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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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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살려줘, 쫌' 기획을 마무리하면서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장)를 다시 만났다. 1990년대 말 대우자동차와 같은 제조업부터 최근 급식 조리 노동자까지, 다양한 직업군 노동자의 근골격계 질환 문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그는 '건강한 노동세상'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인천대 송도캠퍼스에 있는 그의 연구실 문을 열자 깜짝 놀랐다. 책상과 책장을 놓고 남은 공간에, 앉아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마룻바닥을 깔아놓았다. 책상에서 작업을 하다가 마룻바닥에 앉아서 차 마시고, 쉬고, 누워 있기도 한단다. 시간을 내서 스트레칭, 스쿼트 등 운동도 한다.

"송도캠퍼스로 옮기면서 사재를 털어서 이렇게 연구실을 꾸몄어요. 왜냐. 여기가 제 유일한 생산 공간인데, 매일 매시간 들어오고 싶게 만들어야 생산성이 좋아질 것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이 공간에서 집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사무실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김철홍 교수의 말처럼 사무직 노동자들은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하지만 바로 그 사무실이 노동자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신체적 차이와 작업 자세 변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고정된 모니터와 책상, 의자 등의 작업 환경은 근골격계 질환을 가져온다. 강한 직무 스트레스, 휴식에 인색한 장시간 노동도 사무직 노동자들이 아픈 원인이다.

김철홍 교수는 건강한 사무실을 만드는 일이 사업주에게도 이득이 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의자를 비롯한 사무 기기는 더 이상 가구가 아니다, 사무직의 가장 중요한 생산도구"라며 "이게 좋아야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사무직 노동자 개인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전형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 형태라는 것을 알고, 이를 알리고 개선을 주장해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사무직을 일로 보지 않는 인식이 문제"

손목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자가진단법. 손목을 사진과 같이 맞대고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사진은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손목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 자가진단법. 손목을 사진과 같이 맞대고 30초간 자세를 유지한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사진은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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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골격계 질환은 지금까지 주로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근골격계 질환 발생 비율은 어떤가.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에서 1990년 말부터 철도 정비, 음식 산업, 자동차, 중공업, 병원 등 50개 사업장에 대한 근골격계 질환 비율을 조사한 결과, 근골격계 질환 의심자 전체 평균 비율이 51.4%인 데 반해, 속기사나 자료 입력직 등 사무직은 70%가 넘는 질환 의심 비율을 보였다. 이들의 주관적 통증 호소율은 90%가 넘었다.

이는 자동차 부품 조립을 하는 제조업보다 높은 수치다. 제가 올해 발표할 논문에서 사무직과 제조업의 근골격계 질환비율을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컴퓨터를 많이 쓰는 현대 사무직은 제조업보다 근골격계 질환 비율이 더 높았다."

- 하지만 여전히 '사무실에서 일하면 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제조업이 서서 허리 숙여서 일하는 것이나, 사무직이 의자에 앉아서 허리 숙여서 일하는 것이나 일의 내용은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인식이다. '사무실에 편하게 앉아서 에어컨 나오는 데서 일하는데 뭐가 아프냐'는 것이다. 

컴퓨터를 쓰는 사무직들은 고정된 자세로 일한다. 모니터가 고정돼 있고, 키보드도 같은 위치에 있다. 이렇게 되면 정적 피로가 쌓이게 된다. 학창 시절 벌 설 때, 팔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보다 팔을 계속 들고 서 있는 게 더 힘든 것과 같다. 몸을 움직이게 되면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액이 순환하게 되는데, 고정된 자세로 있으면 혈액 순환이 잘 안 된다. 그러면 젖산이 빨리 쌓여서 피로가 빠르게 오게 된다. 정적 피로는 보이지 않는, 가장 무서운 작업 부하 중 하나다.

그럼 이런 인식이 왜 나왔느냐. 사무직을 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병원 간호사가 하는 일을 뭐라고 부르나. '의료 행위'라고 부른다. '일'로 취급을 안 하는 거다. 간호사들이 60~70kg 되는 환자를 들고 나르는 일은 제조업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중량물 취급 작업이다. 제조업에서는 들 것 무게가 10~15kg만 돼도 도구를 사용한다. 이런 것을 노동으로, 일로 봐주지 않고 의료 행위로 본다.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일이 아닌 '사무 행위'로 해석하니까 제조업과 자꾸 차이를 두게 되는 거다."

- 근골격계 질환 자가 진단법이 있나.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 부위는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등 신체 관절이다. 이곳의 인대, 근육, 연골, 신경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는 거다. 우선 관절 부위에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통증이 있는지 확인해보라. 그 다음에는 관절 부위의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불편한지 유무를 판단해보라. 근골격계 질환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는 아팠다가 조금 쉬면 나아지는 정도, 2단계는 일하는데 계속 아프고 밤에 자는데 통증이 있을 때, 3단계는 아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일도 못하는 상태다.

'팔렌 테스트(Phalen's test)'라는 게 있다. 양 손등을 마주한 상태에서 아래로 손목을 꺾을 수 있는 데까지 꺾고 30초 동안 있어 보라. 손목 안에는 관이 있고, 그 안에 힘줄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힘줄들 중앙으로 신경이 지나가는데 이것을 정중 신경이라 부른다. 이 신경이 바늘로 찌르듯 따끔따끔 아프면 손목관(터널)증후군이 있는 거다. 사실 근골격계 질환은 MRI를 찍어도 (증상이) 나오지 않는 게 무척 많다. 병원에서는 질환을 찾아내지 못했는데, 본인은 아프다. 통증은 있는데 드러나지 않는 게 근골격계 질환이다.

하루라도 근골격계 질환을 빨리 찾아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고 하루라도 빨리 통증을 유발하는 일의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 이 세상에 일이라는 게 존재하는 한 근골격계 질환은 없어질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천형'이다."

"업무 환경 개선, 사업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이 기사 편집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들이 기사 편집을 하고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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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컴퓨터 작업대, 의자 등 업무 환경 개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보통의 사업주들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노동자들에게 몸과 건강은 그들이 가진 전부나 마찬가지다. 근골격계 질환은 노동자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자산을 갉아먹는 것과 같다. 노동자가 100%의 노동력을 발휘해야 사업주에게도 좋은 것이다.

한때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수면이라는 게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다, 그래서 침대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많은 사람이 100만 원, 200만 원 들여서 침대에 투자한다. 그런데 사람이 침대에서 자는 시간과 의자에 앉아서 일하거나 활동하는 시간을 비교해보자.

어느 쪽이 더 긴가. 의자다. 그런데 의자는 왜 '과학'으로 보지 않는 건가. 의자를 비롯한 사무기기는 더 이상 가구가 아니다. 우리가 가장 과학적으로 사용해야 할, 사무직의 가장 중요한 생산도구다. 이게 좋아야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는 거다.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하다."

- 사무직은 제조업과 달리, 생산량을 정량화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사무 도구를 바꿨더니, 생산성이 좋아졌다'고 수치화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제조업에서는 노동 생산성을 항상 평가하지 않나. 임금 대비 생산량 등등. 그런데 사무직은 이런 계산 하나? 안 한다. 자기 일에 대한 정당한 가치 평가, 이런 작업을 노조가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속노조 등 생산직 노조가 조직이 잘 돼 있는 반면, 사무직이나 서비스업 쪽에서는 노조 조직률이 낮다 보니 그동안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자 한 사람이 발생하면 4000만~5000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본다. 환자가 10명 줄어들면 5억 원 정도의 손해를 줄이는 거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또한 흔히 우리가 경영 평가를 할 때, 직무 만족도 등을 평가하지 않나. 경영 평가는 금전적인, 재정적인 부문만 평가하는 게 아니다. 직무 만족도부터 시작해서 기업 이미지 등도 평가한다. 업무 환경 개선은 이와 연관된다.

무엇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작업장의 모든 위험·유해 요인을 제거하고 작업 환경을 개선해서 건강한 일터가 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건 사업주의 법적 의무 사항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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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에 대해 인색한 노동 문화도 근골격계 질환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자주 짧게 움직여줘야 한다. 스트레칭도 해주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휴식보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노동 강도의 문제다. 일을 과도하게 몰아쳐 하는 노동 풍토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이게 몸에 엄청나게 해롭다. 우리 몸의 근육이나 인대에는 한계가 있다.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도하게 움직이면 근육이나 인대가 회복이 안 된다. 비유하자면, 아침에 밥 세 그릇 먹고 종일 음식을 먹지 않는 거랑 똑같다. 그럼 배탈이 나지 않겠나."

- 직무 스트레스도 근골격계 질환과 연관이 있나.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직군의 노동자는 몸 속 혈액의 응고인자(혈액응고반응에 관여하는 인자) 비율이 엄청 높아진다. 응고인자가 많으면 혈관이 빠르게 막힌다. 이는 뇌출혈, 심장질환으로 이어진다.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사람들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근골격계 질환 발생 확률이 거의 1.5배 이상 높다. 눈앞에 위험 요소가 다가오면 몸이 위축되지 않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위축된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한다."

- 해외에서는 이미 높낮이 조절 책상이 보편화돼 있는 등 사무직 노동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다고 들었다. 왜 그럴까.
"해외는 노동 운동이 200~300년 동안의 역사가 있고, 깊이 싸워왔으니... 유럽에서는 사무직이 제조업과 똑같이 1시간 일을 해도 1.5배 정도의 강도로 평가를 해줘야 한다고 본다. '몰아 치기' 등 정신적인 노동을 고려한 거다. 한국도 사무직 노동 강도에 대한 평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사무직들, 8시간 일한다고 하는데 사업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이런 거다.

'일을 하는 건지, 컴퓨터를 하면서 노는 건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무직이 하는 일을 노동으로 평가하고, 사무환경이 생산성을 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생산 도구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인식이 안 돼 있지 않나. 당사자인 사무직 노동자들부터. 사무직 노동자들은 내가 하는 일이 전형적인,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노동 형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를 알리고 개선을 주장해야 건강해진다."

- 같은 노동자 안에서도 인식이 다르다.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유난 떤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 노동자 건강권의 삼중고라는 게 있다. 첫째는, 자본에 의한 철저한 무시. 두 번째는 정권과 일부 전문가에 의한 왜곡이다. 무거운 것을 옮기느라 아픈 노동자에게 '올바른 자세를 취하라'고 한다. 이건 강제된 잘못된 자세인데, 작업자가 일부러 자세를 바르게 취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임을 전가한다.

잘못된 자세라는 것은 100% 잘못된 작업장 구조나 작업 방법에 의해서 강제되는 거다. 전문가의 왜곡도 있다. 근골격계 질환 관련 서적을 보면 첫 번째 원인이 '잘못된 자세'로 나온다. 개인의 문제로 책임을 전가하는 거다. 일부러 잘못된 자세 취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세 번째는 노동조합 내에서의 외면. 노조나 노조원들이 정치사업 등 다른 분야를 우선순위에 두고, 건강권 문제는 외면한다. 무시당하고 왜곡당하고 외면당하니 노동자의 건강권이 설 데가 없다.

유럽연합 노조는 작업자들의 건강권을 가장 우선으로 추구하는 사업 중 하나로 정한다. 독일 금속노조는 노동 편성권에 노조가 개입한다. 새로운 작업장에 라인을 설계할 거면,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건강권을 상위 목표로 싸우다 보니 결국 경영에까지 노조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은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다. 근골격계 질환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노사가 함께 진행한다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매개로 해서 노동 방식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 사업주들에게 한 마디.
"제품을 잘못 만들면 그 제품은 안 팔린다. 소비자 만족 시대 아닌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생산 환경, 작업 환경도 최고가 되어야 한다. 이건 진리다. 사무직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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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조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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