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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대선을 앞두고 언론 전쟁이 시작됐다. 종편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에 충실하며 편향적인 보도를 무차별적으로 배설했다. 반대로 MBC는 '언론자유'를 위해 오랜 시간 파업투쟁을 했고,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프로그램도 그 뜻을 같이 했다. 파업이 계속될수록 MB의 낙하산 사장 김재철의 퇴진 요구도 거셌지만, 그가 제작진을 탄압하는 방식 역시 더욱 악랄해졌다.

무너진 <PD수첩>, 악몽은 현재진행형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켰다. 지난 2012년 8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 해고된 정재홍 작가가 참석해 PD수첩 작가의 해고사태를 규탄하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170일간 진행된 MBC노조 파업이 끝난 뒤 사측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PD수첩 작가 6명을 전원 해고시켰다. 지난 2012년 8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사옥 앞에서 한국방송작가협회 주최로 열린 결의대회에 해고된 정재홍 작가가 참석해 PD수첩 작가의 해고사태를 규탄하며 원상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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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찾아서' 편의 방송 불발은 정부의 언론 탄압이 심각한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2년 7월, MBC는 <PD수첩>에서만 12년 이상 근무한 정재홍 작가를 포함해 작가 6명 전원을 전격 해고한다. 참담했다. 작가들의 인권과 방송의 독립권 보장이 그야말로 바닥을 친 것이다.

여의도 MBC 앞에서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예정된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음에도 많은 선배 작가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동안 함께 일했었던 다른 방송사 작가 선배들과도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항상 밝은 얼굴로 안부를 묻고 장난을 걸어오는 선배들이었지만 그날만큼은 그 누구도 웃지 않았다. 집회에 참가한 작가들은 해고 작가 전원 복귀와 MBC의 공식 사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이들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MBC를 상대로 전면적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대장금>과 <선덕여왕>의 김영현 작가는 "문화방송이 <PD수첩>을 없애지 못하는 것 자체가 <PD수첩>이 공정하고, 시청률까지 담보하는 프로그램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노희경 작가는 "작가의 생존권 말살뿐 아니라 방송의 생존 이유를 말살하는 데 이번 사태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현재, <PD수첩>의 악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승호 PD는 MBC가 아닌 <뉴스타파>에서 치열한 사투를 이어가고 있고, 한학수·이근행 PD 등은 내부에서 팔다리가 다 잘려나갔다. 그리고 정재홍·이소영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도 끝이 보이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MBC는 교양국 해체라는 초유의 촌극을 벌이고 만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한학수 PD의 바람은 언제쯤 다시 이뤄질 수 있을까.

"저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프로그램만 만들어 왔고, 그게 제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국민이 아픈 곳을 긁어주고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게 제 소임입니다."

지난 9일, MBC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한학수 PD가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팩트 실종의 시대, 탐사 보도의 몰락

팩트 실종의 시대다. 오늘날의 뉴스에서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다. 종편뿐만 아니라 지상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도의 중립성 훼손은 물론이고,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언론의 독립성마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방송사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갖는 곳은 보도다. 그리고 그들이 눈치를 봐야하는 유일한 존재는 시청자다. 하지만 지금의 보도는 권력에 의한, 권력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하는 데 급급하다. 팩트 실종의 심각성을 넘어서 보도 자체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뉴스의 몰락과 함께 탐사 보도의 명맥도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라는 <추적 60분>과 <시사매거진 2580>에서 권력과 기업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늬는 탐사 보도지만, 알맹이는 교양 정보에 더 가까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종편의 뉴스들은 허무맹랑하다. 팩트가 바탕인 보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앵커의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목소리, 상식을 벗어난 보도와 패널의 이야기는 비웃음거리다. 그리고 하루 종일 그런 '쇼'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믿는 시청자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탐사 보도의 마지막 자존심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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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MB의 시대와 현 정권을 거치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를 담아내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다. 정치와 사회 문제는 물론 종교적인 이야기까지 그들의 소재는 다양하다. 특히 '세월호' 편은 큰 사회적인 이슈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오랜 취재를 통해 운영선사 청해진해운의 책임, 그리고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리고 진도VTS 간의 교신 내용에 관한 편집과 삭제 등 조작 의혹을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곧바로 해경은 법적인 대응을 준비했고, 방송사에는 재방송과 후속편 제작에 대한 윗선의 압력이 내려왔다고 한다. 

"이번 주 방송을 앞두고, 의견을 구하던 학자들이 하나 둘씩 인터뷰 약속을 취소해 버렸다. 그리고는 점점 섭외가 힘들어지더니, 끝내 불가능해져 버렸다. 사고를 분석해줄 전문가들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배정훈 PD가 지난 2014년 4월 23일, 본인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SBS스페셜>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정훈 PD는 참 뛰어난 연출이자 좋은 선배다. 틀린 것은 틀리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상식이 상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궁금한 이야기 Y> '냉동 시신과 천사 아버지' 편과 <그것이 알고 싶다> '형제 복지원' 편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일반적인 아이템의 구성과 섭외도 쉽지 않지만, '세월호' 편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비단 <그것이 알고 싶다>뿐만 아니라, 세월호 이야기를 담으려는 언론들은 여러가지 손해를 감수하고, 눈치를 살펴야 한다.

대한민국 언론, 괴벨스의 입은 되지 말자

예술가를 꿈꾸는 28살의 청년 괴벨스를 괴물로 만든 히틀러. 괴벨스는 라디오와 TV를 통해 히틀러의 일거수일투족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청년은 99가지의 거짓과 1개의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고 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엔 믿게 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중들의 증오를 활용해 600만 명의 유대인 학살에 앞장선다. 괴벨스가 굳게 믿은 대중들의 감정은 '증오'였다. 대중들의 증오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고, 승리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만이 남게 된다. 예술가를 꿈꿨던 청년의 이야기는 잠시 세상을 변화시켰지만, 진실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진실이 없는 이야기의 끝은 분명하다. 한계가 있다. 세월호 참사에 모든 국민들이 좌절하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에 직접 나서서 투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부정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탄압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상식적인 언론 보도의 '프레임'이 통하고 있다. 천안함에는 '북한'을, 세월호에는 '유병언'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온 그들의 이야기를 시청자들은 믿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사람들의 죽음과 사고 원인은 프레임 뒤에 묻힌다. 거짓말에 대한 자신의 의심을 의심하는 순간, 거짓은 진실이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은 유병언의 이야기를 쏟아냈고, 끝내 주검으로 발견되자 그의 아들과 수행원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 보도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피로감과 유가족들의 문제를 매일 각인 시킨다. 그리고 이제는 세월호 참사와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와 언론에서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언론의 힘은 위대하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 정치와 권력은 언론의 눈치를 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정반대다. 언론이 정치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한 문장만 주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던 괴벨스는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

그의 말이 달콤하고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몰라도, 진실이 없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 언론! 우리 밑바닥에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았다면, 괴벨스의 입은 되지 말자. 그것은 모두를 죽이는 일이다.

"소신껏 이야기하는 전문가는 무엇인가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세상. 사고를 사건으로 만드는 사람들. 투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면,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우린, 지금 모두가 신뢰를 잃어버린 세상에 살고 있다."
- 배정훈 PD, 2014년 4월 23일 트위터

덧붙이는 글 | + [예능작가의 세상읽기] 마지막 편입니다. 부족한 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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