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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온통 들쑤시고 망가뜨리고 있는 북한 핵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오늘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북핵 문제의 해결은 방법 면에서 대별해서 말한다면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전쟁을 통한 방법과 전쟁이 아닌 방법이 그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전쟁이라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든 적극 회피해야만 한다. 그것이 비록 북한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해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핵 해법, 전쟁은 안된다!

전쟁은 우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룩해 놓은 많은 것을 일시에 허물어버려도 좋을 만큼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을 포함, 대주변국 위협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전쟁이 우리의 삶을 한꺼번에 절단 내도 좋을 만큼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없기에 절대로 가서는 안 될 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핵문제 해결에 접근하기 전에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부분이 있다.

첫째,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적인 주체가 바로 북한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북한을 아무리 압박한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스스로 우리가 원하는 해결방안을 선택해야만 문제가 풀린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해결의 최종점에는 북한이 있다. 관련 당사국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이 스스로 결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일 것이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여 핵을 포기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환상일 뿐이다. 중국은 100퍼센트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북한을 상대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중국더러 대북한 압박을 가하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중국은 철저한 자기계산에 의해 그들의 행동을 선택할 것이다.

흔히 중국이 대북한 원유공급을 중단할 경우, 북한의 즉각적인 항복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으나, 이는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근래 북한은 오히려 중국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석유수입은 대폭 감소했다. 최근 들어 북한의 전기사정이 좋아지고 있는 면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북한 압박과 억압도 전면적인 단절을 하고 있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군사·안보분야 등 특정분야에 국한될 여지가 많다. 유엔안보리 제재 2270호만 해도 민생분야는 제재에서 제외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은 미국과 이미 이 부분에 합의했다.

실제 이루어지는 북·중 교역에서 '민생'이라는 부분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북·중 교역이 다시 증가한 것도 대북한 차단이 철통같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과는 많이 빗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이익과 정치·군사적인 이해는 기본적으로 등가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은 단지 협상의 최종 결과로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북한에게 핵은 자신의 체제수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다. 그들이 원하는 체제안정의 정치·군사적 장치를 담보 받지 않고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대상이다.

기실 '정치·군사적 안전장치'를 만드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설혹 가능하다고 해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북한으로서는 그와 같은 안전장치 확보에 아무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해도 그들이 만족할 만한 장치가 마련되기 전에는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오히려 그 전까지는 핵개발 자체가 갖는 논리 때문에 지속적인 핵기술 개발의 유혹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면

이상과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은 다음 두 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첫 단계에서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하지 않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둘째 단계에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 두 단계를 진행하는 과정도 길고 긴 시간과 엄청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보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협상을 통해서만 핵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과 함께 협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정책과 조치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협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우고 지킬 필요가 있다.

첫째, '협상중단불가의 원칙'이다. 어느 한 쪽도 절대로 협상을 포기하거나 결렬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데 합의해야 한다. 난항을 거듭하더라도 계속해서 협상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절대 필요하다.

협상은 지난한 과정을 통해 타결점에 도달하는 것이 예사다. 특히, 핵문제와 같이 북한에게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협상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핵을 가진 편(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편(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쉽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절대로 협상을 포기하거나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

둘째, '상대인정의 원칙'이다.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가 서로 무시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한다는 것은 상대나 상대의 행동에 대해 일어날 수 있는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참가자의 진정성이 상대방에게 전달·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성이 담겨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전달될 때만이 긍정적인 협상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협상우호적 조치의 병행원칙'이다. 협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절대로 상대를 적대적 관계로 만드는 행위를 연출하거나 환경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한미연합훈련과 같이 비록 방어적 훈련이라고 해도 대규모 적대적 군사훈련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과 같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정치·군사문제와는 분리된 사회·경제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유럽의 CSCE(유럽안보협력위원회)는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국민들의 대북 우월의식 당연, 그러나 정부는 달라야

북한의 선제적 핵 폐기 요구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협상은 이루어질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만 하는 외골수적인 태도는 핵문제 해결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핵문제를 남북사이의 문제로 풀려고 하지 않고, 미·북간의 문제로 해결하지 않는가.

이는 핵문제 해결의 차원이 다른 데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에게 핵은 체제문제다. 체제안전이 담보되기 전에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보유를 우리들은 절대 인정하지 못하지만 그것을 포기하느냐의 여부는 북한에게 달려있다.

대북 정책은 이에 기초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압박과 제재로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한시바삐 깨어나야 한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북한 무시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를 바꾸어야 한다. 대북한 무시와 한국의 우월의식은 일반 주민으로서는 어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북핵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 당사자 또는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보다 냉철하고 중립적 시각에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먼저 정책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다.

먼저 진정성을 담은 대화를 제의하고 협상에 성실한 자세로 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설 수 있다면 무엇보다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북한 핵문제도 기본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 정부는 다시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이라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실상의 통일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대북 정책이다. 이 정책은 우리 정부가 이미 수십 년을 넘게 견지해 온 정책이다. '사실상의 통일' 상태만 된다면 핵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교류협력이 통일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돌아가지만 가장 빠른 길임을 왜 모르는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과 같은 상태를 먼저 만드는 것이다. 누구든지 언제든지 북한을 방문할 수 있고, 소규모 그룹을 만들어 북한 전역을 여행할 수 있고,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된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인원과 물자가 육로를 통해 오고갈 수 있으면 반드시 정치·제도적인 통일이 되지 않아도 사업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통일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을 정권의 바뀜에 상관없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꾸준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서독의 브란트 수상의 대동독 정책과 같은 북한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을 서로 다른 체제의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그들 스스로 체제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병행해야

셋째, 남북한간의 정치·군사문제를 경제협력 문제와 분리시켜야 하다. 그래야만 북핵문제의 해결이 가능하다. 경제협력을 통해 정치·군사적인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하다. 남북관계가 정치적·군사적인 관계로 악화되어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차원의 경협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자치시대에 한 가지 기필코 실현해야 할 일은 대북한 협력과 교류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대북 교류협력의 권한을 독차지하고, 모든 사업의 허가를 쥐고 있는 것은 이념의 획일화를 강제하는 일이다.

남북관계를 정권의 입맛대로 이용하는 결과가 되기 쉽다. 민족의 문제가 정치화하는 불행이자 비극이다. 대북한 교류협력을 하고 싶은 지자체는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가 아닌가?

북한 핵문제는 어느 특정집단이나 나라만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합주나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심혈을 기울인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릴 예정입니다.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김영윤 박사는 현재는 한반도물류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북한핵, #비핵화, #사실상의 통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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