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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0일 오후 2시 15분]

하루에도 몇 번씩 MBC 앞을 지난다. 밥을 먹거나, 차 한 잔을 마시려면 거대한 몸집의 MBC 건물을 마주친다. 아찔한 구름다리로 연결된 외경과 정문 앞의 조형물들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끈다. 하지만 여의도와 일산을 거쳐, 상암 시대를 맞이한 MBC의 민낯은 초라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MBC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작년 12월 19일, 상암 신사옥에 스케이트장이 개장했기 때문이다. 도심 한가운데의 스케이트장은 아이들의 최고 놀이터이자, 연인들의 데이트코스가 되었다. 인기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각종 행사가 열리는 MBC는 말 그대로 상암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MBC의 눈물로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

MBC의 눈물로 얼려 만든 사옥 앞 스케이트장.
 MBC의 눈물로 얼려 만든 사옥 앞 스케이트장.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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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한학수 PD가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는다고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최종적으로 그는 스케이트장 업무 배정은 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MBC는 결국 그 자리에 제작 PD와 기자들을 보냄으로써 보복인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에서 프로그램을 가장 잘 만든다는 PD는 방송을 제작하는 대신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하거나 스케이트장 관리를 담당한다. 아나운서들은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기자들의 마이크에는 상식 밖의 보도가 흘러나온다. 결국 최승호PD, 박성호 기자, 박성제 기자처럼 MBC를 떠나거나 그곳에 남아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팔다리가 잘려나간다.    

얼마 전, 상암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한학수 PD를 만났다. 인사를 건네거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학수 파이팅!"을 외칠 용기는 없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와 MBC를 지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쓴 기사가 '무너진 MBC, 누가 <무한도전> 김태호 흔드나'였다.

짧은 글에 수많은 사람들이 응원의 메시지와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게 참 고마웠다. 응원은 오롯이 차갑게 식어가는 MBC와 처절하게 투쟁하는 구성원들의 몫이다. 그렇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고, 따뜻한 한 마디가 그립다.   

도륙의 시대는 언제 끝날 것인가!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공대위 주최로 권성민PD해고철회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예능국 소속 권 PD는 비제작국 발령조치 후 이에 대한 풍자와 일상 등이 담긴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해 지난 21일 MBC로부터 해고조치를 받았다.
 23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MBC공대위 주최로 권성민PD해고철회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예능국 소속 권 PD는 비제작국 발령조치 후 이에 대한 풍자와 일상 등이 담긴 웹툰 '예능국 이야기'를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해 지난 21일 MBC로부터 해고조치를 받았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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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도륙의 시대'는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MBC가 지난 21일, 권성민 예능PD를 해고했다는 소식을 들은 박성호 기자의 탄식이다. 지난 2012년 MBC 파업을 통해 해고된 7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명의 해고자가 나왔다.

권성민 PD는 지난해 5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사과와 개인적인 의견을 올렸다. 그는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지난 12월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조치되었다. 그리고 결국 2012년 파업 이후, MBC의 8번 째 해고자가 되었다.

권성민 PD 해고 조치에 MBC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그는 능력이 있고, 유머와 위트를 갖춘 PD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생각을 표현할 수 없고, 사실을 보도할 수 없다면 언론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MBC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최소한의 양심을 가진 언론이 되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다수 시민을 대변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사의 주춧돌도 이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MBC가 아닌 KBS의 외침이다. KBS PD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이 같이 밝혔다. MBC의 문제는 더 이상 MBC만의 것이 아닌 것이다. 올바른 언론 보도를 위한 제작진들의 문제이자, 더 나아가 TV를 보는 시청자들의 권리를 위한 해결 과제다.

KBS PD협회는 "생각은 자유다.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서로의 근거를 가지고 공론의 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면 그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건강한 논쟁이 아닌 '해고'라는 극약처방,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힘 있는 자의 일방통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제는 시청자에게 MBC를 돌려주자

비제작업무를 맡고 있는 한학수 프로듀서.
 비제작업무를 맡고 있는 한학수 프로듀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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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옥 앞에서 한 선배와의 약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10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MBC 건물이 모두 나오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MBC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그 안의 콘텐츠들을 즐기고 있다.

MBC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오프닝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연예인의 공연과 행사를 보기 위해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MBC를 찾는다. 그중에는 세월호 참사의 보도를 규탄하는 유가족들도 있었고,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하는 언론인, 노동자들도 있었다. MBC가 몰락했다고 하나,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매체인 것이다.

MBC 구성원들의 눈물로 얼려 만든 스케이트장.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에 생채기가 난 그들의 끝나지 않은 투쟁을 기억하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한학수 PD와 "복직되면 MBC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박성제 기자에게는 다시 마이크를 쥐어주자. 뛰어난 유머와 위트를 가진 젊은 PD(권성민 PD)에게도 <무한도전>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주자. 그리고 이제는 시청자에게 MBC를 돌려주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hstyle84)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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