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창업모임에서 함께 직장을 다니던 동생을 만나 예전일을 회상하게 됐다
▲ 회상 창업모임에서 함께 직장을 다니던 동생을 만나 예전일을 회상하게 됐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홀로서기를 시작하면서 우연히 한 창업 모임에 나갔다. 그런 모임이 처음이라 어색해 몇 번을 망설였지만 이제는 모든 걸 나 혼자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 나갔다. 아는 사람도 없이 뻘쭘한 상태로 두리번 거리는데 행사를 주최한 스태프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3년 전쯤 우리 회사에 파견직 사원으로 취업해서 나와 함께 일하던 동생이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그 동생이 나와 별로 코드가 맞지 않아 그다지 친하게 지내진 않았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다 보니 서로가 놀라웠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됐다. 낯익은 얼굴이 있어서 그런지 난 용기가 생겨 뒤풀이 자리에도 참석할 수 있었고, 그렇게 꾸준히 그 모임에 나가게 됐다.

몇달 동안 그 모임에 나가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 동생과도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놀란 점은 그 동생에게 기억된 나의 모습이었다. 그 동생에게 나는 '일 잘하는 형'으로 기억돼 있었다.

당시 나는 입사 6년 차, 소위 말해 '한창 날고 길 때' 그 동생을 만났다. 몇 년 동안 게으른 팀장과 자기와 친한 사람만 편애하는 파트장 밑에서 제대로 기도 펴지 못한 채 살다가 직원들과 소통 잘하는 '실무형' 본부장님이 새로 부임하면서 내 역량에 날개를 달았던 때였다. 그전 몇 년간은 정말 암울했던 시간이었다.

'친구'에게 유리한 보고 일삼던 파트장, 본부장 바뀌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조직개편이 있었다. 그 조직개편으로 다른 팀과 합병됐고, 내가 담당하는 직무와 같은 직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파트' 단위의 조직이 생겨났다. 그 덕에 회사에선 인정해주지 않는 비공식 직책인 '파트장'이라는 자리가 생겨났다.

우리 파트의 파트장은 기존에도 서류상에만 직무 담당자로 돼 있었고 실제로는 팀장을 도와 팀을 관리하는 스태프 업무를 했다. 하지만 우리 중에 직급이 제일 높았기 때문에 파트장이 됐다.

각 지역에서 따로 운영하던 업무가 하나의 조직으로 통폐합되면서 각 지역별로 상이하던 운영 방식에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연히 더 커진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팀장의 입장에서는 단일화된 프로세스와 보고 양식이 만들어지길 바랐고, 팀원들은 그렇게 업무 통폐합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 직무의 업무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기존에 우리가 하던 업무들 중에 진행하지 못하는 업무들이 많이 생겨났다. 기존에도 옆동네 담당자들은 우리 지역으로 업무 프로세스 벤치마킹을 많이 오곤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하나의 조직으로 통폐합되고 옆동네에서 근무하던 사람이 파트장이 되자 업무의 수준을 옆동네 수준으로 맞추게 됐고 우리는 추진하던 많은 업무들을 포기해야 했다.

우리 쪽에서 진행하던 업무들은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추진해야 할 업무들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의견은 윗선까지 보고 되지 않았다. 그렇게 당위성을 설명할 기회조차도 받지 못한 채 진행하던 업무들은 기억 속에 묻어야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그 이후로도 파트장은 함께 근무하던 친구들이 유리한 쪽으로 팀장님께 계속 업무 보고를 했다. 그덕에 나는 몇 년 동안 키워온 역량을 하향 평준화시킨 다음에야 다른 업무를 더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는 중에 본부장이 새로 부임했다. 새 본부장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주 찾았고, 업무 보고를 직접 받기도 했다. 내가 본부장에게 직접 불려갈 때마다 중간에서 보고를 누락시키던 팀장과 파트장은 간이 콩알만 해져 내 눈치를 보곤 했다.

'본사'에 근무하면 후배도 상전이다

본사 신입사원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윗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나를 찍어내렸다
▲ 힘 본사 신입사원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윗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나를 찍어내렸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본부장은 내 역량을 인정했고, 나를 영업팀으로 발령냈다. 6년을 근무해오던 구매재고관리 직무를 벗어나 현장의 영업팀에서 역량을 더 발휘해 보라고 하셨다. 내가 맡은 직무는 영업팀의 스태프. 팀 영업사원들의 영업실적 관리, 각 지역별 협력업체의 운영지표 관리, 협력업체 수수료 정산이 주업무였다.

협력업체 정산 업무의 경우 매월 3일까지가 마감이었다. 때에 따라 월초가 주말이라 휴일인 경우도 있는데 그와 상관없이 3일까지는 무조건 마감을 해야했다. 때문에 월초에 주말이 걸린 달은 무조건 주말 근무를 해야 했다.

협력업체 정산업무를 하다 보면 각 부서에서 추진한 업무 실적에 따라 협력업체에서 공제해야 하거나 추가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돈이 있다. 그런 경우엔 해당 업무 담당자가 협력업체 정산업무가 시작되기 전까지 결재가 완료된 품의서를 정산 담당자들에게 '공람'시켜줘야 그 문서를 근거로 정산이 진행된다.

하지만 문제는 월초가 주말일 경우에 자주 발생한다. 가끔 정산 때까지 공람이 걸리지 않아 정산에 반영돼야 할 돈이 누락되면 해당 지역 협력업체 정산 담당자들에게 내용을 알려주고 익월에 정산을 하기로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꼭 이번 달에 반영해야 한다면서 주말 이틀 실컷 다 쉬고 정산 마감 당일날 문서를 가지고 와서 우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도 주말 이틀을 꼬박 출근해서 겨우 기간내에 정산을 끝내고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데 정산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본사 영업기획부 신입사원으로부터 급한 연락이 왔다. 이미 정산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달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고 해당 지역 협력업체에도 그리 전달을 했다. 그런데 20분 뒤, 내게 전화를 걸었던 본사 담당자의 팀장이 우리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0여 분간의 전화 통화 후 우리 팀장은 내게 마감된 정산 '빽도(마감된 일을 다시 하는 것)'를 지시했다. "마감 당일까지 정산을 완료하지 못한 팀들은 즉시 반영이 가능한데 왜 우리 팀만 반영을 못해주겠다는 거냐"면서 기한 맞춰 일처리를 한 나를 '바보'로 만들고 마감된 일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자기 말을 안 들어주니 윗선을 이용해서 나를 찍어내린 거였다.

이렇듯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목적을 실력이 아닌 '힘'과 '권력'을 이용해 달성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다 보면 정말 억울하고 분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하고 '나도 야비하게 그들처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을 놓지 않고 소신을 지켜야 한다.

'조직생활을 어떻게 잘 할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 넓은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직생활에서 큰 성과를 내고 싶다면 당장 힘과 권력을 이용해 억지로 다른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보다는 진실된 마음으로 동료를 대하고 그 사람 스스로가 움직이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큰 성과를 내는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