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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일하는 사람을 보면 '편하게 일한다'는 말이 나오던 시대가 있었지요.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 일하면 땀은 나지 않을지언정 몸은 망가집니다. 3, 4번 디스크가 터지고 목은 거북이가 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됩니다. 장시간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제 그 권리를 찾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를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조혜지 기자는 이렇게 일해왔다. 일이 쏠리면 그는 모니터에 '끌려간다'.
 조혜지 기자는 이렇게 일해왔다. 일이 쏠리면 그는 모니터에 '끌려간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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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55분. 컴퓨터 전원을 켜는 동시에 자리에 '앉는다'. 러시아워로 잔뜩 무거워진 몸을 지탱하는 인조가죽 사무용 의자. '출렁' 앉자마자 몸이 쑥 꺼진다. 파란 바탕의 컴퓨터 모니터 위에 '환영합니다' 문구가 뜰 즈음 오른손엔 마우스, 왼손엔 아직 덜 식은 믹스 커피 한 잔이 들려있다. 전투 준비 완료.

정신없이 밀려오는 업무를 처리하고 나면 1시간은 시나브로 지나간다. 일에 집중할수록 꼿꼿했던 허리와 목, 어깨는 풀어지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선배가 등을 짝 때리며 '허리 좀 펴라'고 하지 않는 이상 이리 꼬고 저리 꼬는 하반신에 비해 상반신은 미동조차 않는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하루 평균 꼬박 3.4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직업은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2014년 5월에 입사했으니 2년 차 기자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기사와 콘텐츠를 하루 평균 8시간 만나고, 다듬는다. 높낮이 조절 책상, 직장인을 위한 5분 스트레칭, 필라테스 등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좌식 노동으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내 몸을 목격하고 나서부터다.

"20대가 왜 이래요, 40대 만큼 굳었네."
"어깨가 만신창이에요. 그래도 아직은 풀리는 근육이라 관리만 잘하면…."

8월 18일 6년 차 동료가 귀띔해준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소재)를 찾았다. 뭉친 근육이나 조금 풀어볼까 싶어 찾은 그곳에서 내 근골격계에 찾아온 심상찮은 변화를 맞닥뜨렸다.

목에서 시작해 어깨, 등, 허리로 내려오는 치료사의 손. 외마디 비명이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남들도 이렇게 세게 누르면 다 아픈 거 아녜요?" 의심하는 내게 엄혜선 운동치료사가 내 손을 가볍게 눌렀다. 인주에 도장을 찍는 정도. 그가 말했다. "지금 이 정도로 약하게 누르고 있는 건데... 전 이렇게 해도 안 아파요."

덴마크 노동자도 누리는 '특별한 배려', 나도 필요했다

서서 일하는 조혜지 기자는 "일할 때 여유가 생긴 것 같다"라고 평했다.
 서서 일하는 조혜지 기자는 "일할 때 여유가 생긴 것 같다"라고 평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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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내 책상 위에 다른 책상이 올라왔다. 양쪽 레버 두 개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일명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책상. 시중 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제품을 선택해 체험을 신청했다.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19차 입고된 제품이었다. 모델명은 '베리데스크 PRO PLUS 36'. 업체 담당자에 따르면 디자인·IT업계 등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구매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이 무슨 오바냐."
"다리 아프지 않아? 난 더 불편할 것 같은데."

책상이 설치되자 사내 선배들의 관심도 커졌다. 의심과 불신부터 호기심과 신기함까지. 사용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좋냐?" "괜찮냐?"였다. 굳을대로 굳은 선배들의 목·어깨·허리가 묻는 질문이렷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기자들이 일하는 책상이 독특했다. 평상시엔 우리가 흔히 보는 책상인데 버튼을 누르면 책상이 일어섰다. 서 있는 사람의 어깨 높이로 책상이 올라 오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한 젊은 기자가 높아진 책상 앞에 서서 허리를 돌려가며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을 신경 쓴 특별한 배려가 신선했다. 알고 보니 덴마크의 회사들은 대부분 이런 책상을 쓴다고 했다."(<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중에서)

덴마크,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진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높낮이 조절 책상이 보편화 돼 있다. 특히 덴마크의 학교 및 관공서에선 높낮이 조절 책상 사용을 의무 사항으로 정해놨단다. 지난 8월 13일부터 27일까지 총 2주 동안 하루 평균 8시간 높낮이 조절 책상과 함께 일하며 덴마크 사무직 노동자 '코스프레'를 해봤다.

[처음] 황소 고집 허리, 규칙이 필요했다

사용 후 사흘은 좀처럼 이 책상과 친해지기가 어려웠다. 앉아서 일하는 것에 익숙한 허리는 자꾸 주저앉길 원했다. 2~3시간가량 앉아 있다가 찌뿌드드 하다 싶으면 30분 정도 일어나 일했다. 한 동료가 "서서 일한다면서 왜 계속 앉아있냐"라고 물으면 그제서야 일어나 책상을 높이기도 했다.

"규칙을 정하시는 게 좋아요. 일정 시간 간격으로 높낮이를 조절해보세요."

제품을 대여해준 곳에 사용법을 문의했더니 '규칙'을 강조했다. 근골격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찾았던 서울 근로자건강센터의 강순환 부센터장도 '간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일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 수업도 수업 후 10분가량 쉬듯 노동자도 일정한 간격으로 가끔 서서 일하는 게 좋다"라면서 "집중도가 많이 필요한 사무직 노동자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일어나 바깥에 나가 걷거나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50, 10, 50.'

적응을 위한 내 나름의 규칙. 50분 앉아서 일하다 10분간 스트레칭 또는 바깥 공기를 쐰 뒤 50분은 서서 일하기. 이 규칙을 몸에 익히기 위해 휴대전화 진동 알람으로 '좌식 고집' 허리에게 높낮이 조절 간격을 알렸다. 닷새쯤 지나자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가 앉을 수 있었다.

[유혹] 앉아서는 다리 꼬기, 서서는 짝다리

모니터 눈높이를 조절해 시야를 환기해주기도 한다.
▲ 서서 일하는 책상 모니터 눈높이를 조절해 시야를 환기해주기도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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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일하는 책상을 쓴다면 발 아래 매트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발걸이도 따로 둬 한쪽 발을 올리고 한쪽 발을 내리는 등 변화를 줘야 한다."

김철홍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노동과학연구소장)의 말이다. 높낮이 조절 책상과 일한 지 일주일 차, 어느 정도 앉았다 서는 습관이 몸에 뱄다. 하지만 문제는 서 있을 때. 20분 내지 25분 만에 쉽게 종아리가 당겨 오기 시작했다. 이게 다 '짝다리' 때문이었다.

"그렇게 서 있으면 앉아 있는 것보다 더 힘들 것 같은데."

한쪽으로 구부정하게 서 있는 걸 보고 선배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내가 느끼기에도 어딘가 불편했다. 앉아서만 일할 때 습관처럼 다리를 꼬았던 습관이 서서는 한 쪽 다리에만 힘을 주는 짝다리로 이어진 것이다.

책상과 함께 온 직사각형(가로 85cm, 세로 50cm) 고무 매트에 주목했다. 처음엔 그 용도를 알지 못했으나 전문가의 조언은 달랐다. 김철홍 교수는 "한 자세로 서 있으면 하체 전체가 정적 자세가 된다"라며 매트 또는 발걸이를 책상 아래 함께 둬 다리 자세를 자주 바꿔줄 것을 강조했다.

일어 서서 일하기 전에는 먼저 다리 상태를 확인했다. 어깨 넓이로 다리를 고정하고 종아리가 당겨온다 싶으면 제자리에서 천천히 걷기도 했다. 어느 정도 바른 자세에 익숙해지자 다리를 고정하거나 꼬아 앉을 수밖에 없었던 좌식 노동에 비해 다리 근육의 피로 부담이 덜했다.          

[적응] '조망하기'의 힘 

베리데스크를 올렸을 때의 모습(위)과 낮췄을 때의 모습(아래). 책상을 위로 올리고 서서 일할 때 업무를 조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책상이 조금 더럽다. 양해해주시길).
 베리데스크를 올렸을 때의 모습(위)과 낮췄을 때의 모습(아래). 책상을 위로 올리고 서서 일할 때 업무를 조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책상이 조금 더럽다. 양해해주시길).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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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워졌다. 어리바리 주뼛주뼛하더니, 이젠 꽤 네 책상 같네."

베리데스크 체험 9일 차, 이제 조금씩 앉았다 섰다 하는 노동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맞나 안 맞나' 새 책상과 보낸 일주일 이상의 '썸'이 끝나자 조금씩 그 매력과 단점이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매력'이다. 앉자마자 모니터에 빨려 들어갈 듯 목·어깨·허리가 앞으로 쏠렸던 자세가 꽤 바로잡혔다. 앉아서도 습관적으로 허리와 목을 폈다. 더불어 앉아 있다가 일어서는 동시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하루 평균 5번 이상 빠짐없이 할 수 있었다. 고정된 자세로 오직 모니터만 바라봤던 좌식 노동과 달리 업무 공간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또 모니터와의 거리가 좌식 노동을 할 때에 비해 30cm 정도 멀어져 업무를 '조망'할 수 있었다. 덕분에 장시간 업무에 몰입해 나도 모르게 거북목이 되는 일도 드물었다. 전자파와도 멀어지니 눈이 침침해지는 일도 뜸해졌다.

아쉬웠던 점은 책상 높이 조절이 다소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꽤 무게가 있음에도 레버 두 개로 책상을 올리고 내리는 과정은 큰 무리가 없었지만, 높이 조절 후 책상에 기대거나 잠깐 몸을 지탱할 때 책상 높이가 약간 달라지거나 움직일 때가 있었다. 높낮이 조절 후 두 손으로 책상 좌우를 잡고 완벽하게 고정할 필요가 있었다.

앉았다 일어서면 끝? 그게 다가 아니다

'맥주 한 잔 마시기'(have a beer)라는 법칙이 있다. 업무의 연속으로 채워진 현대 사회의 노동 패턴을 깨고 한 템포 쉬어 가기를 강조한 말이다. 높낮이 조절 책상과 함께 일하면서 얻은 것은 바로 이 맥주 한 잔 같은 여유였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온종일 몰입하는가.'

어느 날, 4시간 내내 한 번도 일어서지 않고 모니터에 빠져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잊고 일에 푹 빠져드는 사이, 내 몸은 서서히 변해갔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작은 '넛지'(강압적인 명령 대신 팔꿈치로 옆구리를 톡 치는 듯한 부드러운 환기)가 필요했다.

단순히 앉았다 서는 게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점점 무기력한 거북이의 몸을 하고 일에 몰두한 당신께 넛지한다. 잠깐 일어나 멀리 동료들을 보시라. 그리고 당신의 몸을 천천히 확인해 보시라. 잠깐의 여유 동안 함께 볼 만한 영상 콘텐츠를 아래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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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디스크 탈출, 팔 마비... 나는 사무실이 무섭다
② 모니터는 눈높이보다 높게? 당신은 속았다
③ 거북목 안 만드는 모니터, '한끗' 차이입니다
④ 손 안 아픈 마우스? 세 가지 직접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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