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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회 본 회의에서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보조 및 대체 교사 지원 등을 포함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통과되었습니다. 보육 이해 당사자들은 통과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몇 차례 글을 게재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지난 4월 40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어린이집 CCTV를 설치하도록 강제화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법인은 법인대로 작년 겨울 어린이집 아동학대사건 이후 문제의 해결방안이 마치 어린이집 CCTV 설치에 있는 양 온갖 여론과 정책방향이 한 방향으로 흐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육아의 장점인 부모참여의 확대와 교사대 아동비율 축소, 보육교사 근무조건 개선 등을 보육정책 강화 방향으로 제시해왔다. 더불어 소속 회원단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논의를 진행해왔다.

내가 소속돼 있는 강서양천공동육아협동조합(아래 협동조합) 개구리어린이집 조합원들도 작년 겨울 어린이집, 유치원의 아동학대사건을 통해 드러난 보육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을 논의하면서 과연 어린이집 CCTV 설치, 혹은 이를 의무화, 법제화하는 것이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찬성하는 이, 반대하는 이, 둘 다 걱정하는 이 등 각각의 입장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국 조합의 입장으로는 어린이집 CCTV 설치가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서로 찬반의 입장에서 우려하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더 깊이 있게 어린이집 CCTV 설치 이후의 교사와 부모로서 우리의 삶, 더불어 직접적인 피해의 대상자가 될 우리 아이들의 삶, 현재와 그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가 함께 일리 있는 걱정과 우려를 나눌 수 있었으며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보육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었다.

일어날 상황이라면 CCTV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우선, 지난 1월 협동조합 총회에서 어린이집의 CCTV 설치건과 관련해 논의한 내용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보겠다.

- 그간 우리는 CCTV 없이도 잘 살아왔다. 우리 안에서 아동학대와 같은 아동인권 침해와 돌봄 노동의 어려움, 그리고 교사 부모간의 소통과 불신의 문제 등에 대해서 다양한 형태로 부모 참여를 늘리고 교사와 협의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정능력을 키워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공동육아에서 만들어온 보육문화, 참여와 자치의 문화를 모델로 해서 이를 민간이든 국공립이든 부모참여의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CCTV는 감시의 도구일 뿐이다. 부모 참여의 방향이 전혀 아니다.
- 지금 우리 입장에서 CCTV 설치를 반대한다 해도 실제로 강제되어 CCTV를 설치하고 나면 분명히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긴다. 설치하고 나면 그 이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 대한민국 보육현실이 워낙에 열악한 상황들이 있으니 관리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건 고려해 봐야 하지 않나.

- CCTV 설치의 역할은 이미 일어난 상황을 기록하는 것뿐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궁극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쪽으로 도움을 줘야 하는 게 맞다.
- 일어날 상황이라면 CCTV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단지, 설치해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 아이들의 프라이버시와 인권, 교사들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데서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 그런 걸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 정말 고민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위여부를 밝히는 데 있어서 CCTV 설치가 밝힐 수 있는 득이 있을 수 있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일이 발생했을 때 아이의 발달과정을 고려하며 생각할 수 있는 지금처럼의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CCTV를 보고 전후 맥락 없이 그 현상만을 판단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 그 두려움이다. 일반 어린이집에선 1년에 한두 번 밖에 교사와의 만남이 없다. 우리가 하고 있는 방모임 등의 방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CCTV 설치지만, 사실 우리아이들이 어떻게 건강하게 자라게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동육아 법인에서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지금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것도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는 데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근본적 대안을 찾아야 할 시기에 정부가 CCTV 설치만이 대안인양 몰고 가면서, 더 논의해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
- 정부에서 더 믿고 보낼 수 있는 어린이집을 마련한다든지 기타 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CCTV 설치에만 대안을 제한적으로 두는 것이 아닌가.
- 먼저 막아야한다. 그런 전제를 깔고 가기 보단 우선 근본적으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막아야한다.

- 몇 년 전부터 국공립 민간 어린이집에 CCTV를 달았다. 그 때에도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막상 사건이 생기니 모두 달아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나온다. 교사끼리 서로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고 힘들 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인 것은 신뢰의 문제다. 우리의 제도적 장치가 있지 않나. 부모들이 교사교육이나 휴가시 일일교사로 참여하는 아마제도와 방모임, 각종 소위모임 등을 통해 어린이집 운영과 교육에 들어와서 함께하며 볼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것. 함께하면서 고민하는 것들. 이런 좋은 점들이 사회적으로 퍼져나가면 좋겠다.

공동육아에서는 교사 교육을 끊임없이 한다. 교사의 교육기간에 아마활동이 힘들다는 말도 나왔지만, 그 시간에 교사는 스스로 성찰의 기회로 삼는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교사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 근원적인 부분에서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부모들은 교사들 교육 보내주고 일일교사로 참여하는 것들, 이런 지원이 선순환이 된다고 생각한다.

- 중요한 건 보육 전문가들이 CCTV 설치가 마치 답인 것처럼 긴급한 조치인냥 법제화하려는 것이다. 비전문가인 우리가 봐도 아닌 건 아니다. 보육교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한정 짓고 우리의 모든 논의를 CCTV를 보자는 쪽으로 갈 수 있다. 모든 어린이집의 상황 판단을 CCTV를 보는 것으로 한정할 수 있다. 그래서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가장 무서운 건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사건 사고가 났을 때 CCTV를 통해 사건을 바라보게 되는 등 과정을 규정화하게 된다는 점이다.

- 아이들의 입에 CCTV 설치가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한다.
- 어쨌든 우리는 좋은 모델을 만들고 전파하면 좋겠다. 모든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하는 것만은 반대하자.

CCTV 설치로 교사들의 인권 심각하게 훼손될 것

거칠게나마 총회 자리에서 조합원들이 머리 맞대고 이야기 나눈 걸 요약해봤다. 찬반 입장 모두 마음이 편치 않은 주제였다. 우리가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는 불편한 우리의 보육현실 탓일 것이다. 턱없이 높은 교사대 아동비율, 턱없이 낮은 보육교사의 임금과 장시간 근무, 부모눈치에 원장눈치까지 봐야하는 현실.

돌봄노동이라는 특수한 노동에 대한 사회적 몰이해, 혹은 경시 풍조. 그 속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아이가 당장 공동육아에서는 잘 자라고 있다고 한들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문제는 곧 내 아이의 문제와 직결된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운영해오면서,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키우면서 사회적 부모로 자리매김하고자 애써왔다. 잘했든 못했든 그러기 위해 힘겨운 성장통을 아이와 함께 겪으며 한 해 두 해 선배조합원으로 성장해왔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부모와 교사가 같이 성장하고 협력할 때, 아이들 눈높이에서 교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어른을 보고 혹은 또래 동생 형님들과 어울려 놀며 행복하게 자란다는 걸 몸소 경험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어린이집의 CCTV가 아동학대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걸, 오히려 아이들과 교사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거라는 걸 깨닫는다.

넉달 후면 모든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어린이집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교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보조교사와 대체교사 확충하며, 부모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운영위원회 횟수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시설 설치자와 부모 모두가 동의한 어린이집이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면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은 이 예외조항에 따라 CCTV 설치 의무화를 당분간은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난 총회에서 논의한 것처럼 CCTV 설치 의무화가 법제화된 이상 곧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일상적인 감시체제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곧 펼쳐질 것이다. 더는 공동육아가 대안이 되지 않을 현실이다. 공동육아가 내 아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어린이집이라면 우리가 더 사회적으로 나서서 좋은어린이집 운동을 벌여나가야 할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에서 진행하는 <믿을 수 있는 어린이집 만들기 운동>에 동참하여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아이와 부모와 교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보육의 틀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펼쳐나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강서양천공동육아협동조합 개구리어린이집 조합원입니다.



태그:#보육, #CCTV, #영유아보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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