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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9일 오후 9시 45분]

"여기 엎드려 누워보세요. 어머... 이렇게 등이 굽은 사람은 정말 흔치 않아요. 흉추(목등뼈와 허리등뼈 사이)가 Z자처럼 휘었어요. 주변 근육도 엄청 긴장하고 있고요. 이런 몸으로 어떻게 일하세요?"
"헉... 계속 이런 상태로 일하면 나중에는 어떻게 되나요?"
"허리를 펴지 못할 거예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에요. 6개월 이상 장기적인 운동적 관리가 필요해요. 절대 흘려듣지 마세요."

엎드렸다. 내 등은 이렇게 휘어 있었다. 내 몸이지만,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엎드렸다. 내 등은 이렇게 휘어 있었다. 내 몸이지만,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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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서울시 금천구 서울 근로자건강센터. 누워 있는 사람은 나다. 내게 "계속 이러면 허리 못 펴고 다닌다"라고 말하는 이는 엄혜선 운동처방사. 나는 어쩌다가 엎드려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게 된 걸까. 사건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프다... 더 넓게 더 깊게

나는 2011년부터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일했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기사 편집. 1일 8시간 이상 앉아서 모니터 속 활자와 싸웠다.

대부분의 사무직 노동자가 그렇겠지만, 업무량과 업무 처리 속도는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뉴스가 생산되면 편집해야 했다. 뉴스에 예고가 어디 있나, 터지면 일해야 한다. '빠르고 신속하게', 두 가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듯한 자세로 키보드를 두들겼다. 뉴스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몸은 모니터와 가까워졌다.

입사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몸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 목과 어깨 근육에서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통증은 등과 허리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눈이 침침해지고 편두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몸은 나아지지 않았다. 달력이 넘어갈 때마다 통증은 깊어졌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드러눕기 바빴다. 아팠으니까. 조금 괜찮아지나 싶었지만, 틈틈이 뉴스를 챙겨볼 때마다 통증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내가 퇴근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어디선가 뉴스는 터지기 마련이니까.

약으로 버틴 '성장통'... 다들 그러니까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 일하는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건 모두가 똑같다. 대부분 만성 목·어깨·허리 통증을 안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 일하는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건 모두가 똑같다. 대부분 만성 목·어깨·허리 통증을 안고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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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를 지탱해준 건 진통제 아스O린이었다. 너무 아파 책상 앞에 앉아 있기 힘들어질 때면 어김없이 아스O린을 찾았다. 통증이 길어지고 깊어질수록 아스O린을 복용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배우자는 내가 아스O린을 먹는 걸 보고 "그게 무슨 영양제냐"라고 타박했다. 짬이 날 때마다 병원에 가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제대로 듣지 않았다.

나만 아픈 게 아니었으니까. 어느 정도 일이 손에 익자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만성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누군가는 자라목이 됐다며 병원에 갔다. 사비를 털어 손목보호대나 지압기 등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 아픔을 경력이 쌓이는 데 따르는 훈장, 숙련된 노동자가 되기 위한 성장통 정도로 여겼다. 내가 다니는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른 기업에 다니는 친구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이상 징후도 발견됐다. 장기간 야간 근무 등으로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호흡곤란을 겪었다. 들숨은 명치 윗부분에 도달한 상태에서 멈췄다. 깊은 호흡을 시도하면 갈비뼈가 욱신거렸다. 아팠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식은땀이 이마를 흥건히 적셨고, 머리가 띵해졌다. 덜컥 겁이 난 나는 몇 군데 병원에 들러 심전도 검사도 하고 흉부 엑스레이도 찍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건강하신데요."

"어휴, 이렇게 일하면 안 돼요"라는 말

내가 일하는 모습을 편집부 동료 기자가 찍어줬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될 때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는 이 사진을 보고 "유인원이냐"라고 평했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지.
 내가 일하는 모습을 편집부 동료 기자가 찍어줬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될 때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김철홍 인천대 교수는 이 사진을 보고 "유인원이냐"라고 평했다. 나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일하는지.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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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고 느낀 나는 8월 10일 서울 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았다. 지금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전문의의 소견을 듣고 싶었다. 장성미 센터장(이화여대 직업환경의학과 특임교수)은 내게 근막통증후군과 VDT(Visual Display Terminals)증후군이 있다는 소견을 내놨다.

두 증후군은 사무직 노동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질환이다. 근막통증후군이란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에서 통증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가 장시간 반복적인 작업을 하면 근육에 통증유발점이 생겨 아픈 질환이다. 심할 경우 눈이 빠질 것 같은 편두통을 유발한다. VDT증후군은 컴퓨터 등을 오랫동안 사용하거나 스트레스를 과하게 받을 경우 나타나는 징후로 근골격계 이상, 안과 질환, 호흡 및 위장 장애 등 장기 이상 등을 유발한다.

나는 동료 기자가 찍어준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내가 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사진을 본 장 센터장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휴... 이렇게 일하면 안 돼요. 이럴 거면 노트북을 쓰면 안 되죠. 머리가 앞으로 쏠려 있고, 등이 굽어 있죠? 화면이 작아서 그래요. 처음에는 바른 자세로 일하다가 집중도가 높아지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머리가 앞으로 쏠리죠. 사람 머리가 생각보다 무거워요. 체중의 20% 가량을 차지하죠. 이런 자세라면, 목·어깨·등 근육(승모근)이 머리를 잡아당기게 돼요. 안 그러면 앞으로 넘어질 테니까. 결국 근육이 장시간 긴장할 수밖에 없어지고, 아픔을 느끼는 거죠."

기자의 몸무게는 80kg 내외다. 머리 무게가 체중의 20% 정도라면 16kg이다. 정리하면 승모근이 16kg짜리 고깃덩어리를 하루 8시간 이상 잡아당기고 있는 셈이다. 승모근에게 미안해진다. 주기적으로 쉬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근막통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한다. 

내가 무척이나 힘들어했던 호흡곤란은 VDT증후군 때문이었다. 장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다량의 전자파, 안 좋은 실내 공기 등 업무 환경이 열악한 곳 혹은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호흡곤란, 두통, 소화장애, 손발 저림, 근육 통증 등이 뒤따른다고 한다.

아픈 당신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해결 방안

서울 근로자 건강센터 장성미 센터장이 환자를 상담하고 있는 모습.
 서울 근로자 건강센터 장성미 센터장이 환자를 상담하고 있는 모습.
ⓒ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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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질환은 제조업 노동자들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무직 노동자들 역시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입사 1년 뒤부터 감지된 근골격계 통증, 이런 내가 전문의에게 근막통증후군과 VDT증후군이 있다는 소견을 듣기까지 무려 4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다들 아픈데 혼자 유난 떨기는 싫었고, 내 자세만 바로잡으면 해결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근골격계 질환은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병이에요. 치료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명을 잃는 게 아니니까요. 다들 그러려니 하면서 살죠. 2주 이상 통증이 있을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뼈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통증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건강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 할까. 아니다. 장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두 가지 해결 방안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개인의 자세를 바로잡고, 사업주를 통해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 여기서 노동환경 개선은 컴퓨터·모니터 등 도구를 바꾸고, 작업 도중 충분한 휴식시간을 두거나 전자파 차단·실내 공기 환기 등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 방안은 예방운동지도다. 스트레칭, 마사지, 근력강화 등을 통해 통증이 있는 근육을 풀어주고, 약해진 근육을 강화해 근육의 힘을 늘린다. 근육이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늘려야 통증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완치가 없기 때문에 개인의 관점에서는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장 센터장의 처방 지시에 따라 나는 이틀 뒤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에서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는 홍현진 기자와 함께 운동지도를 받기로 했다. 나를 일대일로 지도한 엄혜선 운동처방사는 나를 보자마자 엎드려 누워보라고 했다. 이내 나는 "이대로면 나중에 허리 못 펴고 다닌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야 만다. 굽은 등과 경직된 근육 그리고 자라가 돼버린 목을 어찌해야 할까.

(* 다음 기사에 이어집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의 운동 프로그램을 다룹니다.)

서울 근로자건강센터는 어떤 곳?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 근로자 건강센터 입구 모습.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서울 근로자 건강센터 입구 모습.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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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에 있는 서울 근로자건강센터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다. 장성미 센터장의 비유에 따르면 "근로자의 보건소"다. 이곳에서 직업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노동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취업준비생 등 노동보건 사각지대에 노출된 모든 이가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을 찾으면 전문의의 상담 및 운동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특히 서울 근로자건강센터는 사무직 노동자의 노동환경 및 직업병(근골격계 질환 등)에 집중하는 곳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 근로자건강센터 누리집(http://suwhc.or.kr) 혹은 전화(02-6947-5700)로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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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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