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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지난 11월 어느 일요일 오후의 고요한 적막을 깨운 건 휴대폰 진동소리였다. 발신인, 엄마다.

"야, 지금 티브이 한 번 틀어봐라, <아빠 어디가>에 하양이 나온다."

하양이? 우리가 입양할 유기견? 전날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하양이를 입양하겠다며 만나고 온 터였다. 일주일 뒤에 집으로 데려가기로 약속한 그 강아지가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상상해 본 적 없는 일이었는 데다 요즘 따라 기억력이 떨어지는 엄마를 의심하기 딱 좋았다. "뭐, 뭐라고요?"를 한참 외쳤다. 그럴수록 엄마는 더욱 더 흥분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한 번 속아보자는 생각에 티브이를 켰던 것 같다.

윤후가 안고 있던 강아지, 제가 입양했습니다

윤후와 하양이의 첫 대면 모습
▲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 캡처 윤후와 하양이의 첫 대면 모습
ⓒ MBC '일밤-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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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2014년 11월 16일 방영)에서 윤후는 아버지와 함께 유기견 입양 센터에서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었다. 하얀색 푸들강아지가 윤후의 품에 푹 안겨 있었다. 그 강아지는 낯선 윤후가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지 초롱초롱한 눈으로 윤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만나고 온 강아지, 하양이의 헤어스타일과 너무 달라 보였다. '입양센터에 '하양이'라는 강아지가 많나 보다. 강아지 이름 짓기 어려우니까 하얀색 강아지는 다 하양이일지도 모르지'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강아지 외모는 '털빨'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리가 본 강아지는 윤후가 안고 있는 강아지 만큼 잘 생기지 않았다. 수북한 털에 둘러싸인 그의 얼굴은 잘 생기기보단 푸근한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티브이에 나오는 모습처럼 저렇게 통통하지도 않았다.

"에잇, 아니지. 그럴리가."

그런데, 윤후 품에 안겨있던 강아지 털이 이리 저리 휘휘 날리자 어제 봤던 그 강아지 얼굴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윤민수에게 안아달라고 아등바등하는 몸동작을 보고서야 '아, 어제 만났던 그 강아지가 맞구나' 싶었다. 이제는 엄마보다 더 내가 흥분하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내게 또 특이한 일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 '윤후'와 '하양이'를 번갈아 가며 검색도 했다. 이미 윤후의 연관검색어로 하양이가 추가되어 있었고, 윤후가 하양이를 실제로 입양했는지 물어보는 글들도 있었다.

그 글에다 일일이 '엇, 윤후가 입양하지 않고, 제가 입양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적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흥분이 주체되지 않아, 포털의 모든 글을 검색해 봤던 것 같다. '윤후가 꼭 하양이를 길렀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면서 '혹시 하양이를 뺏기면 어쩌나' 불안했다. 그 새벽에 당장 입양센터에 가서 데리고 올까 생각도 했다. 주인보다 더 유명한 강아지라니.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지상파 방송을 탄 강아지를 내가 입양하다니!

하양이를 처음 만나던 날, 마음이 아팠습니다

반려동물입양센터의 강이지들
 반려동물입양센터의 강이지들
ⓒ 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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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후가 주인에게 버려졌는지 혹은 길을 잃어 주인과 이별했는지 모를 하양이를 보며 마음 아파했듯, 하양이를 처음 만난 날 내 마음도 아팠다. 서울대공원 반려동물 입양센터에서 입양 교육을 마친 우리 가족에게 하얀 푸들을 입양해 보라고 연락을 해왔다. 입양을 결정 하기 전 하양이를 만나러 입양센터를 방문했다.

입양센터 문을 열자 투명유리로 된 방 안에서 강아지들이 놀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강아지들이 우리를 보고 활기차게 꼬리를 쳤다. 그런 아이가 아주 귀여워서 엄마는 투명유리 문틈으로 손을 살짝 집어넣었다. 엄마의 손가락을 발견한 강아지 한 마리가 엄마 손을 핥으며 좋아하기도 했다.

어쩌면 사람에게 버려져 사람이 아주 미워졌을 텐데...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녀석들. 차라리 우리가 싫어서 휑하니 돌아서면 좋을 텐데, 되려 내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중 다리를 절뚝절뚝거리는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가족을 멍하니 쳐다봤다. 무리와 뚝 떨어져 한참 동안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돌아다니던 하얗고 조그마한 강아지, 그게 하양이었다.

"저 아이, 다리가 불편한 것 같은데... 하양이 아니니?"

'응, 저 강아지 좀 아픈 것 같아'라고 하면 유기견 입양을 다소 두려워하는 엄마의 마음이 영영 멀어질까봐, 그냥 '아니? 괜찮은 것 같은데' 하며 엄마의 관심을 획 돌려버렸다.

입양센터 내 작은 방에서 하양이를 다시 만났다. 하양이를 드는 순간, 혹여 내 실수로 강아지가 다칠 수 있을 것 같아 안을 수도 없었다. 방 한켠에 놓여 있는 강아지 방석에 올려두고 쓰다듬어 주었다. 왜냐하면, 털 속에 가려진 몸이 너무나도 가냘펐고 그의 갈비뼈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하게 만져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너무 가벼워서 정말 강아지를 안고 있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았다.

하양이는 처음 만나는 우리 가족이 낯선지 동그랗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자기 혼자 방 곳곳의 냄새를 맡고 돌아다녔다. 우리는 그런 하양이를 계속 바라만 보았다.

울던 하양이의 마지막 모습, 자꾸 생각이 났습니다

하양이가 방안의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
 하양이가 방안의 냄새를 맡고 있는 모습
ⓒ 신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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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불러주지 않았을 이름, 하양이. 그래서 자기의 이름이 하양이인지 모르는 그는 우리가 "하양아, 하양아" 하며 사랑스럽게 불러도 그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만난 지, 10분쯤 되었을까. 한참을 방 속을 탐색하던 하양이가 땅바닥에 앉아 있는 내 곁으로 오더니 내 몸을 비비적 비비적 비비기 시작했다. 그러곤 갑자기 내 팔과 몸 사이 속으로 자기 머리를 툭 집어넣었다.

'드디어 하양이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온 마음이 벅찼다. 온 마음이 충만해졌다. 그런 하양이에게 화답하는 의미로 나도 하양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일주일 뒤에 만나자, 우리 집에서 밥 잘 먹고 잘 지내자' 하며 다정하게 인사도 했다. 하양이는 다시 자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까와 다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 보이고, 당차게 방 안을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하양이는 다리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마음이 아팠던 거다. 사람의 정이 그리웠고, 사랑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 하양이를 보며 사랑이 뭔지 배웠다. 하양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하양이의 마지막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당장 데리고 갈 것 같이 희망고문만 잔뜩 준 채 그냥 떠나버린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많은 가족들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빨리 1주일이 빨리 지나 다시 만나길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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