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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직장에나 꼭 있는 게 있다. 꼰대다.
 어느 직장에나 꼭 있는 게 있다.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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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업에 다니는 A씨(32). 그는 억울하다. 팀장과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팀장이 한 말대로 하면 사달이 날 것 같았다. A씨는 수차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건의했다. 팀장은 "난 직원들 이야기를 항상 열린 자세로 듣는다"고 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그 사람 스타일대로 진행됐다. 아니나 다를까. 일이 틀어졌다. 그런데 그 팀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실무자들 말 듣고 이렇게 했는데... 내 책임은 아니지."

# 5대 기업 중 한 군데에서 일하는 6년차 직원 B씨(33). 그는 C부장을 보면 짜증이 치민다. 팀·부서의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임원진의 눈치를 너무 보기 때문이다. 임원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라도 하면 아래 직원들을 보호할 생각은커녕 스스로를 보호하기 바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장이 인사고과 때문에 쩔쩔 맨다고 소문이 났다. 근데 문제는 C부장이 모시는 상사도 C부장과 똑같다는 점이다. B씨는 이런 문화가 점점 대물림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은가. 회사 이름만 바꾸면 당신 회사에서 벌어질 법한 일이다. 페이스북 비공개그룹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 게시물만 봐도 이런 사례는 하루가 멀다하고 꾸준히 올라온다. 공기업 직원 A씨와 대기업 직원 B씨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건 '꼰대'다. 이미 오래전부터 꼰대는 직장인들과 함께 출근해왔다(문제는 퇴근 혹은 퇴사를 안 한다는 것).

사실 직장 속 꼰대를 이상한 개인으로 규정짓는 것은 위험하다. 꼰대는 조직 문화의 한 요소다. 성정숙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법적 규제와 조직 문화의 영향을 받는데 조직 문화는 법으로 정해진 체계를 실제 노동자의 삶으로 연결시킨다"라면서 "인간적인 변수이긴 하나 개별적인 근로자를 특정한 방식의 노동자로 만드는 규율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꼰대의 탄생... '경쟁' '생존' '고용불안'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일터에 꼰대는 더 많아진다.
 각자도생.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일터에 꼰대는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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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우선 어원부터 살펴보자. 정설은 없다. 다만 몇몇 국어학자들이 '주름살이 많은 번데기가 일부 지방에서는 꼰데기라고 부르는데, 나이 든 사람을 빗대서 꼰대라는 말이 사용됐다' '옛날 권위의 상징으로 불렸던 곰방대에서 이 말이 탄생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검색 결과, 꼰대라는 말이 지금의 쓰임새와 비슷한 용도로 주목받은 건 1970년 11월 13일이 처음이었다. <경향신문>은 초등학생들이 학교 선생님을 은어로 꼰대라 부른다고 보도했다.

꼰대의 탄생에 대해 성정숙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꼰대라는 단어가 사회적 문제를 세대간 불화의 문제로 바꾸는 것 같아 딱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직장 내 괴롭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라면서도 "꼰대란 자신이 가진 권력과 권위를 이용해 타인을 부당하고 대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기업의 이윤 확장만이 최우선 가치가 되면 노동자의 삶 역시 경쟁으로 가득찬 전쟁터가 된다"라면서 "그렇게 되면 불통과 부조리·무논리의 꼰대가 더 많아질 것이다, 더 이윤을 내 각자도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씨는 "고용불안 때문에 꼰대가 생기는 것 같다"라면서 "특히 대기업의 경우 실적에 따라 고용 형태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으니 관리자들의 융통성·창의성이 가면 갈수록 희박해진다"라고 진단했다.

꼰대의 6가지 특성... 여러분의 상사는 어떻습니까

혹시 당신 사무실에 이런 걸 꿈꾸는 것 같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죠?
 혹시 당신 사무실에 이런 걸 꿈꾸는 것 같은 사람이 있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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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꼰대에도 유형이 있다. 대기업 직원 B씨는 꼰대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① 이랬다가 저랬다가 말 바꾸는 팀장. 대개 본인 약속을 기억하지 못한다.
② 잘못은 부하 직원 때문에, 성과는 본인 때문에 생겼다고 '광 파는' 팀장.
③ 아랫사람들 이야기는 듣지 않으면서 윗사람 한 마디에만 안달나 있는 '안달프' 직원.
④ 챙겨주는 척하면서 업무는 아래 사람들에게 다 떠넘기는 팀장.
⑤ 팀장·상무와의 사적인 관계에만 집중하고 쓸데없는 업무를 만들어 밑에 사람에게 지시하는 파트장. 이런 경우 본인은 엑셀이나 PPT를 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⑥ 실무자 업무보고시 사사건건 간섭해 지적만 하는 '시어머니형' 파트장.

직장인의 수만큼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꼰대가 존재한다. 하지만 꼰대의 특성이라 규정할 수 있는 연구자료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미국의 창의적리더십 센터에서 발행한 'How to Be the Boss without Being the B-word(Bossy)'가 바로 그것(바로 가기). 이 연구는 미국 사회지도층 201명을 패널조사해 도출된 결과를 담고 있다.

① 지시하고 통제(규제)하려고 든다.
② 다른 동료의 관점을 무시한다.
③ 무례한 데다가 지나치게 (자신의 견해를) 밀어붙인다.
④ 세세한 점까지 관리하려고 든다.
⑤ 권력(획득)에 집중한다.
⑥ (다른 동료를 대할 때) 공격적이다.
(* 일터에 이런 특징을 지닌 상사가 있는지 체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취재 과정에서 만난 D씨(여성, 20대 후반)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그녀는 소셜미디어(SNS) 때문에 일터에서 곤욕을 치렀다. 휴가 중에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더니 바로 위 여성 상사로부터 "인스타 할 시간은 있으면서 팀 카톡창은 확인 안 하느냐"라고 핀잔을 들었다. 급기야 "페이스북에 애인 사진 올리지 말라, 고객들이 싫어한다"라는 간섭까지 받아야 했다. 그는 위 특성상 ③, ④, ⑥번에 해당하는 상사를 둔 것이다.

꼰대질 당할 때마다 퇴사 고민한 직장인... "그냥 참았다"

D씨는 "페이스북에 애인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지시까지 들었다. 고객과의 접촉 빈도가 높은 직업군이라 "애인이 있는 게 보여질 경우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사가 말한 이유였다.
 D씨는 "페이스북에 애인 사진을 올리지 말라"는 지시까지 들었다. 고객과의 접촉 빈도가 높은 직업군이라 "애인이 있는 게 보여질 경우 손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상사가 말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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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에 따르면 패널조사에 응한 미국 사회지도층들은 꼰대를 "기분 나쁘게 지시하거나 통제(규제)하려고 든다"(58.7%) "다른 이의 관점을 무시한다"(47.8%)라고 묘사했다. 창의적리더십센터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업무 증진과 무관하며 다른 직원들의 창의성을 억제한다"라면서 "보스처럼 구는 것(Being Bossy)은 보스가 되는 것(Being Boss)과는 다르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경력에도 손해를 끼친다"라고 분석했다. 자신에게도 손해고, 남에게도 민폐라는 이야기다. 성정숙 연구위원의 말을 잠깐 들어보자.

"이런 행위는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직무스트레스를 증폭시키며 복지를 후퇴시켜 위험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들이 조직의 '헌신'과 '성실'을 명분으로 잘 포장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할 경우 '무능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혀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기업의 생산성이 저하된다. 그리고 이건 노동자 개인의 우울증·불안장애 등을 유발하고 그 가족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D씨는 상사로부터 꼰대질을 당할 때마다 퇴사를 고민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녀는 "한번은 울분이 터져 머리 끄덩이 잡고 싸우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그냥 참는다"라면서 "회사 규모 치고는 월급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B씨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퇴근을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부당함을 토로하기는 쉽지 않다. 한 심리상담사는 "회사에서 겪은 일터 괴롭힘 등을 상담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라면서 "고용 불안에 대한 걱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2차 가해자는 되지 말자"

적어도 동료가 털리는 걸 방관, 방조하진 말자는 이야기.
 적어도 동료가 털리는 걸 방관, 방조하진 말자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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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창의적리더십센터는 이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의 대안을 제시했다.

▲ 만약 사장(고용주)이 꼰대라면
- 앞을 내다보라 : 자신의 비전을 정리하고 현 조직의 비전과 맞는지 확인하라. 만약 아니라면 개인의 목표를 수정하든가 다른 직장을 찾아라(목표를 이룰 수 있는).
- 뒤를 돌아보라 : 과거 유사 사례 경험자를 찾아 조언을 구하라.
- 내면을 살펴보라 : 자신의 행위에 결함은 없었는지 살펴보라. 마감을 못 지켰다든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든지 등.

▲ 만약 동료가 꼰대라면
- 동료에게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라 : "어제 오후 세일즈 미팅 중간에 사라가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 그리고 당시 동료가 '무슨 짓'을 했는지 설명하라 : "니가 그때 사라 말을 끊고 '내가 아는 사장이 있는 회사랑 거래하자'고 말했잖아."("너 재수 없었어"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 것)
- 그래서 그 행위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하라 : "당신이 나설 자리는 아니었거든. 사라가 결정하게 해야지. 그리고 네가 말을 자를 때 사라가 무척 기분 상했었어."

이론적으로는 옳아 보인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미국 사회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패널설문 결과라는 점을 잊지 말자.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싸우거나 소장을 보내 법정에서 만나자고 하는 건 답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성정숙 연구위원은 "건전한 조직 문화를 세우는 것이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사업주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관리자와 실무자가 상생하는 경영·조직 관리가 더 활발하게 연구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직장인에겐 꼰대질의 가해자 편에 서서 방관·방조하지 말고 피해자의 편에서 옹호해주는 자세도 요구된다, 본인이 2차 가해자가 되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라고 주문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일하고 싶다면 참고할 만한 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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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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