좌완 불펜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무리 강팀에 있더라도 포지션이 중복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선수에게 별로 좋을 것이 없다. 따라서 과감한 이적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15년을 활약했던 정든 팀을 떠나 한화에서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오윤처럼 말이다.

자리 빼앗긴 넥센의 오른손 대타 '전문' 요원

오윤은 천안 북일고 시절 당시 고교 최고 에이스였던 조규수(은퇴)와 배터리를 이뤘던 포수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2차 2라운드로 현대 유니콘스에 지명됐다. 계약금도 1억1000만 원이나 받았을 만큼 각광받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 적응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당시 유니콘스 안방에는 박경완(SK와이번스 육성총괄)이라는 당대 최고의 포수가 있었고 박경완이 SK로 이적한 후에는 또 한 명의 전설적인 포수 김동수(LG트윈스 2군 감독)가 화려하게 재기했기 때문이다.

오윤은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치고 외야수로 변신했지만 이마저도 썩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포수 출신의 오윤은 정수성(넥센 2군주루코치)만큼 발이 빠르지도 않았고 유한준처럼 수비가 뛰어나지도 않았다. '닮은 꼴'로 유명했던 심정수(은퇴)의 장타력까지 닮지 못한 것도 안타까운 부분.

프로 입단 후 10년 동안 철저한 무명 선수로 지내던 오윤은 2011년부터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2013년 67경기에서 타율 .291 17타점을 기록하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오윤은 작년 시즌 다시 1군 무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넥센의 외야가 유한준, 이택근, 비니 로티노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늦깎이 유망주' 박헌도와 펀치력을 갖춘 윤석민이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오윤에게는 악재였다.

결국 6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친 오윤은 30대 중반으로 향하고 있는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잃고 말았다. 넥센이 미래를 대비해 장타력을 갖춘 우타 외야수 강지광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어 오윤은 더욱 살아남기 힘든 위치에 처하게 됐다.

'좌타 일색' 한화 외야에 활기 불어 넣을 수 있을까

넥센에서 입지가 좁아진 오윤은 구단에 방출을 요구했고 넥센 구단 역시 오윤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오윤에게 직접 러브콜을 보냈고 결국 오윤의 마음을 사로 잡는 데 성공했다.

김성근 감독이 오윤을 영입한 이유는 그가 한화에서 흔치 않은 우타 외야수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수술을 받은 정현석의 전반기 출전이 불투명하고 오른쪽 어깨와 무릎이 좋지 않은 최진행의 몸 상태도 마냥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물론 정현석과 최진행을 제외하더라도 한화의 외야는 이용규, 김경언, 고동진, 나이저 모건 등이 건재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좌타자로 타선의 좌우 균형을 생각한다면 오윤 같은 우타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윤은 불과 2년 전까지 전문 대타 요원과 백업 외야수로 만만치 않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현실적으로 주전 경쟁에 뛰어들긴 쉽지 않지만 프로 15년의 경험을 한화에서도 살릴 수 있다면 한화의 선수층을 풍성하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원이다.

비록 작년 시즌 1군에서는 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64경기에 출전해 타율 .295 6홈런38타점6도루 출루율 .426를 기록했다. 부상 때문에 시즌을 거른 것이 아니라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는 뜻이다.

한화는 이번 겨울에 투수 임경완과 쉐인 유먼, 내야수 권용관 등 기존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여기에 오윤까지 정식으로 합류하게 되면 '재활 공장'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과연 오윤을 비롯한 방출 선수들은 풍부한 경험을 살려 독수리 부활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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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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